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정홍원 지명… 또 법조인, 써본 사람

2013.02.08 20:31 입력 2013.02.09 03:05 수정 김진우·정환보·유정인 기자

박 당선인, 새 정부 1차 인선 발표

안보실장 김장수·경호실장 박흥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8일 새 정부 첫 총리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69)을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우선한 선택이자, ‘법치 확립’ 등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지만, 당초 천명한 ‘책임총리제’에선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은 또 장관급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 김장수 전 국방장관(65)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64)을 각각 내정했다.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주요 인선 1차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전 이사장은 3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확고한 국가관과 엄격한 공사 구분, 원만한 인품으로 법조계의 존경과 신망을 받아왔다”고 총리 지명 배경을 밝혔다.

운전대 잡은 총리 지명자 정홍원 국무총리 지명자(오른쪽)가 8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신의 승용차에 향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돕게 될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을 태운 채 직접 운전해 인수위를 떠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정 지명자는 검찰 출신으로, 지난해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당선인이 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겼다. 앞서 지난달 29일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헌법재판소장 출신으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박 당선인이 거듭 법조인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으로, 법치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는 메시지를 완고하게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써본 사람을 계속 쓴다’는 인사 스타일도 그대로 드러났다.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박 당선인의 좁은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리 인선은 특히 김 전 총리 지명자 낙마 이후 열흘 만에 이뤄졌다. 후임 총리 지명자마저 흠결이 드러날 경우 국정운영에 치명적인 만큼 ‘청문회 통과’가 인선의 최대 기준이 됐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박 당선인 특유의 ‘나 홀로’ 인사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당초 기대됐던 인재풀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정 지명자의 공천위원장 수행에 대해 “박 당선인의 뜻을 잘 이해하고 깐깐하다”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내지 못했다”는 평도 있어 ‘책임총리’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지명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정확하게 보필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게 책임총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청와대에서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게 될 국가안보실장과 장관급으로 격상된 경호실장에 나란히 육군참모총장 출신을 발탁했다. 모두 육사 출신으로 군과 국방부 요직을 거쳤다. 청와대 세 축 중 두 축을 군 출신이 맡게 된 것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 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적 상황과 함께 안보를 보다 중시한다는 상징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군 최고지휘관 출신들이란 점에서 ‘작고 보조하는 청와대’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비서실장 등 나머지 청와대나 내각 인선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초 설 연휴 이후로 예고했던 2차 인선에서 ‘무더기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 연휴 직전 인사 발표로 검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만만디 인사’로 새 정부 정상 출범이 어려울 것이라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당선인의 의중을 최대한 존중하며, 정 지명자가 도덕성과 자질, 능력을 겸비하고 책임총리 역할을 다할 분인지 검증하겠다”며 “박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 공천위원장 역할을 맡겼던 분이 과연 총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