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경향
2023.10.12 06:24 입력 2023.10.12 11:25 수정 이용균 기자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뉴스 회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지나 생성형 AI가 신문과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쟁상대는 이미 유튜브와 OTT가 된지 오래입니다. <어쩔경향>은 전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트렌드와 변화 양상을 살피고 분석하는 경향신문 내부 보고서이지만 독자와 함께 하기 위해 칸업(KHANUP) 콘텐츠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시면 로그인해주세요!


<어쩔경향 39호> 신문 읽어주는 틱토커🧒

신문 읽어주는 틱토커 켈시 러셀의 틱톡 페이지

신문 읽어주는 틱토커 켈시 러셀의 틱톡 페이지

Z세대는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신문’이라는 매체를 접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돼 있습니다. 신문이 ‘올드’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집에 ‘신문’이 있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어디서든 신문을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해외 미디어 관련 매체에서는 컬럼비아 대학원의 켈시 러셀(23)이 ‘핫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슬레이트>는 ‘사라져가는 신문 읽기 기술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Z세대 또래들에게 ‘신문 읽기’를 트렌디하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 켈시 러셀 틱톡 페이지

러셀은 23세 생일날 가족에게 ‘뉴욕 타임스를 구독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틱톡 영상을 올렸습니다.

“아이들이 폭탄을 밟고 있는 줄 몰랐어요”

12년 동안 이어진 시리아 분쟁과 시리아 전역에 남아 있는 불발탄에 대한 스토리를 적은 뉴욕 타임스 기사를 소개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러셀은 이후 뉴욕 타임스를 읽고 내용을 소개하는 틱톡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열정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러셀의 스토리텔링은 틱톡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70만 뷰를 기록한 영상도 있습니다.

이런 댓글도 있습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사람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온갖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러셀은 30초짜리 동영상으로 저널리즘을 구했습니다.’

러셀의 틱톡이 인기를 얻자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도 나섰습니다. “제발 우리 신문도 좀 읽어주세요”라고 말이죠.

러셀은 ‘신문 읽기 틱톡’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내 스스로가 멍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 느낌. 여기에 더해서 2년 반 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는데, 불안을 해소하고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치료사의 제안은 어렸을 때 즐거웠던 일로 돌아가보자는 것이었고, 아버지와 함께 신문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3세 생일 기념으로 신문을 구독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셨다”


Z세대의 뉴스 회피 이유로는 정치, 기후 등 뉴스의 내용이 끔찍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러셀은 반대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신문을 읽습니다. 러셀은 ‘신문 읽기’가 일종의 ‘차단’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온라인 뉴스 소비는 끝없는 ‘연쇄’의 과정입니다. SNS에 공유할만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온라인 뉴스를 읽은 뒤 인스타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넘나듭니다. CNN 등의 속보 알림 역시 불안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종이 신문을 읽는 동안은 이같은 ‘연쇄’ 및 ‘연결’ 및 이를 위한 ‘압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러셀은 “종이 신문은 우리에게 임의의 알고리즘이 우리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하는 대신 차분히 앉아서 우리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언제 느끼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다른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유료 결제를 해야 합니다. 반면 신문을 읽는 동안에는 자신의 시간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러셀이 밝힌 신문 읽기의 즐거움입니다.

켈시 러셀 틱톡 화면

켈시 러셀 틱톡 화면

그래서 러셀은 하루 일과 중 ‘신문 읽기’ 시간을 정해뒀습니다. 그 시간 동안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오롯이 신문을 읽습니다. ‘차단’의 기술이고 ‘집중’의 훈련입니다. 러셀은 “신문에 있는 많은 기사 중 어떤 기사를 읽을 것인지 훑어보는 기술도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또래들(Z세대)에게 의미있을 것 같은 내용을 ‘틱톡’을 통해 매우 ‘틱톡스럽게’ 전달합니다. 구식으로 보이는 ‘신문 읽기’를 매우 ‘트렌디한’ 습관으로 전환시켰습니다.

