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사진···2015 ‘포토다큐’

2015.12.31 07:05

사진 한장, 한장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경향신문 사진부의 ‘포토다큐’에는 우리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2015년 한해의 ‘포토다큐’를 추려봤습니다.

■ 우리 눈빛만으로도 충분했지… 수고했다, 내 새끼! (1월 31일자)


고려응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참매가 박용순 응사의 버렁에 놓인 먹잇감을 채며 비상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고려응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참매가 박용순 응사의 버렁에 놓인 먹잇감을 채며 비상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매사냥은 남녀 간의 연애와도 같은 것이지! 서로 믿음을 쌓고 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해.” 대전의 응방(매를 포획하고, 조련하고, 사냥하는 국가기관)에서 만난 박용순 응사(매를 길들이거나 매사냥을 하는 사람)는 벌써 6개월째 동침을 하고 있는 보라매(1년이 넘지 않은 어린 참매)와 열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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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익한’ 가수다… ‘무명 가수’ 김동식의 꿈 (2월 28일자)


무명가수 김동식씨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무명가수 김동식씨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김광석처럼 되고 싶었던 가수가 있다. 호프집과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타를 꿈꿨던 무명 가수 김동식씨(44). 1990년대 중반 대구에서 김광석과 함께 두 번이나 무대에 설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1996년 서울의 한 음반기획사 오디션도 통과했다. 가수생활 20년에 두 장의 앨범을 냈고 자작곡도 100여곡이나 된다. 한데 단 한 곡도 히트하지 못했다. 무명이라고 해서 그의 노래에 감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그가 왜 무명인지 의아해한다. 그게 세상이다. 세상일은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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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은 자라지 말고, 이 눈빛만 자라다오 (4월 4일자)


시에나는 성인남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곳 이주여성지원센터 역시 남자라곤 아기 둘 뿐이다. 그래서인지 성인남성을 보면 울거나 숨기 바쁘다. 하지만 결국 궁금증이 무서움을 이겼다. 가만히 기다리자 쇼파 아래에서 브로콜리 같은 머리를 올리며 조심스레 카메라를 바라본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시에나는 성인남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곳 이주여성지원센터 역시 남자라곤 아기 둘 뿐이다. 그래서인지 성인남성을 보면 울거나 숨기 바쁘다. 하지만 결국 궁금증이 무서움을 이겼다. 가만히 기다리자 쇼파 아래에서 브로콜리 같은 머리를 올리며 조심스레 카메라를 바라본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시에나는 남자 어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이주여성지원센터 역시 남자라곤 아기 둘뿐이다. 그래서인지 남자 어른을 보면 울거나 숨기 바쁘다. 궁금증이 무서움을 이긴 걸까. 가만히 기다렸더니 소파 아래에서 브로콜리 같은 머리를 내밀며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생후 14개월인 시에나의 엄마 모니카는 케냐에서 왔다. 고향에서 반정부 활동을 한 남편은 어디론가 끌려갔고, 사형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온갖 고초를 겪은 모니카는 케냐를 탈출해 한국에 왔다. 시에나를 낳고 난민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G1 비자를 받아 국내 체류는 가능하지만 취업은 불가능하다. 그마저도 해마다 연장해야 한다. 케냐에 두고 온 큰딸을 데려와야 하는데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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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고, 뛰고, 돌리고 색다르다… 이유는 같다 “춤이 즐거우니까” (5월 9일자)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춤을 왜 추세요?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지루해서요.” “운동이 될 것 같아서요, 살도 좀 빼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싶어서요.”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공통적인 것 하나. “즐거우니까.”

