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누가 MZ일까?

점선면

[Lite] 💤 누가 MZ일까?

4분 2023.04.11

노동 주52시간 MZ세대 세대론 노동조합

🤞

일단 나는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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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4.11. 화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 큐레이션을 맡은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논쟁적인 내용을 다룬 뉴스 전해드릴게요.

지난 한 달 동안 노동 시간 논란이 뜨거웠죠. 처음에는 주 69시간까지 가능하다더니 나중에는 또 주 60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고 오락가락해 혼란스러웠어요. 오늘은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정부가 주간 노동 시간을 늘린다고 할 때도, 다시 그 말을 주워 담을 때도 그 근거로 인용하는 MZ세대.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요?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이 자꾸 일방적이고 무신경하게 MZ세대를 불러내는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글은 2분 분량이에요.

☑️ 정부가 정책과 MZ세대를 연결짓는 'MZ 프레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 'MZ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경험한 한국 사회는 다 같은 모습일까?

☑️ MZ세대, 청년과 무엇을 하고 싶다면 '어떤 청년'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누가 MZ인지 모르겠다

2023. 04. 10.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국민의힘 청년 지도부가 'MZ노조'라고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등을 만나 노동시간 개편안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모든 정책을 MZ세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단어 ‘MZ’는 시장 트렌드 분석이나 미디어의 소비를 넘어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주 69시간 근로제와 국민연금 개편 논란에도 ‘MZ노조’ ‘MZ세대’ 등 MZ 프레임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MZ가 호명되는 용례를 살펴보자. 능력주의 및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는 세대로 특징지어지며, 청년담론을 한 차례 휩쓴 바 있다. 최근에는 양대 노총의 관행을 거부한다는 소위 ‘MZ노조’의 출범이 부각되기도 했다. 예능에서는 업무시간임에도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버릇없는 캐릭터로 조롱받기도 한다. 다양하게 소비되기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개인주의’ ‘경쟁에 익숙함’ ‘개성 강함’ 등으로 정리할 수는 있다.

1990년생으로서,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에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MZ를 호명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한 ‘어떤 기억’을 지우려 하거나, 심지어 새까맣게 잊은 것처럼 구는 것은 기가 차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다가 세월호에서 수많은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수영에 능숙한 학생이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했지만,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양보한 사람은 살지 못했다.

단지 거리를 걷고 있었을 뿐인데, 행정과 안전 시스템이 붕괴된 탓에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디 그뿐일까. 청년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라에서 하루에 일곱 명은 산재사고로 퇴근하지 못한다. 반지하나 고시원에 산다는 이유로 재난의 위협 속에 시달려야 한다. 무책임한 국가의 방치 속에 아무런 잘못 없이 전세금을 날린 세입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사회에서 가르쳐준 것은 개인주의나 개성이 아니다. 살아남으려면 나 혼자서라도 잘해내야 한다는 ‘생존본능’에 가깝다. 위협과 아픔의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외면하는 공동체나 국가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욱 서글픈 사실은, 어디에 기댈 곳이 없어서 혼자 살아남기를 선택한 청년들에게, 정치가 버팀목이 되기보다 생존의 영역과 가장 관계없는 사람들만 ‘MZ’로 불러내서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고 있다.

MZ로 호명되는 사람들과 내가 기억하는 시간이 다르다면, 그냥 나는 MZ가 아닌 걸로 하겠다. 부모의 자산으로 자기 집을 소유하는 데 성공한 청년에게 반지하 침수나 전세금 미반환의 위협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다. 주 69시간을 일했으니 회사에 휴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비정규직 청년은 우리 사회에 존재할 수 없다. 청년과 무엇을 하고 싶다면, ‘어떤’ 청년인지부터 명확히 밝히자.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 깡통전세와 지옥고의 세입자,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들을 빼놓고, MZ로 ‘퉁치는’ 것은 그저 철 지난 청년팔이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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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최근 노동시간 개편 논란을 한번 되짚어 볼게요.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7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에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만난 경험을 들어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좋다더라"고 말했어요. 이게 지난 3월6일 주 69시간 발상이 나오기까지 가이드라인이 됐다고 보여집니다.

논란이 일자 이를 뒤집는 데도 청년, MZ세대를 불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어요. 노동부도, 국민의힘도 즉각 의견을 듣겠다며 이른바 'MZ노조'라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 협의회)'를 잇따라 만났습니다.

정부는 MZ세대를 동원해 노동시간을 개편하려고 했지만, 정작 새로고침 협의회는 개편안을 강하게 반대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 정부는 MZ세대가 원하는 노동시간이 따로 있는 것처럼 자꾸 몰아갔지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심지어 'MZ노조'조차 실체가 없습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지난 2월 결성할 때부터 줄곧 "우리는 'MZ노조'가 아니다"라고 말해왔거든요.

유준환 새로고침 협의회 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흔히 MZ세대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가치관과 우리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다만, 그러한 가치관이 20·30대라서, 특정 연령대이기 때문에 일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고침 협의회 역시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입니다.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연구직의 입장을 강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그들에게 귀를 열어야 한다면 '젊은 사람들'이 아닌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새로고침 협의회에서 자꾸 특정 세대의 입장만을 찾으려 하다가 스텝이 꼬인 정부. 이한솔 이사장이 썼듯 납작한 세대 구분을 동원하는 대신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의 경험까지 폭넓게 들어달라고 바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까요.

🔗 MZ세대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는다

세상은 잊을만하면 새로운 세대를 호명하고, 그들의 존재가 꽤 이질적이라거나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MZ세대를 놓고 그렇지만, 1990년대에는 X세대를 놓고 그랬습니다.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는 그런 역사의 배경에는 심리적 위안을 찾는 기성세대의 욕구가 깔렸다고 진단합니다.

🔗 MZ든 아니든 우리는 퇴근을 못 해요

정부가 실체도 불분명한 MZ노조를 찾을 때 경향신문은 주 52시간 상한 규제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찾았습니다. 보통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한 달 연장근로시간이 200시간을 웃도는 노동, 상상이나 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