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성접대 동영상·김학의 모른다”

2013.05.09 22:24 입력 2013.05.09 23:14 수정

첫 소환조사서 혐의 대부분 부인… 경찰, 대질 추진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52)가 9일 경찰에서 첫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성 접대 사실 여부와 이를 통해 이권을 얻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윤씨는 경찰에 출두하면서 성 접대 동영상은 물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낮 12시30분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회색 정장 차림의 말쑥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윤씨는 ‘성 접대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 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적은 있느냐’는 물음에는 “모르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계속되는 질문에 당황했는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수사팀 사무실로 올라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윤씨를 상대로 실제로 동영상을 촬영했는지, 동영상을 빌미로 유력 인사들을 협박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또 고위층 인사들을 동원, 각종 인허가 및 공사 수주 청탁을 했는지를 조사했다. 윤씨는 경찰의 추궁에 혐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씨와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여성 및 고위층 인사 간 대질신문도 한다는 계획이다.

<b>모습 드러낸 의혹의 핵심</b>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 등 불법 로비를 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모씨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습 드러낸 의혹의 핵심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 등 불법 로비를 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모씨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청 관계자는 “윤씨 소환이 수사의 최종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를 몇 차례 더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윤씨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이 윤씨에 대해 두고 있는 혐의는 크게 5~6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경찰은 윤씨가 강원 원주시 자신의 별장으로 유력 인사들을 초대해 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건설공사를 수주하거나 자신이 연루된 고소·고발 사건에서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 접대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놓고 이를 악용하려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 입증을 위해 성 접대 동영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들을 수차례 불러 윤씨의 각종 불법행위와 성 접대 정황 등을 조사했다. 최근에는 동영상 원본까지 입수해 성 접대를 받은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사실상 특정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3월8일 내사에 착수한 이후 윤씨와 김 전 차관 등 10여명을 출국금지했다.

윤씨가 운영하던 ㄱ건설사의 주상복합건물 인허가 관련 비리도 경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2002년 말 서울 지역에서 주상복합건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모 구청에 회사 돈을 이용해 향응을 제공하고, 이와 관련해 3번 고소를 당했지만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은 의혹 등이다.

모 대학병원 병원장에게 접대를 하고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도 있다. 윤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ㄴ건설사에서 지난해 1월 진행된 대학병원 공사를 낙찰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윤씨가 접대 장소로 애용하던 원주 별장에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ㄴ건설사가 지난해 6월 경찰청 산하 경찰교육원이 내놓은 골프장 건설 입찰 건에서 대기업 건설사를 제치고 공사를 따낸 부분도 조사를 벌여왔다. ㄱ건설사가 재건축한 서울 서초구 고급빌라를 사정당국 고위 간부 등에게 특혜 분양했다는 의혹과 함께 자신이 연루된 각종 고소·고발 사건에서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의 도움을 받은 정황도 나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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