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당국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을 승인하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 사이에서 권 대표의 송환지를 두고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기대 형량이 높은 미국에 송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 대표의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법원 홈페이지에 밝혔다. 현재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 송환을 요청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이다. 법원은 여권 위조 혐의로 선고된 4개월의 형기가 끝난 뒤 법무부 장관이 두 국가 중 송환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권 대표의 송환지를 두고 피해자들 의견이 둘로 갈렸다. 테라·루나 폭락으로 2억원 가량 피해를 봤다는 A씨는 26일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가서 중형을 받으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한국 피해자들의 채권 보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원했다. 그는 “이미 재산을 다 빼돌려 현실적으로 얼마 받지도 못하겠지만 한국 검찰의 주장을 믿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돼야 피해 보상이 용이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권 대표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아야 국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권 대표의 자산 2333억원을 동결한 상태이지만 올해 검찰이 환수한 범죄수익이 전체 보전금액의 1.6%에 불과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불확실한 보상에 기대기보다 미국에 보내 중형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루나 코인이 폭락해 총 27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오픈 채팅방 ‘루나 테라 적극 대응’의 이용자 ‘루나피해’(닉네임)는 “그냥 평생 감옥에서 속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며 “500만원, 1000만원 이렇게 보상하는 거면 그냥 안 받고 제대로 된 처벌을 줘서 정신적 위로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1억5000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은 신모씨는 루나코인 고소 및 피해자 모임 단톡방에서 “피해보상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피해액의 25% 이상 보상되길 바라며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미국 송환을 지지한다고”고 말했다. 한국에서 피해 구제와 처벌이 어떤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구제 가능성은 매우 낮고 처벌도 가벼울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되면 검찰은 테라·루나 사태의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기소할 때처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루나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 전 대표에게 이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가상자산 범죄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