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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끌어라” 군무원 전투훈련 시킨 육군···국방부, 국회에 거짓 해명

2023.03.10 16:26 입력 2023.03.10 19:13 수정 이홍근 기자


게티이미지


육군 상당수 부대에서 군무원들에게 타이어 끌기, 곰걸음 등 직무와 무관한 전장순환운동을 시켜온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육군 5군단, 31사단, 수도방위사령부 등은 최근까지 군무원에게 전장순환운동에 참여하도록 지시했다. 전장순환운동은 네발로 빠르게 기는 곰걸음(베어워크), 65kg 정도의 더미를 어깨에 메고 달리기, 타이어 끌기, 탄통 들고 뛰기 등으로 구성된 훈련이다.

민간인인 군무원에게 전장순환운동을 시키는 것은 육군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현행 육군규정은 “군무원은 직무와 연관이 있는 전·평시 훈련인 상급부대 통제훈련, 전투준비태세, 작계시행훈련, 동원훈련 등에 참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장순환운동은 군무원 직무와 무관한 훈련에 해당한다. 육군도 지난달 21일 육군참모총장에 보고한 규정 개정안에서 전장순환운동을 직무와 무관한 훈련으로 분류했다.

육군본부 교육훈련정책과도 군무원에게 전장순환운동을 시키면 안 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군무원 A씨는 지난 1월 전장순환운동을 지시받자 육군인권존중센터에 “규정 위반이 아니냐”고 제보했다. 육군인권센터는 육군본부 교육훈련정책과에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군무원의 경우는 전장순환운동을 실시해서는 안된다”며 “기초체력위주 운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무원들 사이에서 전장순환운동 참여가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국방부에 “현재 각 군 군무원들이 전장순환운동이라는 전투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전장순환운동은 미실시하고 있다”고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

군무원의 군인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현재 육군은 군무원을 대침투 종합 훈련, 동원훈련, 호국훈련, 화랑훈련, 혹한기훈련, 전술훈련, 전투지휘훈련(BCTP), 과학화전투훈련 등 각종 훈련에 투입하기 위해 규정을 바꾸는 중이다. 개정안엔 군무원 훈련을 ‘현역과 동일하게’ 하겠다는 표현도 담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군무원의 군사력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규정상으로는 ‘군무원의 군인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의원은 “군이 일부 특전 부대의 군인에게 필요한 전장순환운동을 군무원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군무원을 마치 군인처럼 생각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훈련·작전에 동원하는 것은 당장 개선해야 한다. 군인과 군무원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은 일부 부대에서 규정을 임의 해석·적용해 군무원을 전장순환운동에 참여시키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장순환운동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규정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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