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 절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2021.07.27 21:08 입력 2021.07.27 22:42 수정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회사에 알려도 조치 제대로 안 해
피해자 업무 무관 부서에 발령도
연장·야간 수당 등 86억 ‘미지급’
위반사항 검찰 송치·과태료 부과

네이버가 직원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도 부실 조사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줘 타 부서로 배치하는 등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지만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극소수였다. 네이버가 직원들의 노동 대가 86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네이버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5월 네이버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뒤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 이후에도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직원 신고를 불합리하게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속 상사가 모욕적 언행과 과도한 업무 부여, 연휴 기간 중 업무 강요를 했다는 신고에 대해 네이버는 ‘불인정’ 처리했다.

네이버는 또 긴급하게 분리 조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 직원을 소관 업무와 무관한 임시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를 근로기준법에서 특별히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하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했다.

노동부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 4028명 중 1982명(49.2%)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유롭고 수평적인 ‘IT 기업’ 이미지와 달리 네이버의 조직문화는 폐쇄적·수직적이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지난 6개월 동안 1회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10.5%는 같은 기간 1주일에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미응답자까지 포함해 계산해도 최소한 전체 직원 4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셈이다.

피해 경험자 중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답했고, 59.9%는 그 이유로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직원은 외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상급자에게 뺨을 맞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외부기관이 가해자에 대해 ‘면직’ 의견을 제시했으나 회사는 정직 8개월 처분을 하는 데 그친 사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는 복직했지만 피해자는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또 다른 괴롭힘 사례에는 상급자가 “너 하나 정도 모가지 자르는 것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어린 여자, 늙은 여자’를 운운하며 선호도를 언급한 일도 있었다.

노 의원은 “네이버의 노동 실태는 충격을 넘어 야만적인 수준”이라며 “사실상 최고경영진이 이를 방치하고 묵인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네이버가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는 시간외 근로를 시킬 수 없는데도 12명에 대해 시간외 근로를 시키거나, 연장근로 한도를 어기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사망한 A씨가 직속 임원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왔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 체불 등 법 위반사항에 대해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있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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