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나그네 정치

2017.11.28 16:45 입력 2017.11.28 18:30 수정
이대근 논설주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가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2차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뒤 박주선비대위원장,김동철원내대표,박지원 전대표 등이 ‘제보 조작’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가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2차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뒤 박주선비대위원장,김동철원내대표,박지원 전대표 등이 ‘제보 조작’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국민의당의 진로는 없다

국민의당의 태생적 한계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이념과 노선, 지역 근거지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당내 권력 갈등에서 밀린 결과로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 주류가 싫어 떠난 이들의 임시 거처였다. 한마디로 어쩌다 정당, 즉 어정이다. 이렇게 딴 살림을 차린 성적표는 숫자로 잘 표현되고 있다. 민주당 대 국민의 당 지지율 50대 5이다. 상당 기간 이 숫자의 변화 가능성은 없다.

국민의당은 애초 ‘무엇을 위하여’ 만들어진 당이 아니라, ‘무엇을 반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당이었다. 당시 반대의 대상은 둘이었다. 하나는 민주당,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정권이다. 그 덕에 20대 총선에서 제3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반대할 두 세력이 사라졌다. 박근혜 세력은 몰락했다. 민주당은 집권해 50% 안팎의 지지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은 7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고 반대의 실익도 별로 없다.

반대할 대상이 사라지거나 반대의 실익이 적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무엇을 위하여’ 하나의 당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지 존재 증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태생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은 하나의 당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크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파와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 의원들 성향은 진보, 보수 사이에 다양하게 퍼져 있다. 당의 리더십과 정체성이 확고하면 그런 다원성은 장점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약점으로 작용한다. 지금 당의 구심력 보다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도 바로 당의 리더십, 당의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 변화의 시대

현재 국민의당의 진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누구든 마치 진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면 그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앞에는 원래 정해진 길이 없었다. 스스로 개척하며 길을 내며 가야 한다.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침 정치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금 한국정치 구조가 변화의 거센 물살을 타고 있다. 눈앞의 난관을 하나하나 헤치고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국민의당의 미래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모두 함께 불확실성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어떻게 그걸 계속 헤치고 나아갈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지금 다당체제인가?

다당제 아닌 1.5당 체제

다당제가 상호 견제 가능한 다수의 정당들이 공존하는 체제라고 한다면 현 정당체제는 그런 이상적 모습과는 다르다. 지금 정당은 민주당과 ‘나머지 당’ 밖에 없는, 1.5당 체제에 가깝다. 전통적인 의미의 다당제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정당간 견제와 균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견제와 균형 대신 두 가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나머지 당’의 지지율을 전부 합쳐도 민주당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민주당 쏠림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나머지 당’이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의석의 쏠림 현상이다.

다양한 색깔의 부재

다당제가 다양한 색깔의 정당들이 각자의 차별성을 분명히 한 채 경쟁하는 체제라고 한다면 현 정당체제는 결코 이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모두 문재인 정부 반대라는 하나의 색깔로 뭉쳐 있다. 이 야3당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반문 연대는 그 차이를 가리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연대 거부 방침도 다당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이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 대 야 3당의 대립 구도는 협력과 견제가 교차하며 균형과 합의를 만들어 내는 다당제에 대한 기대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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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당제는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인가?

다당제의 현실

국민의당은 정당의 존재 이유를 다당제에서 찾고 있지만, 현재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다당제의 정치적 효능감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시민들은 다당제가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과거 청산 작업과 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정당, 혹은 ‘나머지 당’의 존재를 별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당제가 성공하려면 국민의당 스스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당제의 총아인 것처럼 나섰던 국민의당은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당제에서 정당의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게 다당제가 이루어낸 성과가 없다면, 지켜야 할 다당제 모델이 없다면 다당제를 지키겠다고 국민의당이 나서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다당제에 대한 실망의 확산

양당체제에서는 다당제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형식적이나마 다당체제가 출범하고 나서는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그 실망감은 다당제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했던 국민의당을 향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 당 지지율은 꼴찌다. 이건 국민의당 쯤은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당이 다당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고, 다당제가 죽어가면서 국민의당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 정당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 그에 따라 신속하게 정당선호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다당제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다당제가 최소한의 기능은 하고 있는 셈이다. 역설적인 다당제 효과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학생들과 모의국회 간담회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지난 10월 22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학생들과 모의국회 간담회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안철수 리더십 위기와 통합론

