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투표율 평균 33.7%… 강남 대 비강남 뚜렷

2011.08.24 22:05 입력 2011.08.24 23:42 수정 박영환·장은교·임지선 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오세훈 표’ 선별적 복지에 대한 지역 및 세대 간 입장차를 그대로 보여줬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가 투표율 상승을 주도했고, 세대별로는 청장년층보다 노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까지 걸었지만 최종 투표율은 서울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에도 못 미쳤다. 보수층을 최대한 집결시켰지만 중도층 참여는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강남 대 비강남 구도

지역별로는 ‘강남 대 비강남’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강남 3구는 ‘오세훈 구하기’에 앞장섰다. 서초구는 12만6296명(36.2%)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강남구 16만3509명(35.4%), 송파구 16만7754명(30.6%)이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전체 투표율 25.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투표율 30%를 넘은 곳은 강남 3구가 유일했고, 이곳의 평균 투표율은 33.7%로 투표함 개봉 기준을 넘어섰다.

강남 3구는 출발부터 평균 투표율보다 앞서갔다. 오전 6시40분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내에 설치된 투표소에서는 출근 전에 투표를 하기 위해 100m가량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 9시 강남구의 투표율은 9.6%로 서울의 전체 투표율 6.6%를 크게 웃돌았다. 서초구는 8.9%로 2위를 기록했고, 송파구는 8.1%로 뒤를 이었다.

금천구와 관악구, 구로구 등은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금천구는 20.2%(4만729명 투표)로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관악구가 20.3%(9만1092명 투표)로 뒤를 이었고, 강북구도 21.7%(6만1867명 투표)로 낮았다.

서울 전체 25개구 중에서 평균 투표율을 넘어선 곳은 7개구뿐이었다. 강남 3구 외에 강동구(27.6%), 용산구(26.8%), 노원구(26.3%), 양천구(26.3%)가 평균을 웃돌았다. 용산·양천·노원구는 재개발, 교육열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강북에서도 부유층이 많은 곳에서 무상급식 반대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내에서 강남 대 비강남으로 갈리고, 강북에서도 잘사는 3개구와 다른 구로 민심이 갈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투표율 분포는 서울의 여야 정치지도와도 일치한다. 현재 서울의 45개 지역구 중 민주당 국회의원이 있는 곳은 7곳으로 관악을, 구로을, 강북을, 은평갑 등이다. 이곳은 모두 평균 이하의 투표율을 보였다. 강남 3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송파구도 민주당 의원이 있는 곳이다.

■ 젊은층과 직장인 참여 저조

세대별 온도차도 확인됐다. 투표율 견인에 앞장선 강남 3구에서도 오전 투표의 적극 참가자들은 대부분 40~50대 주부와 50~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투표율이 저조했던 지역에서도 투표 주도층은 젊은 세대가 아니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찾은 관악구 봉천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노인 7명만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20~30대는 찾기 어려웠다. 출근 전에 투표를 했다는 한 정부 당국자는 “정말 노인분들밖에 없더라”고 투표장 분위기를 전했다.

관악구와 서대문구 등 대학들이 많은 지역에서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특징이다. 이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이 주도하는 선별적 복지안에 부정적임을 보여준다. 점심시간대와 퇴근 후 투표율이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도 30~40대 샐러리맨들의 참여가 저조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오전 9시에 6.6%를 기록한 투표율은 11시 11.5%, 12시 13.4%로 시간당 2~3%포인트씩 올라갔다. 점심시간을 지난 오후 2시의 투표율은 17.1%로 두 시간에 3.7%포인트만 올라 이전과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이용한 투표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이 기대를 걸었던 퇴근 이후의 투표율도 저조했다. 오후 6시 22.1%에서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8시 25.7%로 퇴근시간 2시간 사이에 3.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투표를 하고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이모씨는 “주민투표 자체가 정치적인 사안이 되다보니 친한 사이가 아니면 투표 사실 자체를 아예 묻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중도 견인 실패한 선거

오 시장이 시장직까지 걸어 얻은 투표율은 25.7%였다. 서울시민 유권자 중 215만774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오 시장이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얻은 득표율 25.4%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 시장을 찍었던 208만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투표율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지지율보다는 낮았다. 디오피니언의 8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7.9%,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2.2%였다.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서울지역 득표율인 33.4%(268만9162표)에도 못 미쳤다.

결국 한나라당이 논란 끝에 막판 총력지원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오 시장 지지자를 결집해내는 수준에 그쳤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서울시민 전체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무상급식 투표에는 부정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투표율 25.7%는 또 보수 지지층을 모으는 데 그쳤을 뿐 중도세력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투표율이 곧 오 시장에 대한 지지율임을 감안하면 오 시장에 대한 비토는 70%를 넘었다는 의미가 된다. 조직적으로 투표불참 운동을 벌인 야권 세력뿐 아니라 상황을 관망하던 30~40%의 중도 성향 유권자도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는 의미다.

■ 이미 오전 11시 판가름

투표율은 초반 기세 좋게 올라갔으나, 오전 11시부터 추동력을 잃었다.

한나라당과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 측은 ‘오전 투표 독려’에 진력했다. 한나라당이 “오전 10시까지 20%를 확보해야 총 투표율 33.3%를 확보할 수 있다”는 ‘1020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오전 중 투표율 상승세에는 힘이 붙었다. 오전 7시 1.7%로 시작한 투표율은 오전 9시 6.6%, 11시 11.5%로 4.9%포인트씩 올랐다. 한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2.4~2.5%씩 오른 셈이다. 보수적인, 나이든 유권자들의 투표가 오전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수치다. 주민투표 청구 측인 오 시장이나 한나라당은 기대를 가질 만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투표를 한 뒤 “오전 11시까지 15% 이상 될 수 있다면 33.3% 달성은 비관적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상승세는 눈에 띄게 꺾였다. 한 시간 뒤인 낮 12시까지는 1.9% 올랐을 뿐이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그나마 2.4%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오후 7시까지 1.2~1.4%포인트 올랐다. 한나라당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25%만 넘겨도 패배는 아니다”(홍준표 대표)라며, 투표 불성립을 기정사실화했다. 민주당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51)도 오후 2시쯤 “이제 됐다”고 안심했다.

오후 7시부터 마감시간인 오후 8시까지는 2.2%포인트 올랐지만, 30% 벽에도 못 미친 수준에서 투표가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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