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끝난 후

2022.06.09 03:00 입력 2022.06.09 03:04 수정

앞으로 4년간 지방교육행정을 이끌어갈 시·도교육청의 수장이 선출되었다. 시·도지사는 1995년부터 직선제가 부활하였고,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교육위원회 선출과 학교운영위원 선거에 의한 교육감 선출에 이어, 주민직선제가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고 이듬해 보궐선거부터 적용된 이래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전쟁 중 시작된 지방교육자치의 오랜 역사에서 주민 대표성, 즉 ‘민주성’의 가치를 확대한 제도가 교육감 직선제였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거하여 교육감의 정당 소속과 표방은 불허된다. 그러나 교육감을 주민 선거로 선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행위이고, 선거를 통해 선택받아야 하는 교육감은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향의 노출은 불가피하고, 정당과의 연계는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교육의 ‘전문성’을 위해 교육감의 자격이 교육 또는 교육행정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되었지만, 과연 교육 수장의 전문성으로 충분한가. 초·중등교육과 유치원·특수교육을 관장하지만 정작 해당 학교급의 현직 교원은 출마할 수 없다. 교육행정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은 갖추었을까. 직선제로는 전문성이 충분치 못하고 정치적 중립성은 논란이 크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의 존재감과 인지도를 대폭 높였다.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치적 성향의 교육감이 선출될 수 있었고, 재선과 삼선을 거듭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민선교육감 이전, 교육감의 이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되었겠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국민의 권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1년 교육여론조사에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찬성(42.6%)은 반대(27.8%)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잘 모르겠다’(29.6%)가 반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선거 전 교육감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아직 정하지 못했다, 모른다는 응답이 높았다는 점과 통한다. 교육감 직선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반대와 모른다를 합치면 찬성을 넘는다. 2014년 찬성(54.9%), 반대(32.8%), 잘 모르겠다(12.3%) 순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모른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교육감 선거에서 90만이 넘는 무효표가 나왔다.

‘깜깜이’ 선거, 정치적인 ‘바람’에 좌우되는 선거라는 비판에, 교육감 선출방식의 대안으로 러닝메이트가 부상한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짝을 이루어 동반 입후보하는 러닝메이트는 선거제도로서의 운용이 대단히 어렵고, 결국 시·도지사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여 후보자의 정당 표방, 나아가 정당 소속 출마 주장도 있다. 현실을 반영한 제안이나 지방교육자치의 정체성과는 정합되지 않는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이나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시·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 임명은 ‘교육의 지방자치’라는 취지에, 시·도지사 임명 및 시·도의회 선출은 ‘지방의 교육자치’라는 취지에 어긋난다. 직선제를 버린다면 지방교육자치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들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교육행정이 일반행정과 분리되고 주민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사례다. 군국주의 국가행정의 예속에서 벗어나고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출발한 역사성이 있으며, 오랫동안 한국교육의 발전을 견인해온 공도 분명하다. 지금처럼 제도가 유지되면서 논란이 계속될지,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만들어질지 예측은 어렵다.

사실 지방교육자치는 집행기관인 교육감을 뽑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당 소속의 시·도의원으로 구성되는 교육위원회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가 실질적으로는 폐지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지방교육행정의 책무성은 어떻게 묻고 있는가. 지방자치에서 확대되고 있는 주민 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는 교육자치에서 얼마나 담고 있는가. 지방교육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역량 구축, 그리고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과 교육감 선출로 지방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에 있다. 학습자 중심의 질 높은 공교육,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상생 교육, 학교 완결형 교육의 시공간 확장 등 미래교육을 위한 지향을 현실로 만들어나갈 때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과 정서의 결손을 빠르게 회복하고, 당장 표나는 정책은 아니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정책 추진도 시급하다. 교육감 선거는 끝났다. 문제는 지방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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