리더십의 한계

안철수 대표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위기를 넘기려 하지만, 통합 강행의 무리수는 그의 리더십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안 대표는 대선에서 3등을 했다. 그것도 민주당 후보들이 다 대선에 나갔으면 꼴찌할 정도의 성적이었다. 그에게는 대선 참패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자성하는 시간이 절대 필요했음에도 그 반대로 행동했다. 그는 오히려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의 대선 패배 때문에 불가피했던 새로운 당 지도부 선거에 자신이 나가 당선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그는 “당 지지율 5% 이하는 존재감이 없다는 거와 같다” “당이 소멸위기에 처했다” “독배를 마시겠다” “당을 위해 나를 희생하겠다”며 당 역량 강화를 당대표 출마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가 당을 이끈 결과 당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나빠졌다. 그는 의원과 당원, 의원과 원외를 대립시켰고, 그 결과 당은 통합 대신 분열하고 있다. 당대표로서 그는 당을 살리지 못했다. 당 지도자로서 실패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던 그는 국민의당과 전혀 인연이 없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국면을 바꿔 리더십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적어도 지금 국민의당이 처한 위기는 안철수 리더십의 위기가 낳은 것이다. 좋게 말하면 안 대표는 계속 도전하는 정치인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직도 정처 없이 떠도는 정치인이다.

정체성 혼란의 끝

안철수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당시 야권의 확장을 위해 부산으로 가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야권 안전지대에서 출마했고 민주당으로, 호남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안 대표가 이제 반민주당, 탈호남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 때문인지 안 대표는 스스로 국민의당을 ‘민주당의 적’ ‘민주당의 눈엣 가시’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적대관계로 설정한 것도 그였다. 의석 대폭 축소, 기초 단체 무공천의 반정치적 접근을 했던 그는 이제 다당제와 선거제도 개편으로 선회했다. 젊은 층의 지지는 중장년층의 지지로 바뀌고, 원칙과 소신의 정치는 통합 대상을 여론조사로 고르는 정치공학으로 대체되고 있다.

정치하는 이유를 새 정치에서 찾던 안 대표가 최근 새로 찾아낸 정치의 이유가 있다. 바로 반문재인이다. 정치 입문 이래 안 대표가 처음으로 뚜렷한 지향점을 발견한 것이다. 안 대표가 무얼 하려는지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무엇을 반대하는지는 뚜렷해졌다. 이제 안 대표의 모든 정치활동은 반문이거나 반문의 사족 혹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도피처로서의 극중주의

안 대표의 이념 찾기는 혼란스럽다. 그는 ‘진보개혁 대 합리적 개혁’의 구도에서 합리적 개혁의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대립시킬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만일 합리적 개혁이 따로 있다 해도 그것은 진보개혁을 위해 합치거나 협력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있지만, 대립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아직 자신의 이념을 찾지 못했다. 이럴 때 편리한 방법이 있기는 하다. 중도를 내세우는 것이다. 중도는 그 애매함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다. 중도로 숨기, 그것도 꼭꼭 숨기가 바로 극중주의이다. 이왕 중도로 하는 김에 확실히 하자는 뜻인 것 같다. 아무 것도 없다니까 있다는 걸 부각하려다 극중주의를 제시한 것 같이겠지만, 안 대표는 극중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중도를 경직된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한 때 강조했던 실용주의와는 전혀 다른 길이다.

골대를 끊임없이 바꾸는 안철수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대표는 함께 새 정치를 하자며 천정배·손학규·박주선 등 민주당 비주류 중진들을 불러 모았다.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했을 때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의석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캐스팅 보트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의 기대대로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이수 헌재 소장 부결도, 김명수 대법원장 가결도 국민의당이 해낸 것임을 그는 자랑했다.

그러던 그가 이제 와서 갑자기 두 석이 더 불어난 40석을 갖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양당 구도에 반대하는 제 세력이 1, 2당을 위협할 때 정치의 변화는 시작된다”면서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면 뭔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골대를 바꾼 것이다. 그런데 바른 정당과 통합해도 11석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는 통합된 당으로 우선 할 것이 양당을 혼내주는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제1, 2당을 차지하다는 이유만으로 악으로 규정하고, 나머지 군소정당은 그저 작은 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이 타당한 것일까?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그 당의 역량의 한계, 당을 이끄는 지도부의 한계가 아니라, 한국당과 민주당 때문이라는 논리를 수긍하기는 어렵다.

민심이 선택한 다당제를 성공시키겠다고 했던 안 대표는 이제 와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두 당으로 분리되어서 다당제를 성공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당은 결코 분리된 적이 없다. 본래 따로 존재하던 당이었다. ‘분리’라는 용어는 마치 합쳐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암시하지만, 두 당 간에는 애초 그런 인연이 없었다. 다당제가 잘 운영되지 않는 이유를 굳이 특정 정당에게서 찾는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정치지도자에게서 다당제 실패의 이유를 찾는다면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지도력 때문이다.

