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고 ‘맹탕’…여야 “국회 무시” 분통

2011.02.25 15:18

국회 정보위원회가 25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의혹 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조찬 간담회가 ‘맹탕’으로 끝났다. 국정원이 일관되게 ‘NCND(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이럴려고 왔냐” “국회를 무시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원은 김숙 1차장, 민병환 2차장, 김남수 3차장이 모두 참석한 간담회에서 “국익을 위해 이해해달라”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는 김남수 3차장은 “최근의 인도네시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국익을 위해 어느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그는 또 “내부 문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의 문제도 있다.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면서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인내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이럴 거면 뭐하러 왔냐”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냐”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쪽 팔린다”고 분개했다. 정 최고위원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사고가 너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다음달 4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흥분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시작하고 20분만에 나왔다. 15분간 식사하고, 30초 브리핑 받고. 4분30초 여야가 합심해 아우성치다가 끝났다”면서 “기대도 안했지만 적어도 이 사건에 대한 국정원 수습 상황이라도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익을 위해 참아왔는데 너무 하지 않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일도 못하고 뒤처리도 못하는 무능한 국정원은 필요없다”면서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남수 3차장은 책임을 지고 해임돼야 하고 형사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국정원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우리 민주당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입수되지만 정보기관 문제이고 국익 차원에서 우리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보기관의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의혹이 있고 매일 언론이 보도하면 최소한 국회 정보위에만은 사실을 보고해 여야의 이해와 국민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물렁한 대응이 국정원의 모르쇠와 버티기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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