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조달청 행정망 먹통, 이상민 장관 해외 나갈 땐가

2023.11.23 19:51 입력 2023.11.23 19:58 수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영국 내각부 청사에서 열린 ‘한·영 디지털 정부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영국 내각부 청사에서 열린 ‘한·영 디지털 정부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달청의 국가종합조달전산망인 ‘나라장터’ 사이트가 23일 1시간가량 불통됐다. 전날에는 ‘주민등록 정보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전국 주민센터의 민원서류 발급이 20여분간 중단됐다. 지난 17일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후 6일 새 3번의 국가전산망 먹통 사고가 속출한 것이다. 사흘 걸려 행정전산망 복구를 완료했다는 정부 발표는 빈말이 됐고, 언제 어디서든 유사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커졌다. 이렇게 국가정보시스템 장애가 심각한 와중에 주무 부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리를 비웠다.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책 수립을 뒷전으로 둔 것이다.

대국민 민원서비스 중단으로 초유의 혼란을 빚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정부의 총체적인 관리·대응 부실에서 비롯됐다. 아직도 명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장비 교체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망·나라장터 먹통에도 일시적인 다량 접속을 원인으로 지목했을 뿐이다. 시스템이 낡은 게 문제인지, 해킹이 있었는지 근본 원인엔 접근하지 못했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니 재발방지책을 세우려야 세울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낯부끄러운 현실이다.

사고 대처도 문제였다. 정부는 행정전산망 먹통 때 우왕좌왕하다 안내문자조차 못 보냈고 ‘정부24’까지 마비되는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했다. 시민 피해가 확산하는 재난급 상황인데도 정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이다. 당시 디지털 정부 홍보차 해외에 나갔다가 급히 귀국한 이상민 장관은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인 지난 21일, 행안부가 구성한 행정전산망 개편 민관 태스크포스 첫 회의에 불참한 채 또다시 국외 출장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수행에 합류한 것이다.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이고 점검·지시할 사안도 많은데 해외 출장을 택한 것은 섣부르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의 영국행은 전산망 먹통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 단순 사고이고, 유지·보수업체의 장비·인력 문제가 원인이며, 복구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여당은 “역대 정부의 누적된 문제”라며 전 정부 탓을 했다. 현 정부에선 누구도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난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고 남 탓만 앞세웠던 모습 그대로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 디지털 재난’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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