3, 4위 당의 존재가 다당제의 장애물이라는 주장도 자가당착이다. 3, 4위 당이 합쳐진다 해도 현실적으로 국민당의 상당수 의원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므로 3, 4위 당의 존재는 불변이다. 3, 4위 당의 존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3, 4위 당의 역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책임 전가의 정치, 핑계의 정치

안 대표는 당초 정계 진출하면서 독자 정당을 추진했다. 그러나 독자 정당으로는 새 정치를 하기 어렵다며 민주당과 합쳤다. 그러나 그 민주당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분당해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는 이제는 국민의당으로도 안된다며 바른정당하고 합쳐야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 대표는 끊임없이 자신이 있는 자리를 바꿨다. 그 어떤 자리이든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매번 정치적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그때마다 자리바꿈으로 생존하고 주목받으며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섰다. 이건 책임전가의 정치다. 안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이제 들썩 들썩 하다 다시 시선이 (당에)모이고 지지율이 오를 것” “전기 충격으로 다시 심장 뛰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인정했듯이 그가 당대표를 맡고 당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그는 위기를 외부에서 찾고, 그 해결책도 외부에서 찾고 있다. 핑계정치다.

안 대표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로도스 섬에서 더 높이 뛸 수 있다. 그런데 여기는 로도스가 아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답은 수천년 전에 나와 있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에서 뛰어 보라.’ 안 대표는 국민의당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 다음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당이 아니다. 오늘에 이른 역사적 경로가 있다. 백지위에 선 긋고 중간이 남아 있으니 이걸 차지하자, 그렇게 결정하고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당이나, 안 대표나 과거에 의해 제약받는 존재다. 길 가다 아무 곳에나 묵고 떠나는 나그네가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월 14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월 14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 통합에 관한 평가

바른정당의 확장으로서의 통합

국민의당은 40석이지만 딛고 있는 영토가 좁다. 한 쪽은 민주당·정의당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쪽은 바른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반면 바른정당은 의석수 11석으로 적지만 영토는 넓다. 수구세력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은 좁은 영토에 몰려 있다. 바른정당은 신 보수라는 광대한 기회의 땅을 앞에 두고 있다. 노선도 분명하다. 시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뚜렷하다. 반면 국민의당의 노선과 이념, 지향점은 불분명하다. 따라서 두 당이 합치는 것은 바른정당의 확장, 신 보수에 수혈해주는 의미를 띤다. 흔들리는 바른정당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한국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보수 세력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는 것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소망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우경화, 반문 통합

국민의당의 목표가 한국당의 대안이 되려는 것이라면 신 보수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안, 즉 새로운 개혁 진영을 이끄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통합은 단순히 3, 4당이 합쳐 몸집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다. 민주당 비주류 세력의 우경화, 반문재인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지금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은 이거다. ‘우리는 지금 그런 전략적 선택을 하기로 결정을 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국민의당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 대 문재인의 꿈

안 대표의 통합 추진은 반문재인의 대표가 되려는 꿈을 위한 것이겠지만, 통합의 정당성을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은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의 발로라는 의심을 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통합 강행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 국민의당의 과제

바른정당의 길 아닌, 국민의당 길로

바른정당은 한국당의 대안정당,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서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다. 두 당 앞에 놓인 정

이대근 논설주간

이대근 논설주간

치적 여건도 다르다. 구 보수는 실패했고 그 전제 위에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고 있다. 바른정당은 전도유망하다. 그러나 진보 개혁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의 전도는 불투명하다.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70%의 국정 지지율, 50% 정당 지지율에 맞서는 5% 정당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민주당 반대의 길도, 민주당 대안의 길도 험난하다.

중장기적인 생존을 고려해야 한다. 오차범위내의 정당들을 두고 도토리 키재기하며 비교할 일이 아니다. 지금 길이 보이지 않고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론 조사가 국민의당의 질문에 답해주지 않는다. 남에게 길을 묻지 말고 자기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더 많은 방황이 필요하다

민주당 대안을 못 찾았으면 대안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바른정당 흉내를 낼 이유가 없다. 민주당과 갈등하고 협력하며, 바른정당과 대립하고 연대하며 당의 노선과 정책을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 공간을 확보하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 고뇌로부터 벗어날 마법은 없다. 국민의당, 더 많은 방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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