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피아] 🎓트렌드 서적의 그림자 : ‘조져진 Z세대'와 공포증

인스피아

🎓트렌드 서적의 그림자 : ‘조져진 Z세대'와 공포증

18분 2023.11.01

트렌드 Z세대 소비 콜포비아 사회

트렌드 서적의 그림자 : ‘조져진 Z세대'와 공포증

2024 Trend : ‘De-generation Z’ and phobias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103), 2023.11.1,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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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트렌드, Z세대, 소비, (전화)공포증, 사회

1.머리말
2.‘조져진 Z세대’ : 뚝배기와 뿌링클
3.주목받지 못하는 ‘그림자 트렌드’
4.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이제 2023년도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서점가에 ‘트렌드 리포트’들이 하나둘씩 깔리기 시작할 즈음인데요. 저도 매해 이맘때쯤 되면 서점을 걸어다니며 트렌드 서적을 쳐다보곤 합니다.

그런데 트렌드 서적을 펼쳐볼 때면 약간 갸웃해지기도 합니다. 보통 ‘Z세대(Gen Z·1995년 이후~2010년대 출생)’가 트렌드 서적들의 주된 분석대상인데요. 과연 ‘이런 Z세대 상에 딱 들어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서적 속 Z세대는 마치 ‘가상 인플루언서 인간’의 자기소개 같은 느낌인데요.(“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이 스물 두살, 활발한 성격, 프리다이빙과 요가, 세계여행이 취미, 매일 아침엔 운동, 패션 선두자, 트렌디한 맛집은 필수 체크...”) 딱히 나이 문제라기보다는, 저는 저 나이때도 별로 저렇게 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사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일단 학기 중에 알바라도 한두개 하면 저런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긴 힘들테니까요.

국내 최초의 ‘Z세대’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 영원한 22세이고 MBTI는 ENFP입니다. 로지의 인터뷰도 있습니다(링크). / 로지 인스타그램(링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이런 ‘Z세대’의 모습은 대체로 소비하는 주체로서의 모습입니다. 이런 Z세대 상에선 취업을 고민하고, 불안정한 삶과 물가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진단이 ‘전부’인양 부각될 때, 과연 우리 사회는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각 잡고 이런 트렌드 자체를 비판한다기보다는, 우리가 ‘트렌드’에만 주목할 때1) 간과할 수 있는 지점들을 한번쯤 해찰해보기로 했습니다.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이용규),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케이트 서머스케일), <2024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 등을 지팡이 삼았습니다.

1) 10월 31일 현재 온라인 서점에 '2024년 트렌드'로 검색한 결과 국내도서 총 25권이 나왔고, 이중 기술, 문화 소비 트렌드 진단과 관련된 서적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조져진 Z세대’ : 뚝배기와 뿌링클】

장면 #1. 한 해에도 몇번씩 수십만원 오마카세 식당에 가고, 호캉스를 떠나고, 백만원이 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하고, 친구들과 5성급 호텔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고, 아낌없이 ‘가심비’ 소비를 하다.

*가심비(價心比) = 가성비가 '객관적인' 가격 대비 만족감을 가리킨다면, 가심비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높은 가격도 불사하는 형태의 소비를 뜻합니다.

장면 #2. 돈을 아끼려고 학교 식당 1천원 조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전당포에 노트북을 맡기고 생활비를 쓴다. 2030 중 ‘쉬었음(비자발적 취업포기)’ 인구는 무려 66만명에 달하고(링크),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10년 새 약 40% 줄었다. 2030 우울증 환자는 4년만에 두배로 증가.(링크)

위의 두 장면은 소위 ‘Z세대’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1번에 속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과연 이들은 ‘같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미디어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일까요?

