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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캐릭터 논란’ 이후 여성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넥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넥슨 보이콧’에 나선 이들은 여성혐오 댓글이나 아이디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다 이번 사태에는 과잉 대응을 한 넥슨의 행보에 대한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불매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여성혐오 침묵하더니…” 여성 유저들의 #넥슨_탈퇴_챌린지 [플랫]

15년 차 넥슨 유저였던 김모씨(27)는 최근 불매를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 6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집게손에 의미가 있다는 말에 힘을 실어주는 넥슨을 보며 (2016년) 김자연 성우의 티셔츠 사건 이후로도 제작자들의 인식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액션을 취하지 않아 지금 같은 사태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불매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음에 안 드는 프로젝트의 작업자 중 여성이 있다면, 언제든 작업물을 없앨 수 있다는 믿음을 게임사가 줬다고 본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넥슨 게임을 해온 유저들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들인 탑’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 20년 넘게 넥슨 유저였던 김다솔씨(31)는 “(불매는) 기억을 들어내는 수준이다. 보관하고 싶은 옛날 일기장을 타인의 잘못으로 전부 불태워야 하는 꼴”이라면서도 “하지만 사람이 잘리고 살해 협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넥슨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19년 차 넥슨 유저였던 윤모씨(27)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에 휩쓸려 페미니즘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데 앞장선 기업의 서비스를 더는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며 “세계적으로도 여성혐오적 운영은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넥슨이 여성 이용자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짚었다.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최모씨(25)는 “여성 이용자가 많은 트위터에 비판 여론이 많아도 반영이 전혀 되지 않고, 디씨·인벤 같은 게임 커뮤니티의 조회 수와 댓글이 주로 고려된다”고 했다. 게임 내 여성 차별적 상황들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집게손가락 논란’에 대한 넥슨의 사과 공지가 올라온 지난달 말 이후 SNS에는 ‘#넥슨_탈퇴_챌린지’ ‘#넥슨_불매_챌린지’ 등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 유저는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여자 한정 사상 검증하는 넥슨” “반복되는 마녀사냥에 앞으로도 쭉 불매할 것을 다짐한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남초 커뮤니티의 ‘마이크’가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회장은 “게임산업에서 여성 유저의 존재는 지워지고 있다”며 “(이번) 불매운동은 ‘소비자 니즈는 너희가 파악한 것과는 다르다’는 소비자 운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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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이 남성지배적인 여가 문화로 남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시장이나 소비자를 봤으면 한다”고 했다.

▼ 박채연 applaud@khan.kr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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