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젠더 렌즈로 본 카타르 월드컵

11분 2022.11.25

카타르 월드컵 시골언니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경향신문 젠더데스크

🧡 Season2 🧡

VOL 13 . 2022.11.18~11.24

📢Today's Briefing : 플랫 레터가 짧은 가을방학을 마치고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입주자님들의 피드백, 기다릴께요. 오늘 레터에서는 카타르월드컵과 여성, 경향신문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젠더데스크 인터뷰 등을 담았어요.

Editor's Note

젠더렌즈로 본 카타르 월드컵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플랫 레터가 짧은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3주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네요.

우선 근황 먼저 전해드릴게요. 저는 쉬는 동안 코로나19 막막막차(!)에 탑승했답니다. (개편하겠다고 휴재해놓고, 어째 골골골 앓다가만 돌아온 기분입니다😂) 저는 처음 걸린 것이었는데, 주변에 재감염이 되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모두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플랫 구독자 애칭 공모 이벤트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답니다. 애칭은 '입주자'로 최종 결정됐어요. 그동안 '팔로워님'으로 불러야 할지 '독자님'이라고 불러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는데, 너무 너무 귀여운 이름을 지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플랫이라는 공간 안에서 오순도순 일상을 나누는 이웃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쏙 듭니다.

오늘 뉴스레터 주제는 ⚽카타르 월드컵⚽입니다. 24일 우르과이와 펼친 한국 대표팀의 조별 예선 첫번째 경기는 팽팽한 접전 끝에 0:0으로 마무리됐죠. 4년에 한 번, 월드컵 때만 '별안간 축구팬'이 되어버리는 저이지만, 그래도 월드컵 이야기를 젠더 관점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입주자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쏙쏙 뽑아왔습니다.

92년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심판 프랑스의 스테파니 프라파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들

1. 92년만에 월드컵에 등장한 여성 심판

23일 폴란드와 멕시코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스테파니 프라파르(프랑스·39)이 대기심으로 등장했습니다. 남성 월드컵에 여성 심판이 등장한 것은 92년 월드컵 역사 상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프라파르를 비롯한 6명의 여성 심판이 그라운드에 섭니다. FIFA는 남자 월드컵 심판에 성별 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성 심판이 FIFA 주관 남자 대회에 기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2017년 U17월드컵)이었어요.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성별이 아니라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면서 “중요한 남자 대회에 여성 경기 임원을 선발하는 것이 앞으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 카타르에 등장한 "여성, 삶, 자유"

지난 21일 이란과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는 "여성, 삶, 자유"가 쓰인 손팻말이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여성, 삶, 자유'는 두달 넘게 이어지는 이란 반정부 시위의 대표적인 구호입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끌려갔던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유엔은 이란 당국의 폭력 진압으로 두달 간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역시 경기 시작 전 이란의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며 시위 희생자를 애도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3. 성폭력 피해자의 처벌 가능성?

카타르 월드컵은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카타르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카타르에서 여성은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이나 유학, 공공기관 취업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혼외 성관계'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입니다.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여성들은 이 조항으로 인해 감옥에 가거나 태형을 당하기도 했어요.
영미권 일부 매체는 카타르를 방문한 자국 여성 축구팬이 처벌 받을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대회 기간 동안 치료차 병원을 내원한 여성들은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4. 벗겨진 완장과 '여왕 폐하의 배'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7개국 대표팀 주장들은 무지개색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러브 완장(One love)'을 팔뚝에 차고 경기를 하려 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이 무지개 완장을 찬 선수에게 옐로카드 벌칙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무산됐지만요.
한편 잉글랜드 대표팀은 카타르 앞바다에 1억파운드(1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크루즈를 띄워 화제가 됐습니다. 이 크루즈의 이름은 HMS WAG. HMS는 영국 군함에 붙는 표현(여(왕) 폐하의 배)이고, WAG는 배우자와 연인(Wives and Girlfriend)의 줄임말입니다. 한마디로 영국 축구 대표팀의 배우자와 연인를 위한 숙소인 셈이죠.
배우자와 연인을 위한 숙소를 크루즈에 마련한 이유는, 카타르의 치안 때문입니다. 공공장소 복장 규정이나 음주 제한 없이 자유롭게 경기를 즐기라는 취지죠. 하지만 초호화 크루즈가 벗겨진 완장과 함께 '카타르의 낮은 여성 인권에 대한 항의'로 읽힐 수 있을지 는 조금 의문스럽습니다.

