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일을 대충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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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일을 대충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5분 2023.04.25

일 일터 노동 산업재해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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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4.25. 화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의 큐레이터 최미랑 기자입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하는 기사를 골라 전해드리고 있어요.

화요일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집에서든 일터에서든,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일이 쉽지 않은 순간이 있게 마련이지요.

어떤 때는 주어진 일이 너무 어렵고 버거워서 문제이지만,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보잘것없고 하찮게 느껴져서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대충하고 싶지만, 그 순간 늘어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나를 위한 길인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아본 일이 독자님께도 있나요?

그런 마음을 읽어낸 칼럼을 발견해 소개합니다. 오는 28일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을 앞두고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이 쓴 글이에요. 약 3분 분량입니다.

☑️ 사람들에겐 일을 잘 해내려는 본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내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제도의 빈틈이 메워지고 사회가 굴러간다.

☑️ 미국 연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요양시설의 노인 사망률은 노동조합이 있는 시설에서 10.8%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노인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등 힘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일하는 사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다.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 사건이 이를 잘 드러낸다.

잘 하려는 노력이 존중받도록

2023.04.24.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사진 : 언스플래시 Marvin Meyer

몇 년 전 지인들과 식당에 앉아 있는데, 군 장성이 관사의 공관병을 사노비처럼 부려먹었다는 TV 뉴스가 흘러나왔다. 일행 중 한 명이 자신도 공관병으로 근무했다며, 뉴스에서처럼 별별 허드렛일을 다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인 것이, 분명히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담아 일을 하고 있더란다.

“직접 시장에 가서 하나라도 더 좋은 거 사려고 흥정하고,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할까 고민하고. 그러다 갑자기 저녁에 외부 일정이 생겼다니까, 섭섭한 맘이 드는 거예요. 맛있는 거 차려놨는데…. 아니, 장교가 저녁 먹고 들어온다는데 내가 왜 섭섭한 거야? 진짜 황당하지 않아요?” 일행은 박장대소했다.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즐거워요. 일이 좋아 죽겠어요. 52시간이 뭐예요, 69시간, 120시간 계속 일하고 싶어요. 아마 이런 직장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일 그 자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작가 프리모 레비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서 수용소에서의 강제노동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종종 내 동료들에게서 (가끔은 나 자신에게서도)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잘된 일’에 대한 열망이 매우 뿌리 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주어진 것이 가족이나 자신에게 해롭고 적대적인 노동이라 할지라도 ‘잘하도록’ 무던히 애썼으며 ‘잘못’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뉴캐피털리즘>에서 “사람은 누구나 일을 제대로 해내려 노력함으로써만 스스로의 삶이 아무렇게나 흘러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간은 기계와 다르게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신만의 요령을 고안해내기도 하고, 시키지도 않은 새로운 시도를 이것저것 해보면서 더 나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 애쓰기도 한다. 회사가 아무리 세세하게 업무지시를 한다고 해도, 노동자들이 정말 딱 주어진 일만 한다면 현실의 일터는 돌아가기 어렵다. 현실 일터에는 수많은 빈틈이 존재하고 그것을 매끄럽게 잇고 때로는 힘겹게 채워나가는 것은 인간, 노동자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일하는 사람에 대해 보이는 존중은 턱없이 부족하다. 성취감과 자부심은커녕,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일하다가 몸과 마음을 다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노동건강연대가 지난 3월 한 달, 언론에 보도되어 알려진 사망 사례를 집계한 것만 해도 69명에 달한다.

매년 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날이다. 국내에서는 달력에 표기조차 되어있지 않지만, 한국 사회가 금과옥조로 삼는 미국만 해도 노동부 산업안전보건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 기념일 소개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기념식 정보가 공지되어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기념일에 맞춰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기본권에 포함시킨 작년 6월 결의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미국 48개주 1만3350개소의 요양시설에서 노동조합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거주 노인 사망률을 비교, 연구한 결과가 흥미롭다. 노동조합이 있는 요양시설의 노인 사망률이 10.8% 더 낮았다. 숫자로 환산하면 약 8000명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노동조합은 유행 초기부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유급병가, 마스크와 보호장비, 검사와 모니터링, 감염자 격리 조치 등 노동자의 안전은 물론 노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요구하고 실행을 감시했다. 이는 사업주가 시킨 것도, 고객들이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일을 잘해내기 위한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단결된 힘이 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날 올해의 국제캠페인 구호는 마침 이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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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참 만에 마을버스를 탈 일이 있었습니다. 전광판에는 진작부터 곧 도착한다고 알림이 떴는데, 몇 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정류장이 기다리는 사람으로 북적이게 되었어요.

마침내 조그만 초록색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기다리던 사람들을 꽉 채워 태운 채로 차가 출발했습니다. 기사님은 마음이 급하신지 커브에서도 엄청 속도를 내셨어요. 낡은 버스가 몹시 덜컹거렸고, 이러다 급정거라도 하면 큰일이겠는데 싶었습니다.

무전기를 통해서 누군가 계속해서 기사님에게 시간을 못 맞춘 데 대한 책임을 물으며 재촉하고 있었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 고령의 기사님은, 늦은 이유를 이렇게 저렇게 해명하랴, 더는 늦지 않게 차를 몰랴 그야말로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겨우 너덧 정거장을 가는 동안 몹시 불안해서, 내리자마자 큰 한숨을 내쉬었어요.

일하는 사람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을 때, 그 일의 결과가 좋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존중받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기사님의 차를 탈 때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상상해 보면요.

콜센터에서 실습하던 고등학생 고 홍수연양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크린도어 정비 일을 맡았다가 구의역에서 숨진 김군도, 모두 그날의 일을 잘 해내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출근했을 거예요.

대충하는 게 더 어려운 그 마음을 악랄하게 착취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오늘 나의 일터에서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안전과 건강은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번 한 주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 저출생·불평등의 열쇠는 노동시간에 있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사흘은 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언뜻 허황된 상상 같지만, 많은 나라들이 이미 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은 모든 선진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 근거와 맥락을 인터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혐오의 대상 아닌 삶의 변화 주체, 노동조합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우리 사회가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로까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와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노조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터의 갖은 부조리를 바로잡고 한국 사회 곳곳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낸 주체가 노조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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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의 이야기

📬 "근래 이슈가 되는 사안들이 아무래도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다루다 보니, 이를 바로잡는 실천적 행위가 더욱 인상 깊게 남았어요. 여전히 우리 사회 안에 빛이 있는 듯 하여 희망을 가지게 하는 기사였습니다.

우리는 꽤 자주 착각을 하는 듯 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선에 있다고요. 그런데 실상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렇게 평등한 사회는 아닌 걸 금방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공정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평등’이라는 가치와 함께 가고 있었나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부끄러움도 드네요.

그런데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이들이 있다니 반가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접근에 편안함을 더한 탓인지 저 또한 실천의 방식을 생각하고, 그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네요. 비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지요. 좋은 길을 제시해주신 기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은아님)

📬 "계단뿌셔클럽에 대해 알게되어 좋았습니다. 저도 꼭 참여하고 싶네요.

저는 제가 사는 지역은 교통이 편리해서 좋다는 말은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로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의 편리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사는 장애인도 저처럼 교통이 편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란조님)

📝 "지난 4월21일 점선면Lite <혹시 계단뿌셔클럽?>을 읽고 독자님들께서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익숙한 풍경에서 차별의 장벽을 짚어낸 계단뿌셔클럽처럼, 점선면도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관점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