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석방이 확대되어야 할 이유

2019.01.21 20:46 입력 2019.01.21 20:47 수정 이수호 | 서울동부구치소 고충처리팀장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 음주운전 사망사건과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이들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2월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 개정시 여론과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하는 것은 타당하다. 범죄예방 측면에서도 엄벌주의가 갖는 위하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엄벌주의는 불가피하게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을 초래한다. 과밀수용에 대한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 이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여야 국회의원들도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에 과밀수용 해소를 위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형법 제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면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독일의 경우 형기의 4분의 1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며, 미국은 아동성폭력범과 마약범죄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형기의 5분의 1만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영국은 2005년부터 형기의 50%가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 ‘절반형기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가석방 출소비율은 전체 출소자의 60%에 달한다고 한다.

법무부의 최근 교정통계자료에 의하면, 교정시설 전체 출소자의 출소 사유 중 가석방 비율은 13.2%에 불과하다. 이 중 81.7%는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한 사람들이고, 형기의 70% 미만 수용됐다 가석방된 수형자는 극소수다. 법에 규정된 형기 3분의 1을 마치고 가석방된 사람은 전무한 상태로, 가석방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정의 목적은 ‘수형자의 교정, 교화와 건전한 사회 복귀’에 있다. 수형자에게 사회 복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없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교정, 교화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교정시설 내 문제 수용자 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개전의 정이 현저하고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수형자에 대해서는 가석방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그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수형자들이 사회 복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이는 일선 교정현장에서 시행 중인 수형자 사회 복귀와 재사회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높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과밀수용 해소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용자의 교도소화는 심화될 것이고, 이들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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