공연을 준비하는 홍대 앞 댄스홀의 젊은이들, 일과를 마치고 모여 땀 흘리는 중년 여성들, 화려한 조명의 ‘해방공간’ 콜라텍의 노인들, 추는 춤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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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그리고 삶, 두 개의 무대 (6월 20일자)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김하늘, 그녀는 드러머다. 홍대에서 인디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 10년. 여성 록밴드 ‘스토리셀러’의 멤버로 5년을 활동했다. ‘예리밴드’의 일원으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방송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홍대 클럽무대뿐 아니라 국내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관중들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밴드 이름으로 정규 앨범도 발매했다. 현재는 여성 2인조 인디뮤지션 ‘미미시스터즈’의 세션으로, 3인조 팝밴드 ‘더룸’의 멤버로 활동한다. 아침엔 김밥을 팔고 오후엔 드럼을 가르친다. 빈곤을 감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인디뮤지션. 무대 위, 눈부시지만 짧다. 무대 아래, 고달프고 길다. 삶과 음악이 하나 되는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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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도 빼앗지 못한 눈빛 (8월 1일자)


비르한 유치원 5세반에서 한 아이가 유난히 크고 투명한 눈을 반짝이며 노래를 배우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비르한 유치원 5세반에서 한 아이가 유난히 크고 투명한 눈을 반짝이며 노래를 배우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에티오피아 시다마 존(Zone) 훌라 지구(Woreda)의 비르한 유치원, 아이들의 눈망울은 투명하고 깊었다. 이국땅의 피부색 다른 동양인을 보는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비르한’은 에티오피아어로 ‘빛’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의 남루한 옷에서 먹고 사는 것의 궁핍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이 몰려왔을 때 처음엔 ‘무엇을 달라’는 의미로 짐작했다. 하지만 금세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맑은 눈망울에 순박한 수줍음과 따뜻한 관심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천진한 표정 앞에서 가난을 전제로 한 선입견들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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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처럼 만나 바람처럼 사는 제주 보헤미안 (8월 29일자)


지 다리오가 장사를 마치고 해변을 걷고 있다. 늘 붙어다니는 둘은 결혼이후 다리오가 친구 초대를 받아 외박을 한 하루 빼곤 떨어져 본 적이 없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지 다리오가 장사를 마치고 해변을 걷고 있다. 늘 붙어다니는 둘은 결혼이후 다리오가 친구 초대를 받아 외박을 한 하루 빼곤 떨어져 본 적이 없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벌써 신발이 4개나 돼 너무 욕심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야.” 통장 잔액이 300만원이 넘으면 열 일 제쳐놓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부부가 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34·한국)와 다리오(36·스페인) 부부다. 낡은 중형 카메라 한 대와 유통기한이 15년이나 지난 필름을 들고 이들을 찾았다. 철 지난 필름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지와 다리오는 8년 전 인도에서 처음 만났다. 사랑에 빠진 둘은 간신히 굴러가는 봉고차를 구해 세계 각지의 시골을 여행했다. 음식은 자연에서 얻었고 구부러진 나무에 잎을 얹고 모닥불을 피우며 잤다. 한국으로 들어온 둘은 혼인신고를 했고 거처를 제주로 옮겼다. 늘 함께인 이들은 ‘지다리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실제로 이 부부는 지난해 다리오가 친구의 초대를 받아 하루 외박한 것 빼고는 떨어져 아침 해를 맞이한 날이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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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 사람을 기다리는 곳…사라지는 추억의 ‘차부집’ (9월 19일자)

어둠이 내리자 차부슈퍼의 간판 불빛이 마을 길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마을 주민을 기다리는 등대처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차부슈퍼 앞에서 버스가 떠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어둠이 내리자 차부슈퍼의 간판 불빛이 마을 길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마을 주민을 기다리는 등대처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차부슈퍼 앞에서 버스가 떠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버스 옆구리를 쾅쾅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그때 그 버스 안내양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현금처럼 버스표를 받아주던 학교 앞 분식점은 아직도 떡볶이를 팔고 있을까? 10장이 한꺼번에 인쇄된 버스표를 교묘하게 잘라 11장을 만들었던 학교 친구는 잘살고 있을까? 반쯤 찢은 버스표를 내고도 들키지 않았다며 자랑하던 친구였는데…. 시골에는 버스표를 팔던 가판대가 없었다. 버스가 정차하기 좋은 길목에서 장사를 하는 식당, 방앗간, 잡화점, 이발소에서 버스표를 팔았다. 이런 가게를 차부집이라 불렀다. 차부(車部)는 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터미널이란 뜻이다. 차부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옛 풍경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버스정류소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차부슈퍼의 시간은 멈춰 있다. 달력, 시간표, 요금표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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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너는 내 운명! (10월 3일자)


지리산 사진 찍는 구례군청 김인호씨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리산 사진 찍는 구례군청 김인호씨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반야봉은 초겨울이 예쁘고, 노고단은 골안개 낀 능선이 사진 ‘뽀인뜨’고, 천왕봉은 가을에 중봉에서 바라본 뒷모습이 최고랑께….”