5. 서방 매체에 부글부글 끓는 카타르인들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 개최에 쓴 돈은 2200억 달러. 우리돈으로 300조원에 달하는 거액입니다. 직전 러시아월드컵의 18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언론들이 카타르 월드컵을 보는 시각은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입니다. 이주 노동자 착취 문제, 성소수자 탄압,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한 등 카타르의 사회정치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대부분이고요. 영국 BBC는 개막식을 TV로 방영하지 않고, 대신 개최국의 인권탄압 대한 비판을 취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죠.
카타르 내부에서는 카타르를 향한 서구 매체의 보도가 위선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복장이나 음식에 관한 논란 뒤에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반영됐다는 것이죠.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6000여명이 사망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주 노동자 착취의 원인으로 지목된 '카팔라 제도'를 2020년 폐지하는 등 인권 개선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플랫팀 ｜ 심윤지 기자

갈팡질팡 페미니스트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이번주 플랫에서는

한주간의 중요한 이야기들

1. 성매매 여성 ‘불처벌’은 어떻게 페미니즘 선언이 되는가

유흥주점 근처에 형성된 모텔촌, 길가를 도배하는 성매매 업소 전단… 성매매가 불법인 한국의 흔한 거리 풍경이빈다. 한국 성산업은 최대 37조원 규모라 추산될 정도로 성행 중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기획한 책 <불처벌>은 성매매를 젠더 문제로 사유하고 성 산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첫 걸음으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 개정'을 지목합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성판매 여성들은 성폭력, 폭력, 절도 등 다종한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업주와 성구매자들은 이들을 착취해 얻은 이익으로 '거대한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합니다. <불처벌>에는 올해 초 발족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의 연구자·활동가·변호사들이 치열하게 사유하고 고민한 결과물이 빼곡하게 담겨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질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영경 기자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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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빗나간 '공화당 압승' 예측, 여성 표 위력 과소평가

11월8일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었죠. 민주당이 상원을 수성하고, 공화당이 턱걸이 다수당으로 하원을 탈환하면서 '민주당의 사실상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당초 예상됐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일레인 케이마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성 식자층이 여성의 표를 지속적으로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인구·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은 '소수자 이슈' 정도로 인식됐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누리던 이미 권리를 빼앗는 것은 정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김유진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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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난 몰랐어, ‘시골언니’ 삶이 이렇게 다채로운지!

지난 레터에서 '시골언니 프로젝트' 취재를 위해 순창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죠. 시골 언니들의 환대와 도시 언니들의 웃음에 저까지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는데요. 지난 22일 드디어 1회차 기사가 공개됐습니다.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농촌의 분위기는 청년 여성들이 귀농·귀촌을 주저하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하지만 장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마음 맞는 시골 언니들의 연대'는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거든요. 귀농을 결심하기 ‘전 단계’의 청년 여성에게, 지역에 먼저 정착한 ‘아는 시골 언니’가 줄 수 있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입니다. 귀농을 고민중인 도시언니들에게 시골언니들이 건네는 현실 조언을 플랫팀이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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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뉴스룸

놓치지 말아야 할 젠더 이슈들

🤗 올해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올해 95세의 앙헬라 알바레스가 그 주인공인데요. 아버지의 만류로 가수의 꿈을 접었지만 평생 손에서 기타를 놓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작곡가 겸 제작자인 손자 도움으로 첫 앨범을 냈습니다.

✔ “늦은 때란 없다. 나는 늘 싸웠다” 최고령 신인상 수상한 95세 가수의 소감

🤔 통계청이 22일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가족 돌봄'을 이유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 육아도 힘들었는데···부모 봉양도 여성몫? 가족돌봄으로 인한 여성경력 단절 빠르게 증가

😦 비뇨의학과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아본 여성은 5명 중 1명(18.6%)으로, 남성(37.2%) 대비 절반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를 의뢰한 대한비뇨의학과는 "요로감염, 요실금 등 여성의 배뇨 장애 질환도 비뇨의학과에서 치료받는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 비뇨의학과 가본 여성 18.6% 불과… 남성 대비 절반 수준

비하인드 뉴스

뉴스에 숨은 젠더 관점을 해설합니다

저출산? 저출생?

플랫팀은 지난 4월 25일 "저출생 해결엔 출산 보조금보다 성평등이 효과적… 한국의 교훈"이라는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이라는 뜻의 '저출산' 대신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현상이라는 뜻의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저출산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성차별적 언어"라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죠.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0월21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출생이라는 용어도 미래의 아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용어를 아무리 바꾸어도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것이 좋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은 그대로"라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출산율(fertility rate)과 출생률(birth rate)는 이미 학문적으로 다른 의미가 확립된 전문용어. (...) 용어 변경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출산과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성차별적 구조가 여성의 삶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다가도 의문이 든다. 저출생이란 용어는 괜찮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아이에게 책임을 돌린 건 아닌가? (...) 용어를 아무리 바꾸어도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것이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라는 국가주의적 발상은 끄떡 없다."

