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오염사고는 방제 작업 이후가 더 큰 문제다. 해양 유류오염 방제에 사용되는 유화제에 대한 2차오염 때문이다. 해경 등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를 수습하면서 9일 현재까지 1164㎘의 유화제를 바다에 뿌렸다. 유화제는 바다에 떠있는 기름띠를 응고시켜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응고된 기름덩어리가 사라지지 않고 꽃게·전복 등 바다 밑에서 서식하는 저서생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어민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유화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안군 소원면 조모씨(47)는 “유화제 피해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바다 전역으로 퍼지면서 양식 어장뿐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며 “사고 해역의 내년 작황은 불 보듯 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도 이홍집 해양수산과장은 “유출된 기름을 모두 빨아들여 수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현장 상황이 워낙 다급해 일부 유화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리포 등 해안에서 이뤄지는 방제 방법도 문제다. 기름 제거를 위해 수천명 인력들이 백사장을 밟고 돌아다닐 경우 표면의 기름이 모래나 갯벌 속으로 유입돼 보다 심각한 2차 오염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 당국에선 해수욕장 등 백사장에서는 작업인력들이 모래 위를 걷지 말고 나란히 줄을 서서 수거된 기름을 ‘전달’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수거된 기름덩어리 처리도 숙제다. 태안 일대 해안에서 수거된 기름은 현재 마땅히 저장할 곳이 없어 구덩이를 파 임시보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토지 및 식수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태안|윤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