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금 장용호 “엄마, 이젠 돌아오세요”

2000.09.23 00:03 입력

“제 어미를 이젠 찾을 수 있을 것이어. 용호가 정말 자랑스러워”

22일 시드니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장용호(24)의 고향 전남 고흥군 점암면 월송마을은 저녁 늦게까지 잔치분위기가 이어졌다.

장선수의 금과녁 장면을 TV로 함께 보던 이웃 주민 20여명은 “지난 올림픽때는 은메달을 따고 아버지를 만났는데 이번엔 틀림없이 엄마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장선수의 쾌거를 축하했다.

장용호가 ‘꿈에서나마 보고 싶다’는 부모와 헤어진 것은 5살 나던 봄. 소작을 부치며 다섯식구의 생계를 이어가던 부모가 용호 형제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잇따라 집을 나갔다.

이후 할아버지·할머니의 품에서 자란 장선수가 처음으로 활시위를 잡은 것은 과역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늘 그늘진 얼굴을 한 장선수에게 선생님이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이름을 빛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은 것.

광주체육중·고교 시절부터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장선수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남자양궁의 대들보로 떠올랐다.

당시 장선수는 “메달소식을 전할 부모가 있으면 좋겠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소식은 서울에서 막노동을 하며 홀로 근근이 살아가던 아버지(48)에게 전해져 장선수 귀국후 부자상봉이 이뤄졌다.

피붙이를 거둬 ‘장한 한국의 아들’로 키워낸 그의 할머니 박갑덕씨(80)는 “잘 입히지도 먹이지도 못했는데 이런 효도를 하다니 손자에게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라면서 “용호 엄마(43)도 찾아와 가족 모두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고흥/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