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말글

‘누리’와 풀무치

2014.09.10 20:47 입력 2014.09.10 20:50 수정 김선경 기자

최근 풀무치 떼가 전남 해남에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가 글쓴이의 눈길을 끌었다. ‘떼 지어 다니는 풀무치를 누리 떼라고 하는데….’ 메뚜깃과의 곤충인 풀무치의 또 다른 우리말이 ‘누리’라는 것이다. 예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자 일각에서는 ‘메뚜기(누리)당이 탄생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후 메뚜기를 뜻하던 ‘누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전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메뚜기란 뜻으로 사용되는 ‘누리’는 없었다.

황충(蝗蟲)의 우리말이 풀무치다. 일부 중국어사전과 <삼국사기> 번역서에서 황충의 뜻으로 쓰인 누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1990년 무렵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때 풀무치를 뜻하는 ‘누리’가 일부 사전에 있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곤충도감’ 등 수많은 자료 속에서 풀무치란 의미로 쓰이는 ‘누리’의 용례를 찾을 수 없어 사전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다른 사전도 국어원을 따라 ‘누리’에 풀무치란 의미를 뺐다. 최근에 ‘누리’가 사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리와 관련해 한 환경연구사는 글쓴이와의 통화에서 “ ‘누리’는 세상을 뜻한다. 세상은 다른 말로 하늘이다. 하늘을 덮을 만큼 많은 메뚜기를 보고 사람들이 ‘누리 떼’라고 부른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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