‘1000원 아침밥’을 먹는 대학생들의 모습. 물가가 오르며 식비 부담이 커지자 1000원 조식을 찾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왼쪽) ‘오마카세’라는 태그가 붙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68만여건이 넘습니다. ‘진짜 요즘 2030MZ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밥값 아끼려고 핫딜게(할인 상품 게시판) 뒤적이는데, 뉴스에선 오마카세니 호캉스니 하며 돈쓴다고 뭐라한다’고 적혀있습니다. / 연합뉴스, 인스타그램

이용규의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이하 <뿌링클을 사다>)는 ‘최저임금 일자리’와 ‘소비 유행’ 사이 발을 걸치고 있는 한 20대 청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독특한 제목은 저자가 처한 상황을 문자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그는 백반집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계란찜이 눌어붙은 뚝배기를 닦다가 손목이 너덜해진’ Z세대로, 동시에 걸그룹의 유튜브를 보고 때론 과외를 다니고 브랜드 치킨을 한달에도 자주 먹는 Z세대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궁금해합니다. - 왜 두 쪽 다 ‘Z세대’인 나의 모습인데, 최저임금을 받고 힘들게 뚝배기 닦는 건 ‘Z세대답지 않다’고 여겨지고 최신 먹거리와 유행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만 Z세대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걸까?

“컨베이어벨트처럼 밀려오는 뚝배기 156개를 닦았는데 그중 79개에 먹다 남은 계란찜이 그득 눌어붙어 있었다[…]그때부터였다 계란찜이 꼴도 보기 싫어진게[…]물론 이건 내 삶의 단면일 뿐이다. 다른 날 나는 대학에서 전공수업을 듣거나 ‘이달의 소녀’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거나 설거지보다 시급이 훨씬 높은 과외나 학원 강의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아닌 뒷주방 설거지 얘기를 하면 낯설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런 일을 하는 것은 20대, 서울 4년제 대학생, 혹은 Z세대의 모습이 아니라는 듯이…”

-이용규,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이하 동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하는 작업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Z세대라는 트렌드 위주의 단어에 가려진, Z세대의 ‘그림자 모습(DZ)’을 드러내겠다!’

<뿌링클을 사다>의 부제는 ‘조져진 세대(De Generation-Z)의 두번째 페르소나’인데요. 그래서 이 책에서 그는 ‘DZ세대’라는 말을 씁니다. ‘조져진 Z세대’ - Z세대의 그림자 모습을 일컫는 단어죠.

미디어나 다른 세대 아니면 ‘요즘 애들이 궁금한 어른들’은 이 세대를 문화(ESG, 개인주의, 감수성, 메타버스…)로만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건대 그런 문화는 서울의 중산층 이상 계층이 주도하는 문화다[…]동시대의 동년배로 살면서 Z세대란 이름이 어색한 이들이 있다고. 이들을 무어라 이름해야 하나. 나는 이들을 조져진 Z세대, DeGeneration Z라고 부르겠다. 그들이 이 세대의 두번째 페르소나다.

누구나 어느정도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자는 통상 최저임금의 힘든 일을 하거나 ‘플렉스’를 할만한 돈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의 측면은 미디어에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저자는 흔히 트렌드 서적이나 홍보문구들에서 ‘Z세대의 특징’이라고 강조되어왔던 것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 당사자의 입장에서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우선 Z세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여겨져왔던 ‘개인주의’는 저자에 따르면, 그닥 설득력이 없는 말입니다.

왜냐면 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로 얽히고 다투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온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만약 현실에서 이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에 가깝다고 강조합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하다보니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죠.

직접고용 비율이 줄어들고 파견직과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 일반화되었다.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적고 학창시절부터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었다[...]오히려 이렇게 읽는 게 옳다. 개인주의는 선택이기보다 학습이었고, 적극적 추구가 아니라 불가피한 체념의 산물이었다고.

이어 ‘N잡’ 등의 트렌드도 현실과 이상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트렌드 서적 속 ‘N잡러’들은 여러개의 ‘부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여러 일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해나가며 돈을 많이 버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하는데요. 실상 절대 다수는 쪼개기 알바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N잡을 하게 되는 것이죠.

