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史

합주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단원 각자가 한 곡 길이의 수백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인다. 악기마다 합창에 맞는 소리를 찾고 악보를 숙지해 외워야 비로소 협주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한 노동이다. 하지만 연습하며 흘린 땀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기 양주시립합창단에서 일하는 성악가 김민정씨(38)는 일주일에 2번 출근을 한다. 출근한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을 연습하며 근무한다. 주 6시간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근무 시간이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월 60시간 미만으로 아주 짧은 시간 계약해 일하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은 온전히 다른 단원과 협업하는 시간이에요. 그 전에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협업이 이뤄질 수 있어요. 집에서는 연습할 수 없으니 연습실도 빌리고 시간을 투자해서 악보를 마스터하죠. 그래서 개인연습 시간도 노동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양주시립합창단에서 일하는 성악가 김민정씨는 일주일에 2번 출근해, 주 6시간을 일하는 초단기근로자다. 초단기근로자는 근무 시간이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월 60시간 미만으로 아주 짧은 시간 계약해 일하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유명종 PD

경기 양주시립합창단에서 일하는 성악가 김민정씨는 일주일에 2번 출근해, 주 6시간을 일하는 초단기근로자다. 초단기근로자는 근무 시간이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월 60시간 미만으로 아주 짧은 시간 계약해 일하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유명종 PD

알토 파트의 수석단원인 민정씨는 1년에 서너 차례 큰 규모의 음악회와 청소년 등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연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0월 합창단은 ‘가을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다. 관객 없는 유튜브 중계였다. “봄과 가을, 초겨울 성수기에 공연을 많이 해요. 연주하면 수당이 있기는 하지만 저와 같은 비상임은 급여도 적은데 상임과 비슷한 수준의 수당을 받죠. (한 달에) 75만원으로 사실 생활하기가 힘들잖아요.”

지자체 소속의 예술단원들은 ‘상임’과 ‘비상임’으로 나뉜다. 상임 단원으로만 구성된 예술단도 있고 상임과 비상임이 혼재된 곳도 있다. 상임 단원은 매일 정규적으로 출근해 보통 월 250만원 이상의 급여와 공연 수당을 받는다. 비상임은 주 2~3회 출근해 3시간 정도씩 근무하다보니 월 5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데 연주 수당은 상임 합창단과 비슷한 6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양주시립합창단은 비상임 단원들로만 구성됐다. 낮은 임금으로 업무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상임합창단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양주시립합창단의 단원 임금은 월 50만원이었다. 올해 7월 단체협약으로 월 75만원으로 올랐지만 인접한 남양주시립합창단의 비상임 일반단원 임금(월 143만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월 소득이 적다보니 단원들은 택배업체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민정씨도 개인 과외를 한다.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은 온전히 다른 단원과 협업하는 시간이에요. 그 전에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협업이 이뤄질 수 있어요. 집에서는 연습할 수 없으니 연습실도 빌리고 시간을 투자해서 악보를 마스터하죠. 그래서 개인연습 시간도 노동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종 PD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은 온전히 다른 단원과 협업하는 시간이에요. 그 전에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협업이 이뤄질 수 있어요. 집에서는 연습할 수 없으니 연습실도 빌리고 시간을 투자해서 악보를 마스터하죠. 그래서 개인연습 시간도 노동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종 PD

앞서 법원은 ‘출근하지 않더라도 개인 연습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연차수당 지급 청구 소송에서 “(출근하지 않고 진행한) 개인 연습도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근무시간에 해당한다”며 개인 연습도 출근한 것으로 간주해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주일에 6시간 일하는 것에 비해서 임금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6시간은 연습실에 와서 협업(합창)하는 시간이에요.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곡을 완성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임금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이들은 합창단 일이 ‘알바’ 아니냐고 해요. 저희는 여기가 본 직업이고 올인합니다. 여기가 직장이 맞습니다. 레슨이나 택배가 ‘알바’예요. 갑자기 합창단 일정이 잡혀도 거기에 맞춰 다른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요.”

양주시립합창단원들은 양주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함께 2018년 9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양주시의회가 ‘노조 결성’을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하더니, 양주시가 합창단과 교향악단 단원 전체에게 해촉을 통보했다. 단원들은 길거리에서 음악회를 하며 복직 투쟁을 벌였다. 지난해 5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며 양주시에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김씨는 “노동조합을 조직한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우리는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그랬듯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어요. 전태일 같은 선배 노동자가 있었기에 노동환경이 많이 개선됐죠. 지금 우리의 투쟁도 미래의 노동자들이 평등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유명종 PD yoopd@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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