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여자들

'출근하는 여자들'은 용기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여성들의 존재에 주목합니다. 남성이 다수인 곳에서 스스로 영역을 개척하고, 세상이 ‘길이 아니다’라고 말해도 묵묵히 확신의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진짜 나의 일을 찾은 것인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지치고 혼란스러운 출근길에 이들이 이야기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출근하는 여자들] 경정선수 김인혜



직업을 바꾸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한 종목에 몰입해 온 엘리트 운동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경정선수 김인혜(32)는 그 용기를 냈던 사람이다. 스물둘, 인생의 전부였던 축구를 더는 할 수 없게 됐을 때 그는 이름도 생소한 경정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경정은 프로스포츠에서는 드물게 남녀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에 등록된 269명의 선수 중 여성은 40명. 김 선수는 전체 선수 중 상위 15%에 해당하는 ‘A1등급’ 선수다. 경정선수로 ‘이직’하기 전까진 축구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후 그의 선수 생명은 천천히 저물고 있었다.

김인혜 선수는 경정선수로 이직하기 전까진 축구선수로 뛰었다. 너무나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하게 되었을 때, 경정선수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위험한 직업”이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그래도 ‘경정이라면 여성도 선수로서 오래 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사진 권도현 기자

김인혜 선수는 경정선수로 이직하기 전까진 축구선수로 뛰었다. 너무나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하게 되었을 때, 경정선수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위험한 직업”이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그래도 ‘경정이라면 여성도 선수로서 오래 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사진 권도현 기자

여성 축구선수들에겐 코치나 지도자 기회도 제한적인 현실. 그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공단 관계자로부터 경정선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너무나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해야 했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그래도 ‘경정이라면 여성도 선수로서 오래 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한번 결정을 내린 후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20대를 “경정에 갈아 넣었다.” 데뷔 초반 물과 스피드에 대한 공포증에 시달렸을 때도,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성장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8월 11일 하남시 미사 경정 공원에서 막 경기를 끝낸 김 선수(국민체육진흥공단·12기)를 만났다. 그는 “출발선 앞에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면서도 “바로 그 점이 경정의 매력”이라고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 올린 사람 특유의 여유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경정선수가 됐는데 물 공포증이 생겼다



물 위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순위를 겨루는 경정은 아직은 낯선 스포츠다. 선수가 직접 노를 저어 경쟁하는 ‘조정’과 혼동하는 이들도 많다. 경륜·경정법에 의해 시행되는 경정은 경마나 경륜처럼 관중이 선수에게 베팅을 할 수 있는 오락성 경기다. 선수들은 매주 화·수요일 성별과 관계없이 똑같은 선수복, 똑같은 모터보트를 갖추고 경기에 출전한다.

이날 28회차 제4경기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이었던 그는 나머지 5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경기장 내 선수동으로 돌아왔을 때도 담담한 얼굴이었다. “예상은 못 했어요. 생각대로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첫 번째 턴에서 제 배가 조금 휘청거려 놀랐거든요. 1등은 그냥 좋아요. 아무 생각 안 나죠.”

8월 11일 김인혜 선수가 미사 경정공원 경기장에서 2021년 28회차 제 4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날  김인혜 선수는 나머지 5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8월 11일 김인혜 선수가 미사 경정공원 경기장에서 2021년 28회차 제 4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날 김인혜 선수는 나머지 5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수상 위의 모터사이클’이라는 표현처럼 경정은 물 위를 빠르게 질주한다. 시속 80㎞ 이상을 내는 보트가 경기장 세 바퀴(약 1800m)를 도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시작과 함께 속도를 높여 주행하다가 도는 지점(턴마크)에 다다르면 서로 안쪽 코스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툰다. 가속도가 붙은 배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뒤집히거나 다른 배와 부딪히는 위험한 순간도 있다.

-경기를 직접 보니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어요. 배가 부딪칠까 봐 두렵지는 않으신가요?

“처음 배를 탔을 때는 저도 부딪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정도까지 (깊게) 들어가도 절대 부딪히지 않는다’는 감각이 생겼어요. (위험해 보여도)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순위를 놓쳐버리니까 그 틈을 캐치하고 빨리 들어갈 줄 알아야 해요.”

-언제부터 그런 감각이 생겼나요?

“4~5년 차쯤부터요. 그때부터 과감하게 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첫 경기는 기억나지 않는데 신인 때는 맨날 꼴찌였어요. 처음에는 신인들끼리만 경기를 치르는데 그때 제 프로필 보시면 5위, 6위, 5위, 6위 밖에 없어요. 그때는 (배를 타는 게) 정말 무서웠고 속상했죠. 남들은 잘 타는데 저는 무서워서 타협하고 있으니까….”

-무엇이 제일 무서우셨나요?

“스피드, 턴하는 스피드요. 남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물 위에서 보트를 탄다는 게 진짜 무서웠어요. 어렸을 때 물에서 많이 놀긴 했는데 그 물이랑 이 물이랑은 다르더라고요.”