‘N잡’ 노하우를 공유하던 한 1인채널이 채널 종료를 알리며 올린 공지 중 일부. “N잡이라는 것이 결국 나의 일을 하려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라며 N잡 대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간다는 취지입니다.(왼쪽) N잡의 핵심인 다수의 플랫폼 노동들은 기본적인 휴가나 보험 등의 안전망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DZ세대)가 유일하게 ‘Z세대 소비 트렌드’와 맞닿는 부분은 ‘뿌링클에 대한 취향’입니다. 뿌링클은 사실 꽤 비쌉니다.

보통은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는 필자지만, 뿌링클을 먹을 때만큼은 분수따윈 잊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날을 정하고 먹는 것도 아니고 자주 먹습니다.

왜 그럴까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치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적 품위”를 지키기 위해 -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은 가망이 없고, 이쪽이 훨씬 더 빠르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무언가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21000원. 이만한 돈은[…]백반집에서 8000원짜리 제육볶음이 아니라 7000원짜리 고등어구이를 선택하고, 서브웨이에서 1600원인 에그마요 추가를 단념하는 일을 몇번 거듭해야 적립되는 돈이라는 일이다. 그만큼 모인 인내심을 치킨 한마리와 바꿔먹는다[…]한달에 치킨을 다섯마리만 시켜도 10만원이다[...]나는 치킨을 입에 넣는 걸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허기를 채우려고 치킨을 시키는 게 아니다[…]이를 가심비, 소확행, 시발비용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이것은 분노억제제이다. 분수에 맞는 소비로 돈을 모으는 건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그 돈으로 뭘 할 것인가? 노동 소득으로 집을 살 것인가?

저는 이런 대목을 보며 과연 트렌드 서적에 실린 소확행 등의 키워드들이 뿌링클을 자주 먹는 ‘DZ’의 심리를 얼마나 제대로 짚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편 2023년 꽤 이슈가 되었던 ‘거지방’이라든지 ‘짠테크’에 대한 언급을 트렌드 서적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소비’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뿌링클을 사다>를 덮으면서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렌드 서적들은 소비 트렌드를 주로 다루고 있으니까, 애초에 이런 DZ의 현실을 제대로 그려내지 않아도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뿌링클을 많이 파는 것만이 목적인 회사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모은 돈으로 뿌링클을 사먹는지는 큰 관심사가 아닐지 모릅니다. 더욱이 뿌링클을 사먹을 수도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최대 목표가 뿌링클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때 - 트렌드 담론에 주로 의지해, Z세대를 마치 소비주체로서만 존재하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우아하게 돈만 잔뜩 쓰는’ 주체로 생각한다면 정작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아야할 많은 심각한 문제들이 왜곡되고, 지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마치 “‘시럽급여(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 사는”(링크) 사람들을 비난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요.

이런 세계관에서 Z세대들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소비를 할 수는 있지만 어떤 노동을 하며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모습들은 지워지게 됩니다.

【3.주목받지 못하는 ‘그림자 트렌드’】

주말엔 몇년치의 트렌드 서적들을 쌓아두고 죽 훑어보았습니다.

읽다보면 어느 일정한 ‘서사’가 반복됩니다. 상황은 항상 최악을 향해 치달아가고, 여러가지 난감한 일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트렌드 서적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주로 ‘밝은 지점’에 주목하곤합니다. 어떤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 있어도 계발, 진취적인 개인이 이를 주체적으로 파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소비를 통해서든, 혹은 트렌드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통해서든요.

최근엔 기술 발전 분야에 있어서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커지다보니, 이런 추세가 더 도드라지는데요.

