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씨 “편 갈라 색깔 덧씌워… 개그 못하는 이 순간 가장 힘들다”

2015.02.26 21:27 입력 2015.02.26 22:00 수정 글 정유미·사진 김기남 기자

“키 153㎝ 아줌마 눈높이서 사회 바라봤을 뿐”

“올해로 임기 3년차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통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쓴소리를 잘 듣지 못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방송인 김미화씨(52·사진)는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분위기는 어떻고, 도봉구 민심은 어떠한지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대립은 정치인들이나 하는 줄 알았다”며 “왜 우리 사회가 반반씩 편을 갈라 색깔을 덧씌우고 몰아세우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보수건, 진보건 다 나라 잘되자고 하는 것 아닌가요. 찬반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밥그릇을 빼앗아 버리겠다, 매장시켜 버리겠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고 명예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지요.”

김씨는 2010년 ‘KBS 출연금지 블랙리스트’ 파문과 2012년 ‘연예인 불법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KBS를 비롯한 MBC, SBS 등 모든 공중파 방송에서 하차했다. 2013년 C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끝으로 32년간 몸담았던 방송계를 떠났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면 ‘좌파’입니까. 이웃이 슬퍼할 때 같이 아파하고, 힘들 때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이 큰 잘못입니까. 정치인이 되고 싶어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면 이렇게(모든 방송에서 하차)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과도하게 비난받고 공격을 당해도 되느냐”며 “잘못한 게 없으니 부끄러울 일도 없지만 하고 싶은 개그를 못하는 이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에서 인기를 끌던 김씨는 2000년대 들어 교양·시사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익살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진행 솜씨가 돋보이면서 자연스레 교양·시사 프로그램이 주어진 것이다. 김씨는 “키 153㎝의 아줌마 눈높이에서 사회 현안을 바라보았을 뿐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며 “훗날 정치풍자 코미디로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방송활동을 정리한 뒤 경기 용인시 원삼면에 ‘호미’라는 카페를 차렸다. 직접 농사를 짓고 농산물 직거래장터와 작은 음악회도 열고 있다. 김씨는 “방송에서 만나지 못했던 이웃들이 찾아와 위로해줘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며 “올 들어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 전부터 경남 창원 KBS TV <시사카페>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김씨는 “무상급식·청년 취업 등 시사문제를 말랑말랑하게 소개하는 토크쇼인데 매주 목요일 새벽 직접 차를 몰고 창원까지 달려가 녹화를 끝내고 집에 오면 자정이 된다”고 했다.

“조만간 전국으로 나가는 라디오방송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일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코미디입니다. 이 시대를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평생 사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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