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광고 재차 ‘불허’한 서울교통공사…인권위 “공사 광고 규정,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2022.03.23 12:00 입력 2022.03.23 19:01 수정

서울교통공사의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재심의 요청 거절 관련 공문. 4.16해외연대 제공.

서울교통공사의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재심의 요청 거절 관련 공문. 4.16해외연대 제공.

4.16해외연대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두고 지하철 3·4호선에 게재하려고 했던 추모 광고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또다시 ‘불허’ 결정을 받았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4.16해외연대는 지난 21일 세월호 8주기 광고를 승인받기 위해 공사에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내부 절차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사는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재심의 건은 의견광고 심의 절차에 따라 오는 3월 중에는 (심의) 개최가 어려움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4.16해외연대는 오는 28일부터 광고를 게재하려고 했는데 공사 측 거부로 게재가 어렵게 됐다.

공사는 지난 10일에도 해당 광고가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될 소지가 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불허 결정은 광고심의위 심의위원 9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한다. 광고에는 노란색 상의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과 함께 ‘지금도 알고 싶습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살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4.16해외연대는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내고 “대선 직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광고 게재를 불허한 공사의 결정이야말로 정치적”이라며 반발했다.

4.16해외연대는 광고 게재 승인이 이뤄질 때까지 신청 절차를 계속 밟겠다고 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공사는 우리가 지쳐서 광고 진행을 더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의견 광고도 공사로부터 거절됐다가 (인권위 권고에 따라) 지난 2월 약 7개월 만에 게재된 것처럼 저희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4.16 해외연대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에 게재하려 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4.16해외연대 제공.

4.16 해외연대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에 게재하려 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4.16해외연대 제공.

인권위는 공사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공사의 광고관리 규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9일 공사가 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 소송을 응원하는 지하철 광고 게재 신청을 사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불승인한 데 대해 차별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자 공사는 지난 1월20일 개정 중인 광고관리규정 점검사항만 인권위에 전달했다. 기존 규정에 있는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광고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지’라는 항목을 삭제하되 ‘소송 등 분쟁과 관련있는 사안에 대해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 및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라는 항목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공사가 신설하려는 항목이 광고자율심의 규정 내용보다 좁게 해석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공사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권고 불수용’으로 판단하자 공사 측은 이날 “신설하겠다고 회신했던 ‘소송 등 분쟁과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 및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 두 항목도 신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고 게재 여부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에서 내리며, 공사는 해당 결정에 어떠한 관여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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