-물이 무서우면 경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텐데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시합 없으면 영종도 훈련원에 매일 가서 배를 탔어요.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타는데 저는 맨날 울면서 탔죠. ‘스피드 선회’라고 레버를 꽉 잡아서 속도를 내는 주행법이 있는데, 동기들이 다 스피드 선회를 할 때 저는 레버를 잡지조차 못했어요. ‘이 정도까지는 안 무서우니까 탈 수 있어’ 하면서 매일 레버 잡는 면적을 조금씩 늘려갔어요.”

마지막이라는 절박감이 ‘계단식 성장’으로



물이 무서웠다는 김 선수는 원래 축구선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10대 대부분을 축구장에서 보냈다. 좋아한 만큼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당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원하는 대학 진학엔 실패하고, 실업팀 입단 후에도 제 기량은 회복하진 못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을 때 그는 공단 관계자로부터 “키도 작고 가벼운데 경정 선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김인혜 선수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에 앞서 선수복을 입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인혜 선수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에 앞서 선수복을 입고 있다. 권도현 기자

-종목을 바꾸는 것에 고민은 없었나요?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어요.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가 직업이기도 했으니까요. 고민 많았죠. 경정이 위험한 것도 알았고 주변에서도 말렸어요. 계약 만료를 예상했을 당시엔 지도자 과정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축구는 남자 코치가 대부분이어서 비전이 크지 않더라고요. 페이도 많지 않고요. 반면에 경정은 선수 생활이 더 길다는 말을 들었어요. ‘해보다 안 되면 다른 거 하면 되지’라고 시작했는데 20대를 갈아 넣었네요. (웃음)”

2012년 1월 경정 12기 후보생으로 선발된 그는 1년간의 합숙 훈련을 거쳐 정식 선수가 됐다. 함께 훈련원을 졸업한 10명의 선수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기수 꼴찌를 다투던 그는 8년이 지난 지금 성적 순위 전체 10위, 상금 순위는 9위다.

-훈련원 생활은 어땠나요.

“힘들었어요. 원래는 여자 후보생이 2명이었는데, 함께 하던 언니가 중간에 나가서 저 혼자 6개월간 남자 기수들과 생활했어요. 훈련 끝나고 방에 돌아가서도 말할 사람이 없으니 8, 9시쯤 그냥 불 끄고 자고…. 저는 나름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교관 선생님들끼리는 ‘쟤 우울증 온 거 같다’고 말씀하셨었대요.”

-데뷔 초엔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잖아요. 이 길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진 않았나요.

“신인 때는 선배들이랑 ‘우리 이러다가는 몇 년 안에 퇴출당할지도 모른다, 워킹홀리데이 가야하는 거 아니냐’고 했죠.(웃음) 마지막은 아니지만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 열심히 한 것도 있어요. 축구를 그만두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갑자기 사무직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었고요.”

-여성 운동 선수들은 은퇴 후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니 더 절박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진짜 훈련밖에 없어서 훈련만 했어요. 계속 연습을 하니까 실력이 느는 게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연습의 결과가 시합에서 나오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그의 성장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졌다. 데뷔 첫해인 2013년엔 5, 6위만 반복하다가 3, 4위를 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었다. 2014년부터는 1위를 하는 경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2014년 4회, 2015년 6회, 2016년 13회, 2017년 15회 등 개인 다승 기록도 꾸준히 경신했다.

모터보트가 정박된 데크 위에 선 김인혜 선수는 “출발선 앞에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면서도 “바로 그 점이 경정의 매력”이라고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 올린 사람 특유의 여유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권도현 기자

모터보트가 정박된 데크 위에 선 김인혜 선수는 “출발선 앞에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면서도 “바로 그 점이 경정의 매력”이라고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 올린 사람 특유의 여유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권도현 기자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고 믿고 버티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솔직히 남들이 1, 2등할 때 매일 5, 6등 하면 속상하긴 하죠. 그래도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다른 선수들을 의식해 무리하다가 부정 출발을 하게 되거나 배가 전복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그렇게 되기가 싫어서 천천히 갔던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여자 후배들이 믿지를 않아요. 잘하는 선수를 보고 따라 하고만 싶어 하죠. 그러니 ‘라떼는…’하기 싫은데 자꾸 ‘라떼’하게 되고…. (웃음)”

특히 여자 선수들끼리의 관계는 끈끈한 편이라고 했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녹화된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기술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듣기도 한다. 경기 전날 훈련원에 입소해 숙식을 함께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체’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 선수는 “여자가 남자보다 소수다 보니 더 잘 뭉치려고 한다”고 했다.

-경정은 남녀가 같은 조건에서 함께 경기를 치르는 종목이라는 점도 특이해요. 경기력에 성별의 차이가 있나요?

“완전히 같은 조건은 아니에요. 여자 선수들은 최소 몸무게가 51㎏, 남자 선수는 55㎏ 이상이거든요. 몸무게가 가벼우면 배가 잘나가서 유리한데, 보트를 잡기(배가 일어날 때 발로 배를 누르면서 가는 것)가 어려워요. 여자 선수들은 키가 작고 힘이 약하다 보니 배가 튕기거나 전복하기 쉽죠.”