특히 ‘챗GPT 광풍’이 휩쓸고간 뒤인 <2024년 트렌드 코리아>의 핵심 키워드는 ‘화룡점정(畵龍點睛·Dragon Eyes)’입니다. 휴먼 프롬프트, 도파밍, 분초사회 등 다양한 기술 관련 단어들이 10가지 키워드 안에 이름을 올렸고요.

*화룡점정=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하는 일을 이르는 말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들은 ‘용(기술 발전 흐름)에 올라타 용의 눈동자를 찍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가부를 떠나 그런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는 정당한 걸까? 등의 생각도 듭니다.

일단 계급적인 이야기는 치워두고 보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역사적으로 항상 많은 사람의 삶들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왔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특히나 <도둑맞은 집중력>(링크)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링크) 등의 베스트셀러들이 디지털 시대의 스트레스를 계속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말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의 행동이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의 발전 속도, 시스템적인 차원에서의 문제를 트렌드 서적은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2)

<2024 트렌드 코리아>의 10대 키워드 앞글자를 따면 ‘Dragon Eyes’가 됩니다. 여기서의 '용의 눈'은 AI 트렌드에 올라타 주체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화룡점정'의 능력과도 연결됩니다.(왼쪽)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표지 / 미래의창, 한겨레출판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은 이름이 약간 겁이 나긴 하지만, 18세기 이후 공포증과 강박증의 역사에서 흥미롭게 주목해볼만한 99가지 강박증을 다루고 있는 사전입니다.3)

시대를 불문하고 99가지 증상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그 아래 메시지가 드러나는데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롭게 바라보았던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옛날부터 강박증은, 미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때부터 가장 빠르게 유행, 트렌드를 반영해왔다는 점
2.이런 강박증은 예민한 개인의 문제 취급당하곤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아 발달한 경우가 많다는 점.

우선 우리가 강박증이라고 하면 뭔가 무시무시한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저자에 따르면 공포, 강박증은 당시의 신기술이나 커다란 사회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탄생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마치 손을 잡고 나타나는 똑 닮은 짝꿍처럼요.

대표적으로 19세기엔 많은 사람들 사이에 ‘광장 공포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이 광장공포증은 1889년 오스트리아 건축가 카밀러 지테에 따르면 ‘유럽의 도시들에서 일어난 급속한 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의 도시들은 앞다투어 기존의 작은 골목길들을 밀어버리고, 조그만 건물들을 쓸어버린 뒤 그 자리를 - 끝이 보이지 않는 널따란 도로와 커다란 기념비적인 건물들로 채웠던 것이죠.

이 때문에 도시의 광장은 마치 “심연 혹은 대로에 난 깊은 구멍”을 연상시킬 정도였다고 합니다.

확실히 만약에 제가 작은 수퍼와 문방구, 2층 주택들이 많은 오밀조밀한 동네에 살다가 갑자기 집 앞 도로가 몇 km쯤 ‘뻥’ 뚫려버리고 100층짜리 빌딩 몇개만 남는다면, 산책을 나갈 때마다 머리가 아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당시 여성 인권 신장과 함께, 옛날엔 집에 주로 있다가 밖으로 나오게 된 여성들의 광장 공포증이 더 심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승객이나 노동자들 사이에 ‘철도 공포증’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기차가 너무 재빠르고 빽빽 시끄러워서, 몸의 장기가 손상되거나 정신이 흐트러진다(?)는 생각이었죠.

19세기 무렵 파리의 콩코드 광장의 모습. 이전까진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모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뻥 뚫린 광장에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왼쪽) MZ세대 사이 직접 '전화'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 wikipedia, 잡코리아

물론 이 책에선 옛날 유행했던 공포증 외에도, 오늘날에 많은 사람들이 크건 작건 가지고있는 공포나 강박에 대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 역시 눈에 띈 것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전화 공포증’ ‘휴대전화 강박증’ 등이 있었습니다.

