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와 달라…대체복무 기회를”

2006.12.31 18:57

카이스트 출신 박사인 김병양씨(32·가명)와 회사원 이심부씨(29·가명)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해야 했고 출소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다.

현재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김씨는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4주 군사훈련만 받으면 연구기관의 전문연구원으로 근무할 수 있었으나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초 수감돼 올해 초 출소했다.

그는 “국립대학 연구원에 지원했으나 ‘출소 후 5년간은 국립대학 연구원으로 근무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떨어졌다”며 “그나마 지금 강사 생활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5년이라는 시간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긴 공백기간이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간 강사 수입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과외 등을 하다 보니 따로 연구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인 크리스 랭턴은 월남전 당시 반전평화의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해 대체복무로 병원에서 근무했고 그때 연구했던 프로그램으로 인공생명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감 기간 동안 감옥에서 썩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대체복무제를 통해 사회에 군복무 못지 않게 공헌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랭턴 같은 경우가 참 부러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심부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다 2004년 9월 출소했다. 이씨는 “출소 이후 2005년 봄까지 취업을 하기 위해 원서를 제출한 곳만 20여군데였다”며 “운 좋게 면접까지 가도 병역거부 사실이 밝혀지면 면접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병역거부가 이슈화되고 해서 실력대로 채용해주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되다 보니 말로만 들었던 현실의 장벽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결국 재무 전문가가 되겠다던 당초의 꿈을 접고 지인을 통해 지난해 조그만 중소기업에 취업했다”며 “지금도 가끔 동료들끼리 군대 이야기를 하면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어떻게 병역을 면제받았느냐’고 물으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이들은 “우리들이 ‘병역거부자’이지 ‘병역기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가 유엔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그나마 우리는 행복한 경우로 아예 취업조차 못해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유진기자 actvo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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