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강행, 이 난맥의 총체 밝혀야

2024.03.10 20:37 입력 2024.03.11 00:38 수정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10일 현지 부임을 위해 출국했다. ‘수사 방해’ ‘범죄인 도피’라는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이 대사를 기어이 내보낸 것이다. 올해 1월 초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그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7일 부랴부랴 4시간짜리 면피성 약식조사를 했고, 8일 법무부는 그 조사를 명분 삼아 이 대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대사 임명, 공수처 약식조사, 법무부 출금해제, 이 대사 출국까지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속전속결식 출국을 위해 법무부·외교부가 앞장서고 공수처는 거들었다. 의혹투성이 대사 피의자를 이렇게 서둘러 내보내려는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까지 거론되는 ‘수사 외압’ 의혹도 중차대하지만, 그 후 정부의 은폐·축소 행태는 그 자체로 총체적 국정난맥이라고 할 만하다. 전직 국방부 장관인 이 대사는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외압 의혹 당사자다. 윤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이 대사가 출금된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출금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출금을 담당하는 곳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는 곳도 법무부다. 논란 속 인물인 이 대사를 법무부가 검증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출금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 알면서 대통령실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법무부의 심각한 무능·직무유기이거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사의 출금이 알려진 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사의 아그레망(당사국 동의)을 미리 받아놓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한 외교부는 이 대사 부임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이날 내보냈다. 범죄 혐의를 받는 대사가 이렇게 야반도주하듯 부임하는 것 자체가 국격 추락이요, 외교적 망신이다. 이런 사람이 당당하게 나라를 대표해 국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 국정의 불통·밀실·무능·무책임이 이 건 하나에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사 임명·출국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사건으로 비화했다. 지척거리는 공수처가 진실을 내놓지 못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국민적 의혹이 됐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 대사 출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젊은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권력형 사건으로 키우는 것은 윤 대통령이다. 진실 규명을 덮으려고 할수록 의혹·파장이 커진다는 걸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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