우선 ‘전화 공포증’의 경우 올해에도 여러 매체에서 관련 현상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주로 Z세대들의 전화 공포증이 심해서 심지어 업무 때 전화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화 학원’이 생길 정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전화를 받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고 응답한 MZ세대는 30%에 달했다고 하네요.(링크) 이에 대해 흔히 미디어는 ‘사람끼리의 교류를 선호하지 않고 언택트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라고 진단하거나 ‘요즘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지?’라는 한심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저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의외로 전화 공포증은 처음 ‘전화기’가 생겼던 100년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고 합니다. 감전 가능성부터 시작해, 서로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오가다보니 제대로 소통이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겪거나, 언제든 엄청난 소리를 내며 집안의 정적을 깨어서 사람을 괴롭힌다는 등의 이유였죠.

“전화 사용 초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 기기가 감전 사고를 일으킬까봐 두려워했다[…]전화는 불길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기로 보일 수도 있다[…]전화벨은 “부르주아 가정의 한복판에서 경고도 없이 위압적으로 울리며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마치 받으라고 명령하듯 울리는 전화벨은 갑작스럽고 무자비한 사생활 침해였다. 1910년대 프라하에서 전화를 두려워했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사람의 몸에서 목소리만 잘라내는 전화의 능력을 거의 초자연적인 힘처럼 느꼈다.”

-케이트 서머스케일,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이하 동일)

이런 전화 공포증이 100년쯤 후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일상적인 소통 수단으로 전화를 쓰지 않던 세대가 사회생활을 하며 전화를 써야하게 됐기 때문이죠. 전화는 이미 100년이 넘은 발명품이지만, 이 세대에게 있어선 ‘신기술’에 맞닥뜨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특히 일부 Z세대가 전화에 공포,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100년 전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데이지 뷰캐넌은 밀레니얼 세대의 콜 포비아(phone-call Phobia)를 다룬 2016년 <가디언>지의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링크)

“밀레니얼 세대가 전화통화를 대하는 태도는 사실 예의와 관계가 있다. 너무나 많은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면서 자란 우리 세대는 타인의 사생활을 가장 덜 침해하는 방식에 끌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양한 경로로 우리 삶을 디지털 세상에 침범당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기 때문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깜짝 놀랐는데요. 100년 전 사람들 역시 사생활을 침해받는 느낌 때문에 전화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오늘날 젊은층은 전화 뿐 아니라 수많은 ‘알림’ ‘빨간점’에 의해 자신의 삶을 불시에 침범당하는 기분을 끊임없이 겪어온 것입니다.

DM(Direct Message)과 예기치 않았던 태그, 카톡 알림, SNS 알림, 단톡방의 예기치 않은 초대, 수많은 앱의 알림 등을 통해서 말이죠. 자신이 이미 그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겐 최대한 비슷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는 사려깊은 마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렇게 본다면, ‘전화 공포증’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무작정 개인에게 극복하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어떻게하면 우리가 사생활을 침범당하는 스트레스에 일상적으로 시달리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런 방향은 비단 ‘예민한 일부’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이 책에서는 ‘휴대전화 강박증’도 소개하고 있는데, 핵심만 요약하자면 휴대전화를 한시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고 계속 사용해야 하며 - 이 때문에 휴대전화가 없을 땐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집중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현상입니다.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선 이처럼 쇼츠, 랜덤 게시물 등을 통해 멍하니 계속 자극을 찾는 사람들의 습성을 ‘도파밍(도파민+파밍=게임에서 재화를 ‘파밍farming’하듯 도파민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위)’이라는 발랄한 단어로 표현했지만, 저는 그렇게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 SNS, 자극적인 식단 등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고 정신, 육체건강을 위한 균형잡기를 주장한 애나 렘키(스탠퍼드대 중독치료센터 소장)의 책 <도파민네이션>은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왼쪽) 소셜미디어의 중독성 높은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2020) / 흐름출판, 넷플릭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재미’보다는 ‘속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많은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앱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중독적인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쪽이 돈이 되기 때문이죠. ‘도파밍’을 계속 추구하는 것은 많은 기업들에겐 좋겠지만, 과연 그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좋기만 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휴대전화 강박증’은, 이미 강박을 넘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정상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입니다.

