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당선인 “기업활동 방해 제거”, 전방위 규제 완화는 안 돼

2022.03.21 20:45 입력 2022.03.21 20:50 수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6개 단체장들이 21일 만났다. 대선 이후 당선인과 재계 대표들의 첫 회동인 데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엄중한 시기여서 눈길이 쏠렸다.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들이 윤 당선인에게 요청한 것도 대체적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였다. 노동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제 등의 대폭 개정이나 수정·보완, 주 52시간제 유연화, 상속세·법인세 완화 등도 건의했다.

재계의 ‘노동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재계가 수정을 요구한 대다수 법적·제도적 장치들은 경제·산업계는 물론 노동계,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는 민감한 현안들이다. 그동안 노사 간, 사회적 합의 등에 큰 대가를 치르며 어렵게 만들어진 것들로 손질을 위해서는 사회·노동계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날 일부 참석자는 “(노동계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노동계를 향한) 과감한 공권력 집행”까지 건의했다.

윤 당선인이 기업 의견을 듣고 숙고한 뒤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했으니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현시점에서 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자칫 불평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전면적·일방적 규제 완화는 사회 분열을 파생시켜 한국 경제를 더 위기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인수위는 이날 회동을 추진하면서 전경련이 주도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의 자금모금을 주도해 국민적 비난을 받은 게 전경련이다. 그 여파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해 조직이 사실상 형해화됐다. 인수위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의 기본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닌가 우려된다. 노사 간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노동계와의 만남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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