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탐구-(1)가족

심상정, 아내와 진보 정치 위해 남편이 살림 택해 ‘내조’

2017.04.18 22:42 입력 2017.04.18 23:22 수정 박송이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남편 이승배씨, 아들 우균군과 함께 찍은 사진. 정의당 제공

2004년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58)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을 때다. 심 후보 남편 이승배 마을학교 이사장(61)은 ‘정치인 심상정의 미래’와 ‘진보정당의 미래’를 놓고 자신의 삶을 고민했다. 진보정당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아내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사장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소개로 심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이 이사장은 심 후보가 정치인이 된 뒤부터 출판업을 접고 살림을 도맡기로 했다. 심 후보가 사적 영역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도록 가사를 떠맡았다. 올해로 ‘전업주부’ 14년차다. 심 후보의 공약 ‘슈퍼우먼방지법’엔 여성노동과 평등 육아에 대한 부부의 고민이 녹아 있다. 이 이사장은 ‘슈퍼우먼방지법’을 “심 후보 삶 속에서 우러난 공약”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심 후보가 의정활동에서 성과를 내고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심 후보 언니 상임씨는 책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에서 이 이사장을 “웬만한 사람 같으면 아내가 그렇게 바깥일만 하면 불평도 할 텐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짜증 내거나 힘든 기색을 비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부의 외동아들 우균씨(24)는 대안학교에서 공부한 뒤 대학에 진학해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어머니도 심 후보의 지원군이다. 2남2녀 중 막내로 공부를 잘했던 심 후보는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어머니는 교사를 꿈꿨던 막내딸의 운동권 생활을 반대했지만 딸을 위해 외손자를 키워주고 심 후보 오빠와 언니가 챙겨주는 용돈을 모아 찔러주는 지원군이었다.

어머니는 심 후보가 1985년 한국노동사의 한 획을 그은 구로동맹파업 주모자로 지목돼 9년간 수배생활을 할 당시 막내딸을 위해 무거운 쌀자루를 이고 속리산 상환암에 올라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수배 중이던 딸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 어머니에게 잠시 뵙자는 전갈을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 요즘 구속자가족협의회에 나가 팔뚝질도 하고 엊그제 <신동아>에서 여성 최장기 수배자 엄마라고 인터뷰도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맘 단단히 먹고 절대 나타나지 마라”고 답장을 보냈다.

심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누구보다 가장 기뻐했던 사람도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당시 “네가 사인한 책 좀 보내라. 우리 집안 그 어른이 네 지역구에 사신다더라”며 딸을 위해 열심히 ‘지역구 관리’를 했다. 심 후보는 “국회의원 당선이 ‘최초의 효도’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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