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아카이브 814

2020.08.14 20:14 입력 2020.08.14 20:15 수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가 14일 개통한 ‘아카이브 814’(www.archive814.or.kr).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가 14일 개통한 ‘아카이브 814’(www.archive814.or.kr).

8월14일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김 할머니가 그날 “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입니다”라고 고백한 용기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잊을 수도 없고 잊지도 말아야 할 날이라, 정부가 2018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이다. 14일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그 기념식이 열리고, 전국 곳곳에서 관련 추모 행사와 문화제도 펼쳐졌다.

올해 3번째를 맞은 기림의날에서는 의미 있는 작업 결과를 선보였다. 국내외 위안부 관련 디지털 자료저장소 ‘아카이브 814’(www.archive814.or.kr)가 문을 연 것이다. 정부 위탁으로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수집·정리한 526건의 자료가 공개됐다. 일본군 공문서를 비롯한 재판자료, 국내외 결의안,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 기록 등이 들어 있다.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지 30년 만에야 처음으로 위안부 조사·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늦어도 너무나 늦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될 때까지 정부 차원의 기록 발굴과 보존이 이뤄지지 않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말로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떠든 게 아닌지 정부나 민간 모두 자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카이브 814는 출발부터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 아카이브 운영과 조사·연구 활동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아카이브 814를 개설한 연구소는 법적 설립 근거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1년 단위로 위탁사업을 갱신하는 형태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실무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연구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자료 최종 검수를 책임질 전문가급 연구 인력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라면 심도 있는 조사·연구는커녕 변변한 기록물조차 발굴하기 어렵다.

올해 유난히 위안부 운동 단체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다.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17명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위안부 피해자 없는’ 상태에서 위안부 진상 규명과 투쟁을 해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구현하고, 일본을 상대로 사죄를 받아내려면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가 절대 필요하다. 아카이브 814는 또 다른 출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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