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인 20일 중증 지적·뇌병변 중복장애인 홍서영씨(18)와 어머니 이은정씨(51)를 자택에서 만났다. 홍씨는 최근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로 보름째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딸이 장애로 의사소통이 힘들고, 또 대부분의 병원이 장애 친화적이지 않아 진료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하루종일 딸과 함께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10년간 안고 다녔어요. 병원에 가니 무릎 관절염이 빨리 왔다고 해요.” 무릎이 아파도 딸을 돌봐야하니 입원과 수술은 엄두도 못 낸다. 거기다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이씨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 대부분이 앓고 있다”고 했다. 부모들은 힘든 점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 혼자 고민을 떠안고 있다는 게 우울증의 이유다.
이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회적 시선과 환경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 의견을 제시하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스로가 편견에 맞서려 하지만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의 가장 큰 소망은 장애인들이 성인이 된 후에 독립해서 지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딸아이가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