교육부 압박에 불만 커진 교수들, 의대 정원 학칙개정 제동 이어지나

2024.05.09 15:33 입력 2024.05.09 16:19 수정

국립대 교수들 “전방위적 압력 개탄 금치 못해” 시국선언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제주대에서 의대 증원안을 담은 학칙 개정안 확정에 제동이 걸리자 의대를 둔 대학 내부에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이달말까지 대학 내 학칙 개정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칙 개정안 부결에 교육부가 행정조치를 거론하며 대학을 압박하자 교수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늘어난 의대 정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심의·재심의하는 학교는 경상국립대·전북대·충북대 등 19곳이다. 한 차례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제주대는 내부 논의를 한 뒤 재심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 중 다수 대학에서 이달 말에야 학칙 개정안 심의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학내에서 의대 증원을 두고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심의 일정이 조금씩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 충북대 관계자는 “특정 학과의 정원을 확정해놓고 학칙 개정안을 논의하는 건 이례적이고 생소하다”고 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학내에서도 인식의 온도차는 있지만 점점 더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칙 개정안을 둘러싼 혼란은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안을 지난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한 뒤 학칙 개정을 해도 된다고 각 대학에 알렸다. 확대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의 학내 부결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학칙 개정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교무회의나 학무회의, 교수평의회 등 학내 기구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최종 결정한다. 학내 기구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구조다. 교육부는 “학내 심의기구에서 부결되더라도 총장이 결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외면하고 총장 직권으로 학칙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부가 부산대·제주대의 학칙 개정안 부결에 시정명령, 행정조치를 언급하며 대학을 압박하자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의 정책 취지에는 동의했던 타 학과 교수들도 정부의 ‘자율성 침해’, ‘독단적 결정’ 등을 비판하며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날 거점 국립대 교수회 회장들은 시국선언문을 내고 정부의 대학 자율성 침해 등에 반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정부는 의대 증원 목표치에 연연하지 말고 법원의 판결과 대학의 결정을 존중해 정원을 추가 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가 운영한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 제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이날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재판부가 “정원 배정위 회의록 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 측 대리인단은 서울고등법원이 “정원 배정위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근거로 재판부의 발언을 공개했다. 의료계 측 대리인단이 공개한 지난달 30일 재판 내용을 보면 “정원 배정위가 구성됐는데 배정위 회의, 면담, 각대학이 어떤 근거로 각 인원을 정했는지 밝혀달라는 요청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그거 내세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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