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내줘도 아직 여당 같던데”…“차마 내 손으로는 못 찍겠더라”

2022.06.05 21:19 입력 2022.06.05 21:21 수정

③ 오만에 등 돌린 그들

민주당 지지해온 유권자들
“민생보다 개혁이 절실한가”
“대선 반성쇼라도 해야지…”
“차별금지법 제정이 첫 단추”

“정권이 바뀌어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여당 같던데? 오만한 것 같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차악이려면 뭔가 달라야 하잖아요. 그 다른 점이 민주화운동했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요?”

민주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6·1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일과 4일 6명을 인터뷰했다. 민주당을 선택해왔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했거나 민주당을 찍었으나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면 차기 총선은 장담할 수 없다고 한 시민들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승훈씨(43)는 지방선거 때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왔고 지난 3·9 대선 때도 ‘정권 재창출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이씨는 이번마저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 ‘차마 내 손으로 못 찍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선 이후 민주당 행보를 보고 “오만하다”고 느꼈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정국을 언급하며 “민생정책은 별로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개혁만 생각난다. 지금 개혁이 절실한 때인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부동산정책 혼선 등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모씨(35)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표를 포기했다. 이씨는 “어젠다를 제시하기보다 권력싸움에 치중하는 게 크게 느껴졌다”면서 “(민주당을 보며) ‘어느 당이냐가 중요한가’ 싶은 정도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입법을 밀어붙인 것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취해 있는 모습도 못마땅했다. 그는 “반성하는 쇼라도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민주당을 찍었더라도 ‘방어투표’였을 뿐이라는 유권자도 있다. 민주당이 싫지만 차마 국민의힘은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59)는 본투표일 아침까지 투표할지 고민하다 당을 생각해서 찍었다. 그는 “어느 당이 돼도 삶이 많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27)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플래카드 문구 ‘믿는다 송영길’을 보고 “대선 이후 저자세도 없고 확실한 변화를 보여준 것도 아니면서 뭘 믿으라는 건가. 자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2030 여성의 민주당 지지도는 높았다. 6·1 지방선거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66.8%, 30대 여성의 56%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2030 여성들은 자신들을 ‘다 잡은 집토끼’로 간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34)는 대선 직후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가입했다. 일부 당원들이 박완주·최강욱 의원의 성비위 의혹에 대해 감싸고, 조사를 촉구하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매도하는 모습을 보고 ‘내로남불’이 여전하다고 느꼈다. A씨는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을 이런 식으로 소모한다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첫 혁신의 길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부동산정책을 따라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민주당을 뽑으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민생 정당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말했다. B씨(29)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민주당만의 의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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