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피해보상”“미국서 중형”···권도형 송환지 놓고 와글와글

2023.11.26 15:59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넌 3월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넌 3월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을 승인하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 사이에서 권 대표의 송환지를 두고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기대 형량이 높은 미국에 송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 대표의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법원 홈페이지에 밝혔다. 현재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 송환을 요청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이다. 법원은 여권 위조 혐의로 선고된 4개월의 형기가 끝난 뒤 법무부 장관이 두 국가 중 송환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권 대표의 송환지를 두고 피해자들 의견이 둘로 갈렸다. 테라·루나 폭락으로 2억원 가량 피해를 봤다는 A씨는 26일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가서 중형을 받으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한국 피해자들의 채권 보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원했다. 그는 “이미 재산을 다 빼돌려 현실적으로 얼마 받지도 못하겠지만 한국 검찰의 주장을 믿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돼야 피해 보상이 용이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권 대표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아야 국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권 대표의 자산 2333억원을 동결한 상태이지만 올해 검찰이 환수한 범죄수익이 전체 보전금액의 1.6%에 불과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불확실한 보상에 기대기보다 미국에 보내 중형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루나 코인이 폭락해 총 27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오픈 채팅방 ‘루나 테라 적극 대응’의 이용자 ‘루나피해’(닉네임)는 “그냥 평생 감옥에서 속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며 “500만원, 1000만원 이렇게 보상하는 거면 그냥 안 받고 제대로 된 처벌을 줘서 정신적 위로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1억5000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은 신모씨는 루나코인 고소 및 피해자 모임 단톡방에서 “피해보상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피해액의 25% 이상 보상되길 바라며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미국 송환을 지지한다고”고 말했다. 한국에서 피해 구제와 처벌이 어떤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구제 가능성은 매우 낮고 처벌도 가벼울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되면 검찰은 테라·루나 사태의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기소할 때처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루나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 전 대표에게 이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가상자산 범죄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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