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 광주고검장 거취 ‘도마위에’

2005.08.23 12:01 입력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김상희 법무차관의 사표를 수리하자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거취문제가 다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상희 차관은 지난 18일 ‘X파일' 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사 7명 중 1명으로 실명이 거론되자 그 날로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23일 "아직 본인의 잘못이나 과오는 입중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본인의 뜻을 받아들여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사표 수리 배경을 밝혔다.

김 차관의 6촌 형제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주미대사도 이미 사의를 표한 상태다. 하지만 ‘X파일’ 내용에서 주니어 검사들에게 돈을 전달할 인물로 지목된 홍 고검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X파일’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1999년 7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석조한테 한 2000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작년에 3000했는데 올해는 2000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홍 고검장 이름으로 언급된 액수만도 5000만원에 달한다. 그 내용도 삼성의 지속적인 검찰 인맥 구축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언론인과 검사라는 공직에 있는 처남들을 통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한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에 홍석조 고검장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검찰은 감찰을 통해 이종백 인천지검장이 홍석조 후임 지검장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홍 지검장과 임 회장 사이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씨의 장인이다.

홍석조 고검장은 재벌인 매형의 돈을 후배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재벌상속자인 조카의 장인과 관련된 구설수로 시민단체 뿐 아니라 검찰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떻게 위기를 버텨낼지 주목된다.

고검장은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내 재산이 수백억인데 형한테서 돈 받을 이유가 뭐가 있나. 검사들에게 돈을 주더라도 내가 준다. 내 계좌를 추적해도 좋다”며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홍 고검장은 지난 4월 공개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총재산 274억여 원으로 전체 공직자 중 2위를 차지했으며 1위는 홍 고검장의 친형인 홍석현 주미대사였다.

〈미디어칸 손봉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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