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체 도입한 백신, 마음대로 맞혀도 되나요?

2021.08.18 16:58 입력 2021.08.18 17:04 수정

18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우리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160만1천회분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우리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160만1천회분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모든 직원에게 자사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기로 하면서 한국 화이자도 국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부 주관 접종과 무관하게 백신을 자체 접종키로 했다. 방역 당국은 “사전에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쳐 국내 허가된 제품을 자체적으로 공수해 접종하는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정부는 제약사가 아닌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백신을 들여와 접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국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접종 의사에 따라 별도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자사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 접종을 자체 실시하고 있다. 이는 화이자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앞서 화이자 사는 미국 내 임직원에게는 자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 등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 주도로 내국인에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한국화이자 측은 국가 차원으로 도입되는 물량과는 별도의 백신으로 접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정부와 규제 기관 및 보건 당국과 충분한 논의와 협력을 거쳐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같은 접종이 절차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화이자사가 직원들에게 자체 접종하는 물량은 질병청과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에 허가된 제품들을 조금 더 공급하는 차원이라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사전에 협의를 했기 때문에 (국가) 접종시스템에 등록을 하는 형태로 통합해서 접종 여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는 향후 다른 제약사들이 화이자 사와 같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사 백신을 도입해 접종할 경우 이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손 반장은 “개별 회사가 자기가 지불하는 선에서 자기 직원들에게 접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나 다른 회사에서는 현재 이런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별도의 기관에서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주한 미군은 자국 군인을 대상으로 모더나 백신을 맞히기로 하면서 한국 국적의 카투사 병사들에게도 같은 백신을 맞히겠다고 했다. 당시 모더나 백신은 식약처의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정부는 “주한미군에 소속된 한국군과 의료진은 주한 미군이 관장해온 점을 감안해 정부가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에는 대구시가 한 외국 무역회사로부터 300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중앙 정부에 관련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는 화이자 측이 인정한 정상 경로가 아닌 데다 해당 제안의 진위 여부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밝혀져 자체 도입이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자체뿐 아니라 자사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는 일반 기업이 백신을 들여와 자체 접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백신 제조사들이 각국 중앙정부나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판매하기 때문에 지자체나 일반 기업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은 없다”며 “화이자는 이미 국내 공급 중인 통관 및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을 더 공급하는 식으로 자체 사용을 할 수 있지만 백신 회사가 아닌 민간 회사는 통관이나 허가 자체가 불가능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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