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도 여야 위원 구도 바뀌나…“총선 불리한 보도 막으려고”

2023.08.31 18:49 입력 2023.08.31 19:39 수정 강한들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의혹’을 따지기 위해 열려고 했던 임시회의가 무산됐다. 여권 측 방심위원들은 공개 간담회를 열고 국가권익위원회의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법제처 등에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 위원 해촉을 통해 방심위 구도를 여권 우위로 만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1일 제18차 방심위 임시회의를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의 개최를 위해 필요한 ‘재적 위원’ 과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적위원 8명 중 야권 측 이사 4명(옥시찬, 윤성옥, 김유진, 정민영 위원)이 모두 불참했다.

애초 여야 3대 6이었던 방심위 구도는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하고 류희림 위원을 임명하면서 4대4가 됐다. 정 위원이 해촉되면 재적 위원은 7명이 되고 여권 측 위원 4명만 참석해도 ‘과반’이 돼 방심위 회의를 열 수 있다.

야권 측 위원들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28일 정기 회의에서 9월 둘째 주에 다시 회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이를 깨고 31일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비상임위원들에게 통보했다. 야권 측 위원들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황성욱 상임위원이 비상임위원에게 회의 참석 가능한 날짜, 시간에 대해 문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고 주장했다.

정민영 방심위원은 임기 중 문화방송(MBC)의 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보수 성향 공정언론 국민연대는 지난 29일 정민영, 김유진 위원을 이해충돌 방지 규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에 고발했다. 변호사인 정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의 동승자 의혹 논란 보도 등과 관련한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유진 위원에 대해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재직 이력이 방송통신심의 업무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함께 고발했다.

여권 측 김우석 위원은 “시민단체가 고발했다고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심의위원회 자체가 마비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황성욱 직무대행은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 뜻을 같이해서 권익위에 조속한 조사를 요청하고,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MBC의 일부 사건을 대리한다는 사실은 방심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여러 차례 밝혔고 담당 사건이 심의에 상정되는 경우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법률 대리인으로 관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심위는 방송의 ‘보도 내용’을 직접 심의한 후 제재할 수 있다. 방심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기자들은 보도한 다음에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자체가 압박이 되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발제하지 않게 될 수 있다”라며 “최근 미디어 관련 상황을 보면 (방심위 위원 해촉은) 결국 총선에 불리한 보도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구성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원장은 각계에서 추천된 선거방송심의위원의 결격 사유 등을 확인해 심의위원을 위촉한다. 내년 4월10일 시행될 총선을 120일 앞둔 시점인 올해 말부터 설치·운영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조사하고, 선거 방송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는 제재를 정해 방통위에 통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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