러셀은 “신문들도 변해야 한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걸 매우 트렌디하게 보여준다면, 신문도 다시 트렌디한 뭔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신문에 Z세대가 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러셀은 “먄악 뉴욕 타임스에 소피아 리치의 옷장에 있는 선데이 스타일을 소개한다면 아마 내 친구들은 미친듯이 읽어볼 것”이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소피아 리치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종이 신문은 다시 트렌디해 질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에서 발행하는 매우 ‘레트로’한 신문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카운티 하이웨이’라는 제호의 신문인데요, 두 달에 한 번 발행합니다. 신문 편집 디자인은 19세기 스타일입니다.

카운티 하이웨이 신문 이미지

카운티 하이웨이 신문 이미지

주로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소개돼 있습니다.

‘카운티 하이웨이는 미국에 관한 최고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적, 정신적 위기와 심층적인 문화적 역사적인 근원에 대한 보고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에세이 등이 수록돼 있습니다. 우리 신문은 1년에 6번 발행되며 투명한 봉투에 담겨 집으로 배달됩니다. 봉투를 뜯은 뒤 손에 들고 4등분으로 접은 뒤 화창한 오후에 현관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커피, 담배, 맥주와 함께 읽으면 됩니다.’

당연히 온라인 기사는 없습니다.

인기 폭발입니다. 광고를 내지도 않았는데 여름에 나온 창간호 2만5000부가 매진됐습니다. 한 부당 가격은 8.5달러입니다. 첫 호 발행 3주만에 3년차 구독 및 판매목표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한 대기업에서는 구독권 1000부를 사겠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창간호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논픽션의 대가 존 맥피가 쓴 ‘오렌지’에 대한 글이 실렸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스토리라고 합니다.

어쩌면, 종이 신문에도 아직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PS. 최근 프로야구에서 LG가 29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했습니다. LG 팬들이 ‘우승 1면 기사’가 실린 스포츠신문을 소장하기 위해 여기저기 신문을 사러 다녔다고 합니다. 신문이 ‘굿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독자를 어떻게 유료 독자로 전환할 것인가

뉴욕 타임스의 성공 이후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독자를 ‘유료 독자’로 전환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여러가지 실험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 환경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일단, ‘무명’의 독자를 ‘회원’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영국의 미디어 전문 매체 저널리즘닷UK는 최근 독자 전환과 관련 5가지 팁을 소개했습니다.

  • 최소 1개를 보여 준 다음 2번째 기사에서 가입을 권유한다. 영국 디오디언서는 이를 통해 훨씬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다. 매달 평균 독자의 4분의 1이 전환됐다.
  • 회원 가입 유도 때 매체 평가에 대한 외부 증언 포함 : 디오디언서는 가입 요청 폼에 워싱턴포스트 익명의 직원이 쓴 디오디언서를 향한 긍정 평가를 넣었다. 조금 더 친밀한 느낌과 함께 전환율이 31%로 늘었다.
  • 회원 가입 유도 문구 업데이트 : 지속적인 디자인과 문구 업데이트를 통해 전환율 유지. 각종 기념일, 이벤트 등에 맞춰서 신선함 유지
  • 유료 전환 절차 간소화 : 결제 솔루션을 페이월에 직접 통합해 간단하게 만든 덕분에 유료 독자 전환율을 높였다.
  • 독점 콘텐츠 : 이는 전환율을 높이기 보다는 전환된 독자의 이탈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AJC가 다시 살아나는 방법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는 미국 내 다른 지역지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했고 성공적인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2020년 시작해 현재 6만여명 정도인 디지털구독자를 2026년말까지 50만명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AJC 홈페이지 화면 스크린샷