'성차별적 언어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언어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용어 그 자체보다는 언어 사용자의 태도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경향신문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든 임아영 경향신문 젠더데스크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언어에 정답은 없다는 거였어요." 임 데스크는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예로 들었어요.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는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경력보유'로 바꾸고 경력 인정서를 발급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임금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따른 것이죠. 하지만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단 경력단절은 통계청이 사용하는 공식 용어에요. '경력보유'라는 대체어엔 사회구조에 의해 경력이 좌절됐다는 의미도 전달되지 않죠.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볼때 가정을 돌보는 것이 왜 경력의 단절이냐'라고 묻는다면,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돼요. 취재원이 스스로를 '경력보유 여성'으로 칭한다면, 그건 제목으로까지 뽑아야 하는 표현이 되고요.“

결국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은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성평등한 보도인지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겠죠. 임 데스크는 '성평등한 의사결정구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외우다시피하는 부장들도 계세요. 물론 나이와 경험의 한계가 있으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할 순 있지만, ‘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계시기에 '그래서 너의 의견은 어떤데'라고 물어봐주시는거죠. 서로 다른 구성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저도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아요. 어떤 보도가 성평등적인지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통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커튼콜

플랫팀이 기사 뒤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봤어요.

임아영 소통·젠더데스크

📢 Flat's comment

젠더데스크는 경향신문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링하는 직책으로, 지난해 7월 신설됐습니다. 불필요하게 성별을 강조하거나, 성역할을 이분법적으로 고정화하는 표현은 없는지, 젠더 폭력 보도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이 잘 지켜졌는지 등을 관련 부서와 논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요. (플랫팀 기자들이 엄청 의지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젠더 보도를 기자들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입주자님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요. 플랫팀이 임 데스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Q 젠더데스크로 일하는 것은 어떤가요?

A "사실 관점을 문제삼을 만한 기사는 많지 않아요. 그만큼 조직의 성인지감수성이 올라갔다는 뜻이겠죠. 저는 회사를 오래 다녀서인지, 그 변화를 더 크게 느껴요. "젠더데스크가 꼭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점점 예민해지는데,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는 충분히 성평등하지 않으니,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젠더데스크를 만든 것이죠. 아무리 젠더 감수성이 있는 기자라도, 사건 중심 취재를 할 때는 팩트를 확보하는게 우선일 수 밖에 없어요. 뒷단에는 성인지감수성이나 피해자중심주의를 우선순위에 두고 기사를 보는 저같은 사람도 있어야죠. 모든 보도가 성평등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젠더데스크가 이를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의사결정구조가 성평등해지면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 오겠죠.

Q 젠더데스크로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요?

A "기사가 고쳐지는 모든 순간들...?(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선배가 있었는데, 저에게 오셔서 물어보시더라고요.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표현은 왜 문제인거야?'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동의가 안되는데 무작정 고치는 것보다, 제 의견을 물어봐주시면 제가 그 분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기사 수정을 요청하러 가면, 부장들이 '내가 잘 몰라서...'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그럼 '저도 잘 몰라요'라고 말씀드려요. 저도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부분이 많아요.

Q 육아와 결혼에 대한 글을 자주 쓰시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A "너무 빡쳐서요. (웃음)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보니 '빡치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빡칠 때마다 일기를 썼는데, 하루는 그걸 페이스북에 올려봤어요.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많이 오더라고요. 출간 제의가 와서 책도 냈고요. 저의 한계일 수도 있는데, 저는 한번도 '결혼하지 않는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아이를 낳고 돌보는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파트너를 만났어요.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저도 파트너도 많이 변하고 성장했죠. 하지만 파트너가 협력적인 사람이라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고요. 그 외의 모든 곳은 여전히 '엄마'가 디폴트이니까요. 최근 어린이집에서 '엄마표 도시락'을 싸오라는 가정통신문이 내려왔는데, 그걸 보자마자 거의 자리에서 튕겨져나오듯이 나와 전화를 했어요. "우리 집은 아빠가 도시락을 쌌는데 이런 표현은 아이의 성별 고정관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Q 아들 둘을 기르는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요?

A "아들들을 보다보면 남성과 여성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때 공부하던 페미니즘이 책속의 페미니즘이었구나 싶고... 예전엔 남녀 차이가 '사회화'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유전적으로 다른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아들들에게 강조하는게 있어요.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에 예민해지는 것, 동시에 내가 뭘 원하는지에 예민해지는 것. 저는 이건 학습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해요. 걱정되는건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부모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생각보다 작아진다는 거에요. 그래도 집에 '무서운 페미니스트 엄마가 있다'는 것의 영향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더 키워봐야 알 것 같아요. (웃음)

#Moodbooster

당신을 즐겁게 한 것들을 추천해주세요

추천인 : 플랫팀 심윤지 기자

추천사 : 팀장 추천으로 보게 된 뮤직비디오인데, 가사가 귀에 딱 박혀서 뉴스레터 쓰는 내내 '나쁜년..' '아주 그냥 나쁜년..' 이러고 있는 저를 발견... 뮤비는 한국 조폭 영화의 클리셰들을 때려 박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집사의 대사가 '처리했습니다'가 아닌 '처리했어요' 인게 특히 좋았어요. 나약함의 상징이었던 '여자어'를 보란듯 살린 말맛이 좋더라고요.

📢 Flat's comment

이 코너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요. 독자 여러분도 플랫팀이나 플랫 독자여러분께 '영업'하고 싶은게 있다면, 편하게 제보해주세요. 책,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영상, 음악, 인터뷰. 무엇이든 상관 없어요. 여러분들 즐겁게 하기만 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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