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2020.05.01 17:29 입력 2020.05.01 17:30 수정 사진·글 이상훈 선임기자

코로나19 시대의 농촌 외국인 노동자들

고단한 농사일을 마치고 숙소 앞에 모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램프를 켜고 불을 피워 곱창과 간 등 돼지 부속고기를 굽고 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고단한 농사일을 마치고 숙소 앞에 모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램프를 켜고 불을 피워 곱창과 간 등 돼지 부속고기를 굽고 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지난달 25일 이른 아침, 경북의 농촌마을 해발 400m 고지대에 자리 잡은 한 농장이 외국인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농장에는 ‘적화(꽃따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4쌍의 부부를 포함해 1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사과나무에 핀 꽃을 분주하게 솎아주었다. 휴대폰에 담긴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음악소리에 일꾼들의 웃음소리도 섞였다. 농장 주인 조모씨(59)는 “심성이 착하고 순수해 열심히 한다”며 “3~4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자가 손으로 일일이 사과나무꽃을 솎아주고 있다. 가운데 꽃만 남기고 나머지 4~5개의 꽃들은 따줘야 과일의 생육에 도움이 된다.

한 노동자가 손으로 일일이 사과나무꽃을 솎아주고 있다. 가운데 꽃만 남기고 나머지 4~5개의 꽃들은 따줘야 과일의 생육에 도움이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오가 되자, 농장주 집 앞 데크에 모여 앉았다. 아침에 숙소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은 고향음식 ‘팟까이’와 ‘남픽꿍’이다. 부부들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는 부부가 조를 이뤄 다시 일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사과농장에 오기 전에는 고추밭에서 모종을 심었다고 했다. 사과나무 적화 시기가 지나면 복숭아농장으로, 마늘밭으로 이어지는 농촌의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에 사과를 딴 뒤에야 쉴 틈이 생긴다.

경북 북부지역의 한 사과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외국인들의 노동력은 절대적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한 사과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외국인들의 노동력은 절대적이다.

오후 6시, 하루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숙소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 시간 넘게 달렸다. 인력사무소에서 마련해준 숙소에는 3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마을 입구 숙소에서 생활하는 부부 2쌍의 집 앞에는 하루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불을 피우고 곱창과 간 등 돼지부속고기를 구웠다. 고된 노동에도 표정이 밝았다. 태국 출신 니키(29·가명)는 세 살배기 아들을 본국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1년 전 부인과 함께 이곳에 왔다. 1년 더 돈을 벌어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랜다고 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작업을 마치고 점심 테이블에 앉은 노동자들이 숙소에서 준비해 온 고향음식 몇 가지로 소박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작업을 마치고 점심 테이블에 앉은 노동자들이 숙소에서 준비해 온 고향음식 몇 가지로 소박한 식사를 하고 있다.

세 살배기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한국에 왔다는 태국 출신 니키가 휴대폰에 저장된 아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세 살배기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한국에 왔다는 태국 출신 니키가 휴대폰에 저장된 아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외국인들의 일손은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최근 사정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본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노동자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모씨(70)는 멀쩡한 집을 두고 노동자들 숙소 근처에 가건물을 지어놓고 지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아침에 농장으로 태워가려고 숙소에 와보면 밤사이에 타 지역 업자들이 데리고 가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농촌은 이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고, 또 이들도 맘 편히 더 체류하고 싶어 한다. “이 사람들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심다.” 김씨의 한숨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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