AJC 홈페이지 화면 스크린샷

니먼랩에 따르면 AJC는 ‘애틀랜타’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접근합니다. 앤드류 모스 대표는 “애틀랜타는 정말 독특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치, 영화 및 TV산업, 스포츠 분야에서 도시의 명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AJC의 디지털 전환 열쇠는 독자를 5개의 집단으로 구분하고, 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모스 대표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세그먼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AJC의 독자 세그먼트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뉴스 고관심자
  • 애틀랜타, 조지아 등 남부지역의 정치 고관심층
  •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
  • 매우 열정적인 스포츠팬(특히 MLB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애틀랜타의 번성하는 ‘음식 신’을 즐기는 미식 및 라이프스타일 소비자

AJC는 이를 위해 1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할 계획입니다. 기자 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기술, 디자인, 분석 및 마케팅 전반에 걸쳐 직책을 추가합니다. AJC는 올해 초 최초의 흑인 편집장 레오리 채프먼 주니어를 임명했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검색 전쟁이 뉴스에 미치는 영향

구글은 현재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재판을 치르는 중입니다. 미국 연방 법원은 구글의 검색 지배력이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따지고 있습니다.

니먼랩에 따르면 이번 재판의 핵심은 구글이 자신의 검색 서비스를 ‘기본’으로 만들기 위해 지불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거래에 있습니다. 돈을 주고 영향력을 행사해 검색에 대한 독점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구글 검색의 약 절반은 구글 브라우저인 크롬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절반은 구글이 지불한 브라우저에서 발생합니다. 구글이 지불한 대상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애플의 브라우저 사파리입니다.

구글과 애플의 검색 전쟁

구글과 애플의 검색 전쟁

구글이 제공한 금액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 시스템 Bing을 애플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하는데 연간 최대 150억달러를 제안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구글이 애플에 주는 돈은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니먼랩은 추정합니다.

문제는 애플이 언젠가 다른 혹은 자체 검색 시스템을 사파리에 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전체 웹 검색의 35%, 유럽 및 전 세계의 20%가 사파리를 통해 이뤄집니다.

니먼랩의 조슈아 벤턴은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구글과 애플의 ‘검색 전쟁’에 주목합니다. 최근 각광받는 AI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 언론사는 자신의 콘텐츠를 더욱 비싼 가격에 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벤턴의 예상입니다. 구글과 애플이 검색 시장을 두고 격돌하고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검색 구조’를 통해 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색 시장 우위’가 주는 메리트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색 전쟁 속에서 뉴스의 가치는 다른 방향에서 치솟을 수도 있습니다.

벤턴은 “검색은 뉴스 게시자에게 독자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현재 한 플레이어의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검색 작동 방식에 대한 규칙이 동결돼 있다”며 “이제 수천 송이의 꽃이 피어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 온라인 콘텐츠 TIP

저작권이 해결된 이미지 생성 AI

게티이미지는 지난 9월말 자체 이미지 라이브러리만 훈련한 이미지 생성형 AI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AI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작권’이 해결됐다는 점입니다. 게티이미지 내부의 이미지만 학습했기 때문에 기존 AI의 문제였던 저작권 이슈가 모두 해결된 거죠. 이 도구를 사용해 만든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사진 라이브러리이기 때문에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유리합니다. <더버지>는 ‘테스트결과 생각보다 잘 나온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존 AI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사실적 느낌의 인물을 렌더링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동일한 프롬프트를 시도했을 때보다 더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제한됩니다. 실제 인물의 이름이 포함된 프롬프트는 금지됐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요청한 결과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사진이 나왔고 그 중 일부는 유색인종이었으며 미국 국기 앞에서 찍은 사진을 출력했습니다. 실제로 찍은 사진과 구별하기 위해 AI 생성 이미지의 경우 워터마크를 표시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게티이미지는 AI 활용에 대해 표준 구독과 별도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서비스는 올해 말 제공될 예정입니다.


<어쩔경향>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알려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경향신문의 KHANUP 콘텐츠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함께 성장합니다.

https://forms.gle/yV6rLqoJER8Kkbf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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