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CT로 전기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

2021.12.23 03:00 입력 2021.12.23 03:02 수정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8000여건의 전기화재(누전이나 과부하 등)로 인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체 화재 원인의 약 20%로 해외 선진국보다 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기설비는 더욱 노후화되고, 화재 대응력이 낮은 심야시간대에 전기화재 발생률이 높은 상황에서 전기안전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전기화재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전기안전검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게 개정된 전기안전관리법이 공포되었다. IoT 센서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전기설비 안전 상태를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원격점검 제도는 현재 1~3년 주기로 세대를 방문해 전기설비를 점검하고 대면이 불가능할 경우 옥외 설비만 검사가 가능하여 심도 있는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격점검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개별 가구의 수용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 있다고 해도 보급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 소비자 입장에서 원격점검 기술 도입 시 긍정적인 측면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부재 시에도 실시간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의 안전 상태를 점검할 수 있고, 점검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거나 전원을 일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기기 오작동에 대한 우려, 전기 사용과 관련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장비 또는 통신비용 발생 등은 원격점검 기술 수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결국 가구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격점검 설비의 검사 신뢰도를 높이고 통신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저소득 취약계층 등에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원격점검 장비를 설치해 화재 위험이 줄어든 주택은 화재보험료를 낮춰 금전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주택에 거주하며 상시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임에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설비에 대한 안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격점검 제도 도입으로 자택의 전기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안전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전기 안전관리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내 가족과 주변 이웃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