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후퇴 뚜렷한 한국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2024.03.17 18:17 입력 2024.03.17 20:19 수정

정부가 18~20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제안으로 2021년 출범 후 2차 회의는 2023년 한국·코스타리카 등 공동주최로 미국에서 열렸고, 미국 밖에서는 한국이 처음 회의를 주최하게 됐다. 화상회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상들이 개최국을 방문하지는 않는다. 올해 주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를 주제로 부문 회의를 주재한다. 정부는 “우리의 민주주의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반영”한다고 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정당, 활동가들과 모여 각자 정치 제도·문화가 가진 장단점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숙의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회의는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미국은 “누군가를 창피 주려는 자리는 아니다”(백악관 NSC 민주주의·인권 선임국장)라고 하지만, 세계를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로 양분하고 미국적 가치를 전파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진영 논리는 미국 내에서도 이제 그다지 지지받지 못한다. 미국 밖에서도 어느 한편에 속하지 않겠다는 나라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이 회의에 소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이 미국적 가치의 설파에 앞장서는 것은 신냉전 구도를 촉진하는 최전선에 서는 것이어서 국익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국내 민주주의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행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심화된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되돌리는 데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더 커진 빈부격차와 성차별, 기후위기, 그리고 언론자유 제약 등 어느 모로 보나 한국 정치 상황은 퇴행하고 있다. 인상 비평이 아니라 국제적 신뢰도를 가진 연구소들의 수치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한 팬덤 정치로 인해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정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리더십”이라는 정부의 자찬은 대다수 한국 시민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회의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의 진영 대결 구도 확립에 앞장서는 행보보다 ‘내 안의 들보’를 직시하고 시민 삶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의 회복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3월 화상으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회의는 미국이 주최하고 한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가 공동 개최국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3월 화상으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회의는 미국이 주최하고 한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가 공동 개최국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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