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에서 상생으로

2017.02.15 20:47 입력 2017.02.15 20:50 수정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유일한 국가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최빈국 대한민국은 선진국들이 200년 걸린 1, 2차 산업혁명을 불과 30년 만에 따라잡았다. 산업화에 이은 민주화운동으로 우리는 놀라운 정치 기적을 이룩했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맞아 1차 벤처 운동으로 3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도 했다. 같은 민족인 북한과 비교해 볼 때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위대한 성과는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노고에 깊이 감사 드린다.

[경제와 세상]대립에서 상생으로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는 밝은 면만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존재하고 있었다. 산업화 전략의 핵심은 국가의 자원을 대기업에 몰아준 불균형 성장 정책이었다. 국가는 특정 산업과 특정 대기업에 부족한 국가 자원을 집중시켰다. 큰형이 잘되면 동생들을 챙겨줄 것이라는 ‘낙수 효과’의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가의 부는 대기업 재벌들에 집중되고 제대로 순환되지 않았다. 산업화 과정의 기득권으로 등장한 재벌 개혁이 국민적 화두인 이유이다.

한편 민주화의 성공으로 민주화 기득권이 등장했다. 지난 20년간 상위 10%의 소득 비중인 피케티 지수는 29%에서 48%로 상승하여 미국 다음으로 양극화가 심각한 국가가 되었다. 산업화의 성과가 상위 1%에 집중되었다면 민주화의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 등 조직화된 차상위 9%에 집중되었다. 대기업은 국제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지급을 위하여 하청업체를 불공정 거래로 쥐어짠 결과, 20년 전 비슷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이제 두 배에 달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신분제 임금으로 대체된 결과 사회적 자원 분배가 왜곡되고 있다. 청년 실업 100만에 100만의 일자리 부족이 공존하는 일자리 모순이 발생한 이유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보수·진보 세력들은 각각 대한민국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했으나 이제는 기득권을 구호하는 구체제(앙시앵레짐)로 자리 잡았다. 산업화(1%)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민주화(9%)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지난 20년간 상위 10%의 소득이 80% 이상 증가할 때 하위 90%의 절대 소득이 10% 이상 감소한 이유다.

기득권의 진입 장벽으로 신분 이동 가능성이 축소되면서 한국 사회는 고착화되고 국민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기업과 정규직의 기득권 보호를 위하여 진입 장벽이 강화되면서 국가 혁신이 위축되어,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평균의 세 배 성장에서 평균 이하 저성장 국가로 전락했다. 성장과 분배 모두가 쌍끌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이를 극복할 비전과 리더십의 부재로 방향을 잃고, 국민들의 90%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 이를 극복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절실하다.

해방 이후 무극(無極)의 혼란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만들었으나, 양극의 갈등 대립으로 고착화를 초래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성장과 분배 정책들은 모두가 표류하고 있다. 어느 한편이 반대편을 완전히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대안은 대타협뿐이다.

이제 보수와 진보는 성장과 분배의 대립을 넘어 상생의 국가 건설에 협력해야 한다. 일방 통치에서 상호 협치로 가야 한다. 이제 양극의 대립에서 태극(太極)의 상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는 새가 양 날개로 날 듯이 순환하는 음양 조화의 두 축이다. 순환의 에너지는 진영 간의 경쟁 논리를 넘어서는 국가와 민족의 공유가치에서 비롯한다. 새로운 정부의 근본 가치로 상생을 제언하는 이유이다.

공정한 성장을 촉진해야 청년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성장의 결과로 초래된 시장 소득의 격차를 성장의 이익에서 발생한 세금의 복지로 줄여 가처분소득의 균형을 이룩하는 것이 상생으로 가는 순환 구조다. 경제 가치와 사회 가치의 순환을 담당하는 납세자에게 사회적 명예를 제공하면 상생은 다시 촉진된다. 조세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면 노동 유연성도 증대되고 그 결과 성장은 다시 촉진된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구 국가들의 상생 구조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기업 활동을 존중하고, 기업은 조세를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하여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자. 규제 개혁과 증세와 사회안전망과 노동 유연성이 상생 국가로 가는 대타협의 4대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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