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학생인권 먹고 자란 악성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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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학생인권 먹고 자란 악성민원?

6분 2023.07.25

교육 교권 학생인권 인권 전교조

✊

지금 '교권'은 교사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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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7.25. 화요일

독자님, 혹시 주말 내내 먹먹한 마음 안고 지내셨을지 모르겠어요. 여러 생명을 앗아간 수해 이후에도 비극적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오늘은 초등 교사의 죽음이 촉발한 사회적 논쟁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지난 19일 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 장소가 일터인 학교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어요. 동료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신들의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는 많은 교사들이 '생존권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어요.

사건이 알려진 직후 정부는 교사 개인을 향한 집요한 악성민원, 무고에 가까운 아동학대 신고 등을 막을 대책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주말을 지나며 초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쪽으로요. 주무부처인 교육부 장관, 여당 정책위의장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4일 제도 개선 과제 중 하나로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언급했습니다.

교육 정책을 취재하는 남지원 기자는 이 상황을 두고 "수능을 개선한다며 이른바 '킬러문항'을 문제 삼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뜬금없는 행보"라고 평가합니다. 왜 그럴까요?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들이 전하는 초등 교사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이야기 이어갈게요. 기사는 2분 분량입니다.

☑️ 최근 초등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모두 학생인권조례 정비 필요성을 주장했다.

☑️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처럼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시키는 접근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 현재 초등 교사의 처지는 방어나 회피 수단 없이 민원인에 완전히 노출된 노동권 추락 상황에 가깝다.

"지금은 노동권이 추락하는 상황"

2023. 7. 23. 윤기은·전지현 기자

지난 2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사망 초등학교 교사 추모식. 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초등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대통령실 관계자)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하고 있다.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학생인권조례로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정부와 여당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교권을 되살려야 한다”는 명목을 앞세우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당정이 내세우고 있는 ‘교권 대 학생 인권’이라는 상호 대립 구도 자체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교사에게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주지 못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대신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 ‘책임 전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7년의 교직 경력이 있는 고교 교사 A씨는 한 달 내내 아침마다 “휴대전화 수리 비용을 물어내라”는 학생 부친의 연락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매일 등교시 학생을 통해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했다 하교 때 돌려주는데 이 학부모는 막무가내로 “물어내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는 교장·교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임 선에서 해결하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A씨는 교원평가에서 학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기도 했다.

A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 감당하게 하고, 성희롱 피해에도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현실이 문제”라며 “교권 보호책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체벌하고 싶어하는 교사는 없다. 현장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려 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기만이자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서초구 초등학교 앞 추모공간을 찾은 20년차 초등교사 이모씨도 “학생 인권과 교권을 묶고 싶지 않다. 따로 존중받아야 하는 게 맞다”며 “학부모 응대와 관련해 교육청이 해주는 게 없고, 교사가 소리 내서 요청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본인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년차 초등교사 신모씨는 “교사도 학생이었고, 학부모일 수도 있다”며 “학생 인권의 반대급부에 교권이 있는 게 아니다. 학생과 교사가 교실에서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시민단체 교육희망네트워크 김옥성 대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는 무분별한 체벌, 학교 폭력, 복장 제한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 교권침해 사건이 늘어난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교권을 노동 현장의 문제로 바라보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초등교사 B씨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이 들어오면 ‘지침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 민원인이 난동을 피울 때 상위 기관에 넘기거나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소송이나 민원 제도를 통해 교사가 민원인으로부터 취약하게 노출되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노동권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사와 학생, 한쪽이 무너져서 다른 한쪽이 높아지지 않는다.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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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하나같이 '교권 대 학생 인권'이라는 구도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어요.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관계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시소, 한쪽의 파이를 늘리면 다른 쪽의 파이가 줄어드는 제로섬 취급하는 발언입니다.

이 사회의 권리 관계를 이같이 규정하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부는 장애인의 권리, 노동조합의 권리, 성소수자의 권리를 두고도 번번이 제로섬의 인식을 퍼뜨렸어요.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인 '교권 대 학생 인권' 구도,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교권'은 무엇일까요? <교육학용어사전>은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의 권리, 교원의 권위'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추모 집회 연단에 선 교사는 말했습니다 "교사에게 권위가 아닌 존중을, 교사에게 권력이 아닌 인권을 보장해 달라." 교사들이 집회에서 주장한 권리는 거창한 권위가 아닌 '생존권'이었어요.

'교권'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단어를 걷어내고 현 사태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교사 현장의 목소리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당하는 갑질과 유사"한 현실을 읽어냈어요.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 인권의 개념을 접했기에 더 슬퍼하고 분노한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 일어나는 일은 인권 문제이며, 누군가의 인권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깎거나 줄여서 신장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사실 관계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방단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제정하는 법규입니다.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6개 단체만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있어요. 남지원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2014년 4009건에서 2018년 2454건으로 매년 줄었어요. 경기도가 처음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때가 2010년인데, 그 이후에도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오히려 감소했던 겁니다. 현 정부의 주장과 다른 실태를 보여주죠.

지금 교사들은 악성민원인(학부모 등)을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인권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요. 사회적 논쟁이 소모적으로 소진되지 않고,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 지도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일을 막거나, 하다못해 한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당부하는 '통화연결음'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왜 슬퍼하는가

동료 교사의 죽음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교사들을 불편해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숨진 교사가 일한 학교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거나, 추모의 뜻을 담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거둬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무엇을 왜 슬퍼하는지, 누구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선명하게 알아야만 슬픔의 되풀이를 막는다"라고 말합니다.

"애는 키워봤어요?"

초등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젊은 여성 노동자'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나이가 들었거나 남성인 교사들은 받지 않는 "결혼했냐", "애는 키워봤냐" 따위 질문을 젊은 여성 교사들은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학부모 관계뿐만 아니라 학교 업무에서도 성차별, 나이 차별이 남아있습니다. 플랫팀 유선희 기자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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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 수급자가 웃건 웃지 않건, 여행을 가건 가지 않건 그 모든 것은 실업급여의 수급을 제한하거나 줄이는 것과 관계되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번 기사를 통해 다른 관점을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익명의 독자님)

"저도 사실은 실업급여 정책에 대해서 '근로 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 기사를 보고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실업급여라는 정책의 목적이 '모든 사람을 구직에 성공시키자'가 아닌, '실업자에게 힘든 상황에서 잠시라도 숨통을 틔주고 그 숨통이 단 소수라도 구직에 성공 수 있다'라면, 정책을 유지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생각해요. 어려운 시기인 만큼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사브레님)

"비판하는 주체의 말을 인용하되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공격의 언어를 관심의 언어로 바꾸고 더 생산적인 논의로 이끌어 주었던 것 같아요. 20대 여성인 저에게는 단순히 실업급여의 문제로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우리 사회가 약자의 고통을 완전히 품진 못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부터도 노력해야겠습니다."(미드나잇메어님)

📝 "지난 7월21일자 점선면Lite <웃는 얼굴의 실업급여>편에 남겨주신 이야기예요. 점선면팀이 느낀 글의 힘을 많은 독자님들도 함께 느끼신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함께 읽고 싶은 글이 하나 더 눈에 띄어서 소개해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사회안전망으로서 도입 논의가 뜨거웠던 '전 국민 고용보험'에 관한 칼럼입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