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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금 의혹’ 당일 쓴 김대중 전 대통령 일기 공개···“바르게 산 자에게 패배 없다”

2017.12.08 18:00 입력 2017.12.08 18:45 수정

김택근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김택근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8년 ‘100억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국민의당 박주원 의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경향신문 8일자 1면 보도) 김 전 대통령의 공식 자서전과 평전을 집필한 작가가 비자금 의혹 제기 당일 김 전 대통령의 일기 내용을 공개했다.

<새벽: 김대중 평전>을 쓴 김택근 작가가 8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2008년 10월20일 “한나라당 검사출신 국회의원이 내가 100억 원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가지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간교하게도 ‘설’이라 하고 원내발언으로 법적 처벌을 모면하면서 명예훼손의 목적을 달성코자 하고 있다”라고 일기에 썼다.

또 “나는 그동안 사상적 극우세력과 지역적 편향을 가진 자들에 의해서 엄청난 음해를 받아왔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는다. 하느님이 계시고 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이 있다. 그리고 당대에 오해하는 사람들도 내 사후에는 역사 속에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바르게 산 자에게는 영원한 패배가 없다. 살아서도 승자, 죽어서도 승자, 이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썼다.

김 작가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주성영 의원이 국회에서 100억짜리 가짜 양도성 예금증서를 휘두르며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자 김대중 대통령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라며 “대통령의 회한과 절규가 가슴을 훑는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김 전 대통령에게 직접 자서전 집필의 의뢰받고 41차례 구술 인터뷰를 통해 초고를 집필한 인물이다. 초고를 김 전 대통령이 직접 검토·수정해 2010년 <김대중 자서전>이 출간됐다. 또 김 작가는 국정노트, 일기, 육필 메모 등의 미공개 자료까지 모아 <새벽: 김대중 평전>을 쓰기도 했다.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DJ 100억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2008년 10월은 국세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창 진행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촛불집회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에 이어 ‘DJ 비자금’ 의혹까지 정치쟁점화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고소했다. 이듬해 2월 대검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100억원짜리 CD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 냈고, 2010년 9월 주 의원은 벌금 300만원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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