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김상옥 ‘아내따라 하늘로’

2004.11.01 07:17

원로 시조시인 초정(草丁) 김상옥씨가 60여년간 해로했던 부인을 잃자 식음을 전폐하고 지내다 엿새 만인 31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15년 전 화랑에 그림을 보러갔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 고인은 이후 부인 김정자씨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26일 김씨가 낙상 후 합병증 등으로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을 채념한 듯 슬퍼하다 부인의 뒤를 따라갔다.

큰딸 훈정씨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던 어머니가 보름 전 허리를 가볍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X레이를 찍어보니 다친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의 뼈들이 이미 여러 곳 부러진 상태였다”며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부서진 것도 모르고 그야말로 ‘분골쇄신’하며 아버지를 수발하다 세상을 먼저 떠났다”고 말했다.

훈정씨는 이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틀 만에 아버지께 사실을 알렸다”며 “아버지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에게 이제부터 밥을 권하지 마라’며 식음을 전폐했다”고 전했다. 김시인은 이날 큰딸에게 ‘어머니 은혜’를 부르라고 시키는가 하면 밤새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김시인은 지난 30일 판교 공원묘지에 묻힌 아내의 묘지에 다녀온 직후 집에서 쓰러져 인근 고려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뇌사상태에 빠져 있던 김시인은 이튿날인 31일 오후 6시20분쯤 산소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60여년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던 아내 곁으로 돌아갔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일제시대 이후 국내 시단의 대표적 시조시인으로 활동했던 고인은 ‘봉선화’ ‘백자부’ ‘다보탑’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몇몇 작품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딸 훈정(58)·훈아(55)씨와 아들 홍우씨(53·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2녀 1남, 사위 김성익 인하대 초빙교수(58) 등이 있다. 서울삼성병원에 빈소가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8시30분. (02)3410-6912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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