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새 정부 초대 법제처장에 이완규 변호사, 보훈처장에 박민식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하는 등 처장·차관·외청장 21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이 법제처장과 박 보훈처장 모두 검찰 출신의 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힌다. 여성 최초로 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이노공 변호사를 포함해 윤 대통령의 ‘검찰 측근 전진 배치’ 인사가 재확인됐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중심의 ‘서·오·남’ 인사 기조도 반복됐다.
이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다. 이 법제청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법률대리인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제기된 윤 대통령의 처가 의혹 관련 소송에도 대리인으로 활동해 윤 대통령의 법률적 ‘호위무사’로 불렸다.
박 보훈처장은 윤 대통령과 같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캠프 기획실장, 본선 캠프 전략기획실장을 맡는 등 대선 행보를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당선인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최근 6·1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는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지만,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출마하자 지난 9일 사퇴했다. 이 때문에 보은성 인사라는 해석이 있다.
이날 발표된 8명의 정부 부처 차관 인선에서 법무부 차관에 기용된 이 차관은 검찰 내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이 차관은 사법연수원 26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공직에 입문해 당시 성남지청에서 근무하던 윤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4차장 검사에 임명돼 중앙지검 사상 첫 여성 차장검사가 됐다. 2020년 1월 좌천성으로 여겨지는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되자 검찰을 떠났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실 인선에서도 검찰 출신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다. 주진우·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각각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했고,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에는 각각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과 이원모 전 검사를 인선했다. 지난 9일 발표된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오태석 과기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주영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이 맡는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건 외교부 주영국 대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박일준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여성가족부 차관에는 이기순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이 발탁됐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세청장 후보자로는 김창기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명했다. 관세청장에 윤태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에 이종욱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인선했다. 윤 대통령은 또 통계청장에 한훈 기재부 차관보, 병무청장에 이기식 전 국방부 해군 작전사령관을 인선했다. 인사혁신처장에는 김승호 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21명의 처장·차관·외청장 인선에서도 ‘서·오·남’ 인사법칙이 도드라졌다. 21명 중 13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이 신임 법무부 차관과 이 신임 여가부 차관을 제외하고 남성이 19명이었다. 50대가 1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60대가 5명이었다. 40대 이하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 발표로 차관급 인선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9일 발표된 20명을 포함해 28명의 차관급 인사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대 학부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여성은 2명이고, 남성이 26명이다. 역시 40대 이하는 전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