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위대한 숲-Ⅱ, 홍수

2020.11.13 03:00 입력 2020.11.13 03:01 수정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사상 최고 6월 온도로 폭염재난의 두려움에 시작된 여름은 7월부터 길게 이어진 장마에 물난리로 마감되었다.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긴 했으나, 섬진강이 넘칠 정도로 많은 비는 아니었다. 물을 가둔 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더 큰 재난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인재를 발판 삼아 준설과 제방공사를 또 진행하려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세금을 아끼며 홍수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이 있다 해도 토건자본에 포획된 정부가 선택하지는 않지 싶다. 자연에서 얻는 서비스 가치를 최대로 높이려면 자연을 보전하면 된다. 이 자연의 위대한 능력은 홍수방지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재난을 극복한다는 논리로 지난 수십년간 하천 폭을 극도로 좁히며 제방을 높였다. 50년에 한 번 있을 홍수를 막기 위한 제방에서 모자라, 지금은 100년에 한 번, 2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홍수를 예방한다며 더 높게 제방을 쌓고 있다. 그 좁힌 알량한 둔치까지도 이용에 열을 올려, 둔치에 물이 흐르는 당연한 현상까지 홍수피해라 하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제방을 쌓으면 안전할까? 제방의 내구연한은 얼마나 될까? 불과 몇 년 전 쌓은 제방이 속절없이 터지는 광경을 올해 지켜보지 않았는가?

비의 특성을 보자. 국지적 폭우라 하더라도 결국 평균적으로는 64%가 숲에 떨어지며 1% 미만이 하천에 내린다. 미국 교과서에 따르면, 나무가 우거진 숲에 내린 비의 80% 전후가 증발하거나 지하로 침투한다. 우리나라는 대략 40~60%가 유출된다. 이런 숲이 개발되면 많은 물이 한꺼번에 지표면을 흘러 하천에 몰리니 그 힘을 견디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주로 산림 경계 새로 개발된 곳에 홍수피해가 많은 이유이다. 태양광 발전도 예외일 수 없다.

홍수피해는 폭우에 갑자기 불어나는 하천, 즉 피크유량의 증가가 핵심 원인이다. 여기서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간벌과 가지치기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벌을 하면 우수 유출량이 사업 이후 10년간 평균 1.5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산림청이 약 30년간 연구를 진행한 후 발표한 결과이다. 즉, 폭우가 내리면 강으로 모여드는 물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뜻이다. 강우 패턴이 유사한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단지 유역면적 5분의 1의 간벌만으로도 피크유량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200㎜의 큰비가 올 경우 무려 80%나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강우강도가 클수록 그 증가 비율은 더 커진다.

그럼 중요한 것은 간벌 사업의 규모가 된다. 지난 20년간 진행한 숲가꾸기 사업 면적은 무려 국토산림면적 대비 112%다. 우수 유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들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산림의 60%가 심각하게 유출량을 늘렸을 것이다. 아무리 적게 계산한다 해도 이 사업 하나만으로 전국 모든 하천의 피크유량이 약 20%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물난리가 주로 발생하는 산림 하부는 무려 40% 가까이 증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방이 견딜 길이 없다.

종합하면, 단지 숲가꾸기라는 사업 중단만으로도 현재보다 제방 여유량이 20~40% 늘어나 홍수위험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자연의 위대함이다. 제방을 높이거나 하천을 준설하기 위한 천문학적 세금 투입이 먼저가 아닌 이유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