전남 구례군청 김인호씨(53)는 군청 사진 담당 공무원이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군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밭이랑처럼 굵은 주름과 검게 그을린 얼굴은 천생 농부의 모습이지만 정작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다. 군청 행사와 홍보 관련 사진을 담당한다. 구례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산은 놀이터이자 일터다. 봄이 되면 노오란 산수유꽃을 카메라에 담고, 여름에는 원추리꽃이 만개한 노고단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피아골 단풍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눈 덮인 지리산 능선을 타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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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기억…망각과의 싸움 (10월 31일자)


단원고 2학년 10반 이경주의 편지. 의리파 경주가 친구들 고민상담을 해주며 받은 쪽지와 편지다. 학교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던 춤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단원고 2학년 10반 이경주의 편지. 의리파 경주가 친구들 고민상담을 해주며 받은 쪽지와 편지다. 학교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던 춤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또래 아이들은 ‘꿈’을 안고 대입 수능장으로 향한다. 그날 이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꿈’은 책상 위에, 진열장에, 상자에 그대로 갇혀 있다. 가족들은 간절한 그리움에 울고‘기억하지 않는’ 사회와 싸우며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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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손가락 파이터 장원준…장애, 덤벼라 (11월 14일자)


장원준(코리안 탑 팀)이 지난 10월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TOP FC 9 MAIN MATCH 제3경기에서 전정윤(울산 팀 매드)을 상대로 파워 넘치는 공격을 하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장원준(코리안 탑 팀)이 지난 10월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TOP FC 9 MAIN MATCH 제3경기에서 전정윤(울산 팀 매드)을 상대로 파워 넘치는 공격을 하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에 손가락이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태어났는지 이유도 모른 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 놀림이 싫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태권도 도장을 찾았습니다. 소년은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소년은 사회 약자들을 돕고 싶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 이종격투기(UFC)를 우연히 접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격투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격한 운동을 하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버지와 담판을 벌이기 위해 1종 대형 운전면허와 중장비 등 자격증 6개를 땄습니다. 만약 운동을 포기하면 고향으로 돌아오겠다는 조건부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헬보이’로 불렸습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헬보이’. 그의 이름은 장원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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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꿈이 없느냐고, 이 소년에게 물을 수 있을까 (11월 28일자)


반찬을 만들기 힘든 엄마는 아무 불평 없이 밥을 먹는 민재가 고맙고 미안하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반찬을 만들기 힘든 엄마는 아무 불평 없이 밥을 먹는 민재가 고맙고 미안하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단 하나, 엄마의 눈이 다시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기름값 때문에 잠을 자는 안방에만 난방을 한다. 그래서 민재(13·가명)의 공부방은 늘 썰렁하다. 전기난로가 민재의 시린 가슴을 데우는 유일한 온기다. 엄마에게 한창 응석부릴 나이지만 민재는 그럴 수 없다. 앞을 못 보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재와 같은 아이들에게 ‘왜 꿈과 희망을 갖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꿈꾸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민재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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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땅에 핀 꽃 (12월 26일자)


삼탄아트마인 레일바이뮤지엄. 석탄가루가 수북이 쌓인 광차 궤도 위에 붉은 꽃이 피고 있다. 검은 땅 위에 피는 문화예술의 꽃이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삼탄아트마인 레일바이뮤지엄. 석탄가루가 수북이 쌓인 광차 궤도 위에 붉은 꽃이 피고 있다. 검은 땅 위에 피는 문화예술의 꽃이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광산의 흔적이 사라지면 광부의 땀도 잊혀진다. 2억년 세월을 캐던 광부들의 터전이 체험관과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광부들의 치열했던 삶의 기억을 붙들고 있다. 곡괭이질 멈춘 폐광산에 꽃이 피고 있다. 광부들이 지옥의 문이라 부르던 수직갱 입구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됐다. 흉물스럽게 버려진 폐광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강원 정선의 광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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