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높이 1m…스스로 감옥에 갇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2022.06.22 16:51 입력 2022.06.22 16:52 수정

22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가 배 안에 설치돼있는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22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가 배 안에 설치돼있는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노동자가 배 안에 ‘감옥’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며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섰다.

22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유최안 부지회장(42)은 이날 오전 8시반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내에 있던 책상 형태의 철제 구조물에 웅크리고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출구를 막았다. 가로·세로·높이가 각 1m씩인 비좁은 공간이다. 지회는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이날까지 21일째에 접어들었는데, 사측이 파업 중단을 요구할 뿐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끝장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감옥’에 하청노동자가 들어간 이유에 대해 김형수 지회장은 “우리는 조선소 자체가 감옥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조선소에서 법은 형식일 뿐 산업안전·임금·노동조합 활동 등에 있어서 불법을 자행하는 게 다반사”라며 “하루하루 일을 안하면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하청노동자는 스스로 감옥에 갇힌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선업은 호황을 맞고 인력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20·30년 연차의 숙련된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기 일쑤였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 등으로 노동자들은 피해를 입었다. 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여간 하청업체들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파업에 돌입하면서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원청업체 대우조선해양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22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가 배 안에 설치돼있는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22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가 배 안에 설치돼있는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가로·세로·높이 1m…스스로 감옥에 갇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지회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 그동안 빼앗긴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하청노동자 요구에 단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지만,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을 진압하고 박멸하려 한다”며 “쇠창살 안에 스스로를 가둬서라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며 파업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파업에는 하청노동자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67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가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은 목표치보다 30% 이상이나 많은 100억 달러 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며 “그런데도 생산의 70~80%를 생산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다단계 하청구조의 불합리한 수익 배분의 현황에서 협력사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실질적인 임금인상 결정권이 있는 원청업체(대우조선해양)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노조의 쟁의행위로 매출이 수백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작업장에 복귀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일감 느는데 일손 달리는 조선소…‘저임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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