“약물을 제외하면 아마도 21세기에 가장 심각한 중독일 것”[…]포모(Fear of Missing Out)나 휴대전화부재공포증의 사촌격인 포보(Fear of Being Offline)가 있는 사람들은 휴대전화 공포증에 더 취약했다[…]문제는 우리의 휴대전화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어느 정도를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휴대전화가 없을 때 느끼는 두려움은 더이상 병이 아니라 타당한 걱정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간 많은 학자들은 이런 강박이나 공포증을 단지 ‘특이한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강박증의 역사를 봤을 때, 이는 대체로 사회의 변화 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사회적 반응이었고, 이를 진정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인 맥락을 살피고 그 근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개인을 탓하는 대신요.

앞서 ‘광장공포증’에 대해 한 학자는 아래처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키스린 밀런은 광장공포증을 오직 생리학적 측면으로만 다루는 것은 잘못이라고 경고한다. 제약회사들이야 끝없이 쏟아지는 신규 고객들에게 벤조디아제핀 같은 약을 팔 수 있으니 콧노래를 부르겠지만, 생리학적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광장공포증의 사회, 문화, 역사적 요인, 요컨대 현대성과의 관계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밀런은 “애초에 이러한 심리적 문제를 낳았던 사회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공포증이나 강박증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 취급’ 당하는 가운데 - 그것을 낳은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숙고를 해볼만한 사회적 지대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2) 기술 발전의 속도와 초조함에 대해서는 과거 레터(✉️‘가속사회’ : 자꾸만 빨라지는 세상)에서 다루어보았습니다. 당시 많은 연구자님들이 공감을 해주셨었는데요. 관련해서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께서는 지난 편지를 참고해주셔요.

3) 이 책에서 공포, 강박은 일부 실제 병명으로 존재하는 것도 있지만, 단추 공포증(!), 쓰기 강박증처럼 경향성 정도의 차원의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공포증과 강박증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난 것은 18세기(벤저민 러시)의 일로, 그 이전에는 두려움과 집착, 욕망을 개인의 심리상태와 연결지으려는 본격적인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하네요.

【4.맺음말】

왠지 오늘 레터는 ‘트렌드 서적’ 추세 자체를 비판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저는 제대로 된 트렌드 서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때그때 사회 변화를 곰곰 살펴보고, 전망하고 우리 공동체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관심사와 고난, 욕망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요.

분명, ‘소비하는 사람’ 역시 우리의 많은 정체성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될 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들 소비하기도 하고, 돈을 벌기도 하고, 아끼기도 하고, 때론 아프고, 어울리고, 일하고, 무언가를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런 다채로운 ‘우리’의 모습이 담기지 않는다면, 그 트렌드 분석은 제대로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고 할 수 없겠죠. 특히 소비할 여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지 않고, 이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소비 트렌드 = 트렌드’로 여겨지는 현실은 더욱 문제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는 비단 1년에 한철 출간되는 트렌드 서적 만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애초에 꼭 트렌드 서적이 아니라도, 평소 언론 등 미디어에서 어떤 사람들의 모습은 과잉 대표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의 모습(혹은 ‘사람들의 어떤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아왔습니다.

한창 미디어에 ‘영끌족’이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릴 때도 애초에 부동산을 구입할 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영끌의 개념 자체가 시세차익을 어느정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극히 도시, 중산층 중심적인 개념이기도 했죠. 언론에서 주로 비춰지는 ‘MZ세대 노동자’의 이미지 역시 멋진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노년에도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며 소비하는 ‘액티브 시니어’ 트렌드에는 노인 빈곤의 현실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1인가구 예능 속 연예인들의 ‘혼삶’은 즐겁고 흥미진진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한 트렌드, 사회의 어떤 어두운 부분도 소외되지 않는 현실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 미디어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이용규,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좁쌀한알, 2022.