-그럼 경정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판단력이요. 함께 스타트를 끊어도 어떤 선수는 턴마크 바깥쪽에서 휘감기를 하고, 어떤 선수는 안쪽에서 찌르기를 시도하죠. 그 짧은 순간의 판단력이 중요해요. 거기에서 순위가 바뀌니까요. 운동이라기보다는 게임 같아요.”

-체력보다는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네요.

“주변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것 같다’는 말도 듣는데 실제로 그래요. 성적이 안 나오거나 기술이 안될 때의 스트레스가 없진 않지만, 그 안에서 제가 잘 한 것을 찾아 힘든 점을 없애려고 해요. 그냥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그 안에서 제가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잠깐 짜증 나고 속상해도 그 감정을 계속 끌고 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8월 11일 미사 경정공원내 선수동에서 경정12기 김인혜 선수가  플랫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8월 11일 미사 경정공원내 선수동에서 경정12기 김인혜 선수가 플랫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선반인’의 삶



인터뷰 전 모터보트가 정박한 데크 위에서 사진을 찍던 그에게 경기 직전 이곳에 서 있는 기분을 물었다. 어느덧 중견 연차가 된 그는 “심장 터질 것 같다”면서도 바로 그 점을 경정의 매력으로 꼽았다.

“솔직히 일하면서 ‘심장 터질 것 같다’고 느낀 적 없지 않아요? 부정 출발도, 전복도, 사고도 선수 책임이기 때문에 경기 전엔 엄청 예민해져 있어요. 그래도 1등을 하면 그런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죠. 안 되던 기술이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도 있고요.”

오락성 경기인 경정은 승부 조작 방지를 위해 선수 통제가 엄격한 편이다. 선수들도 경기 전날인 화요일, 선수동에 입소하기 전까진 어떤 모터를 배정받고 어떤 경기에 출전할지 알 수 없다. 핸드폰을 반납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된다. 선수들은 순위에 따라 상금을 배분 받고, 한 해에 출전할 수 있는 경기 수도 달라진다. 성적이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다.

선수들이 느끼는 극한의 긴장감은 경기 규칙과도 관련이 있다. 경정은 ‘플라잉 스타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한다. 수면 위 질주를 하다가 경기장 내 기준 시계(대시계)가 0초에서 1.0초 사이일 때 수면 위 가상의 출발선을 통과해야 한다. 통과시간이 0초보다 ‘플라잉’, 느리게 출발하면 ‘레이트’로 부정출발이다. 1초도 안 돼 벌어진 실수로, 선수는 몇 달간 출전에서 제외되고 수입이 끊긴다.

-경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나요.

“좋아하긴 하지만 추천은 안 해요. 저는 처음부터 잘 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특히 ‘플라잉’을 했을 때 스트레스는 가족에게도 말하기 힘들죠. 선수들만 알아요. 제가 플라잉을 했을 땐 두 달을 쉬었거든요.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저는 아무 능력이 없잖아요. 힘들었죠. 지금도 힘들어요. 코로나 때문에요.”

‘선수 반, 일반인 반’이라는 뜻의 ‘선반인’은 그가 경정선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꺼낸 단어다. 경정은 다른 종목과 다르게 지도자가 없다. 멘탈 관리, 기량 관리 모두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1월과 11월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당연히 수입도 끊겼다.

축구선수에서 경정선수로 이직한 김인혜 선수는 한번 결정을 내린 후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20대를 “경정에 갈아 넣었다.” 데뷔 초반 물과 스피드에 대한 공포증에 시달렸을 때도,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성장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권도현 기자

축구선수에서 경정선수로 이직한 김인혜 선수는 한번 결정을 내린 후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20대를 “경정에 갈아 넣었다.” 데뷔 초반 물과 스피드에 대한 공포증에 시달렸을 때도,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성장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권도현 기자

-경정 선수가 코로나로 타격을 받았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2살을 그냥 먹었어요. 마음속 나이는 아직 서른인데…. 제 생활은 말씀드렸듯 그냥 경정이에요. 저는 A1등급이어서 한 달에 경기를 2~3번 정도 치르는데 2주 훈련, 2주 경기를 하면 시간이 금방 가거든요. 그런데 작년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아서 계속 기다리고…. 수입을 생각하면 고정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경기가 있을까 봐 고정적인 일을 하지 못하니 배달 알바만 짧게 했어요.”

-그렇다면 경정을 계속하게 하는 ‘일의 기쁨’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좋아요. 직장인보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요. 경기의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요.”

-경정 선수엔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8점이요. 힘들긴 한데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경정이 (프로스포츠로서) 운영이 더 잘 되어서 경기장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10점, 아니 100점일 거예요. 그건 모든 선수가 다 바라는 거예요. 쉬지 않아도 되니까요. 코로나19로 시작된 온라인 발권도 알려지고, 젊은 선수들도 들어와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정을 즐겼으면 해요. 일단 저는 쉰 살까지는 할 생각입니다. (웃음)”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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