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져가는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경제 후폭풍 대비해야

2023.07.11 20:25 입력

중국 수도 베이징 소재 고궁인 자금성을 지난 8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이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로 2021년 2월 이래 가장 낮은 데다 4개월째 0%대다.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4.6%)보다 낙폭을 키워 5.4% 하락하며 2015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도 연간 목표 ‘5%대’에 못 미친 4.5%에 그쳐 투자·내수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이나 세계 경제에 심상찮은 징후다.

중국 경제가 암초에 걸린 이유는 복합적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사태 후 침체 일로다. 미래 먹거리인 빅테크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굴기’는 투자 감소로 흔들리고 있다.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라는 이념으로 맞대응한 여파다. 민간 일자리가 감소해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20.5%를 찍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코로나19 3년간 당국이 봉쇄 정책을 고집하며 소상공인 중심 내수경제도 피폐해졌다. 미국과의 패권 다툼은 반도체 기술 봉쇄와 중국 내 공장 철수로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어 수출도 고꾸라졌다. 게다가 중국의 강점이던 세계 최대 인구마저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감소세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 부양 출구가 안팎으로 안갯속에 갇혀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구원투수였다. 그만큼 올해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거는 기대도 컸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할 국가로 중국(22.6%)을 꼽았는데 미국(11.3%)의 두 배였다. 그런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IMF 예상치인 2.8%에 못 미칠 것이다. 우리에게도 타격이다. 관세청 7월 집계를 보면 이달 10일까지 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20.6% 감소하며 13개월째 쪼그라들고 있다. 중간재를 축으로 한·중 간 수출 상관관계가 줄어드는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대중 수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다가오는 경제 후폭풍에 대비할 때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아시아 14개국 ‘알타시아’(Altasia)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경상수지·세수에 드리울 그림자도 직시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미·중 양다리 외교로 실익을 챙기는 판국에 한국만 외나무다리 미국 외교로 위기를 키울 이유가 없다. 철저히 실리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