-예전에 우연히 서점을 순회하다가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조져진 세대의 두번째 페르소나'입니다. 통상 세대론의 가장 큰 한계는 단지 '나이'로 인구를 툭툭 잘라 마치 그 안의 사람들은 동질한 사람들인 것처럼 여긴다는 것인데요. 이 책에서도 'Z세대 트렌드'라는 말을 쓸 때 보통 그 이미지가 담고 있는 유복한 중산층-서울-대학생의 이미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부는 칼럼들, 2부는 저자의 개인사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주로 1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케이트 서머스케일, 김민수 옮김,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한겨레출판사, 2023.

-이 책의 부제는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입니다. 전혀 이번 회차에 쓰려고 의도를 하고 읽었던 책은 아니었고 단지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딴짓 독서'였습니다만, 사실 이 책이야말로 엉뚱하게도 '트렌드'라는 키워드로 이번 레터를 쓰게 한 결정적이고도 우연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내년 트렌드 서적을 졸린 눈으로 훌훌 훑어 읽다가 무심코 옆에 놓여있던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 속 공포증이나 강박증에 대한 일부 이야기들이 훨씬 더 '트렌디'하고 설득력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레터에선 분량 관계로 담진 못했지만, 저장강박/선택불안과 관련된 이야기 또한 '분초사회'나 '도파밍' 등의 키워드와 떼어놓을 수 없는 오늘날의 큰 이슈입니다. 물론 팝콘 공포증이라든지 단추 공포증같은 것은 그닥 트렌디(?)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과연 그림자가 없는 그림은 완벽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회차를 쓰면서 계속 생각한 내용입니다. 또한 강박과 정상 간의 모호한 경계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발췌해봅니다. “1905년 <영국의학저널>에서 스탠퍼드셔의 외과 의사 윌리엄 더닛 스팬턴은 일을 두려워하는 ‘일 공포증’을 질환으로 인정했다. 스팬턴은 일 공포증을 급속히 확산시킨 주범으로 1897년의 근로자보상법을 지목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보장하도록한 법안이었다...(‘일 공포증’ 항목 中)”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 창, 2023.

-대형서점에서 잔뜩 쌓인 트렌드 서적 사이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매대를 차지하고 있던 책입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문부터 '챗GPT(AI)'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더불어 분초사회, 도파밍, 호모 프롬프트 등 최신 기술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많이 포함되어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트렌드 코리아'의 2014년판부터 최근호까지가 서가에 꽂혀있어서 날을 잡아서 책을 잔뜩 꺼내어두고 한눈에 참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서가 한켠이 허전해졌고, 지나가는 사람 눈에는 대단한 트렌드 덕후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처음엔 해당 책의 10년치 정도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레터를 써볼까 하다가 방향을 바꾸어보았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MZ가 아닌 걸로 해두자

독서시간: 약 2분 / 글자수: 약 1100자

🖍글 속 한 문장

“이 사회에서 가르쳐준 것은 개인주의나 개성이 아니다. 살아남으려면 나 혼자서라도 잘해내야 한다는 ‘생존본능’에 가깝다. 위협과 아픔의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외면하는 공동체나 국가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청년과 무엇을 하고 싶다면, ‘어떤’ 청년인지부터 명확히 밝히자.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 깡통전세와 지옥고의 세입자,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들을 빼놓고, MZ로 ‘퉁치는’ 것은 그저 철 지난 청년팔이에 불과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90년대생인 필자가 지난 3월 “모든 정책을 MZ세대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생각해본 칼럼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MZ(혹은 Z세대 등)로 불려지는 맥락은 다양할텐데요. 오늘 레터를 쓰면서 관련 글을 보다보니 한가지 원칙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체로 MZ는 스스로를 MZ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스스로를 삼인칭으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요.

트렌드 서적의 계절

독서시간: 약 3분 / 글자수: 약 1300자

🖍글 속 한 문장

“출판계에서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었으나 이제는 트렌드서의 계절이라고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마케팅, 시장, 소비 중심의 도서들이다 보니 소비 주체로서 모습이 중심이다. [...]이 흐름을 실제로 살아가는, 때로는 소비로 확인되지 않는 삶의 방향과 태도는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지, 또한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를 넘어 ‘이렇게 만들어 보자’는 과감한 제안과 방향 제시는 왜 만나기 어려운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이 지난해 트렌드 서적의 계절을 맞아 '트렌드서'에 대하여 쓴 칼럼입니다. 소비, 마케팅에 대한 트렌드 뿐 아니라 다양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트렌드’도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눈에 띕니다.

MZ 직원은 ‘할 말 다 하고’ 사는가?

독서시간: 약 10분 / 글자수: 약 5200자

🖍글 속 한 문장

“하루 일해도 힘든데 2주 동안 풀 근무를 하고 제주도 여행 간다는 말 들으면 어이가 없죠. 정부랑 언론은 다들 ‘MZ세대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산다’는데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고요.”[...]세계에서 손꼽히는 차량 수소탱크 제조사인 일진하이솔루스도 20~30대 직원이 다수입니다. 40㎏짜리 탱크를 수백 번씩 들어올려야 하는 고된 일과 화학약품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았는데, 산업재해 처리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30도,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작업환경도 직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MZ 트렌드'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일하는 2030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맥락에서는 MZ로, 어떤 맥락에서는 '청년'으로, 어떤 맥락에서는 아예 호명조차 되지 않는 같은 세대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오늘 레터가 ‘청년’ 혹은 ‘세대론’에 초점을 맞춘 레터는 아니었습니다만, 트렌드 혹은 청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외따로 떨어져 있을리는 없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문득 MZ세대 트렌드 분석 가운데 ‘전세사기’라는 단어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던 점도 놀랍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54.4%가 2030이었다는 올해 경찰 발표도 있었는데요(링크). 이만큼 MZ의 문제가 또 있을까요?

‘대관광시대’의 사회적 강박, 둔주병

독서시간: 약 2분 / 글자수: 약 900자

🖍글 속 한 문장

“(저자는) 당시가 ‘관광의 시대’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체관광이 유행했고, 여행사도 많이 생겼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도 인기였다. 저자는 “대중적 관광여행은 새로운 종류의 정신질환과 행동양상이 자리잡을 수 있던 ‘생태학적 틈새’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미국에선 히스테리성 둔주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다중인격’으로 분류했다. 당시 미국은 관광사업이 기업화되지 않았다. 서부 개척을 고취하던 사회 분위기에서 떠돌이는 큰 사회문제가 아니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의 <미치광이 여행자>는 19세기 프랑스서 유행했던 ‘둔주병’을 분석하는 책인데요. 예를 들면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비엔나'라고 말하면 정신이 쏙 빠진 채 어느새 비엔나로 향하게 되는 '여행 강박'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둔주병이 ‘대(大)관광의 시대’와 당시 불안정한 프랑스의 정치 상황, 자유를 갈망하는 소시민의 상황 등이 겹쳐진 '사회적' 질병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강박, 공포증이 시대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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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금)에 진행될 예정인 강연 관련 알림입니다. 31일 현재, 오프라인 자리가 5석 정도 남아있으므로 신청을 하실 분들께선 신청 부탁드립니다.(신청링크 · Zoom 강의는 오프라인이 마감되어도 신청 가능합니다)

-Q&A 시간에 있을 질문을 미리 받습니다. 혹은 Q&A에 나온 질문들 중 공통되는 게 많을 경우 강연 준비 과정에서도 감안하려고 합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서 궁금한 질문에 대해 응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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