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인터뷰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유시민 “진보가 위기 몰려도 정계 복귀 의무 없어 내 마음 변치 않을 것”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60·사진)이 “설령 진보계열이 위기에 몰리거나 그 어떤 상황이 돼도 제가 정계에 복귀할 의무는 없다”며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기 파주출판단지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정가에서 그의 정치 복귀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깍두기 한 접시 가지고 한정식 한 상 차리는 식의 논평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치는 제로섬게임이고 시장점유율 1등 쟁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삶”이라며 “10년의 정치인생으로 의무복무기간은 끝났다 생각하고 그 전쟁터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다. 3년이나 남은 시점에 자신을 예비후보로 올리는 대선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선거는 하겠다는 사람 중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것인데 정치여론을 왜곡시키고 정치를 혼탁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와 정책 평론을 해온 그가 중앙일간지와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은 6년 만이다.

유 이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구속을 정치보복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시민들이 모르던 걸 새롭게 파낸 게 아니다”라며 “정파적이라 하겠지만, 보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했고 우리 쪽은 불가피하게 (적폐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표의 경호실장도 많다. 소 왓(So What·뭐가 문제인가)?”라며 “한국당 등도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으면서 최저임금 탓에 경제파탄이 났다고 주장한다. 지금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일은 기억력 회복”이라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다음달 3일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를 운영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합동방송을 한다. 그는 “두 유튜브 방송이 양극단으로 여론을 몰아간다고 해서 그럼 한번 만나볼까 해서 하게 된 것”이라며 “옛날 국회 있을 때도 가시 돋친 말을 농반진반으로 주고받았고 지금도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만나는 장소 공개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 산 10년, 하루하루가 고통…내 ‘의무복무’는 끝났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돌아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하기 싫다고 했다가 두번이나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셨지만, 저는 그분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다시 한다는 것은 곧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돌아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하기 싫다고 했다가 두번이나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셨지만, 저는 그분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다시 한다는 것은 곧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20일 오후 2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60)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행사가 끝난 후 인터뷰를 할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전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그에게 수년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매번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답변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가 일간지와의 대면 인터뷰에 응한 것은 2013년 3월 이후 6년 만이다.

그는 “정치를 할까, 안 할까가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선을 그어도 지금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정치 재개를 위한 신호나 꼼수로 해석되는 게 사실이다. 정계 안팎에선 그가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올 1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고칠레오> 채널을 개설한 것을 정치 재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왔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그는 항상 선두권에 들어있다.

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7일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출판사 ‘아름다운사람들’에 있는 그의 서재에서 3시간 동안 이뤄졌다. 최근 모친상을 당한 그의 얼굴은 다소 수척해 보였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오만한 언론이나 비평가들
아무나 여론조사에 올려
정치여론 왜곡·혼탁하게 해
민주당은 ‘찬거리’ 비축 원해
나와 조국 차출론 나오는 것

- 26일에 삼우제를 치렀는데, 어머니는 잘 보내드렸습니까.

“잘 치렀고, 대구의 공원묘지에 모셨어요. 아버지(1982년 작고)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그 옆에 미리 당신의 자리를 만들어놓으셨거든요.”

- ‘어머니의 별세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모친상 부고가 다소 이채로웠어요.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거나 “슬프거나 아프지 않으니 저를 위로하러 오실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어머니는 대구에서 혼자 독립생활을 하셨는데, 2년 반 전에 뇌경색이 왔어요. 재활하고 요양원에 계시면서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표현하셨어요. 그래서 ‘당신의 삶이 괜찮으셨나 보다’ 하고 생각했죠. 그럼 된 거죠. 어머니와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작별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이별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는 짐짓 쿨하게 말했지만, 표정은 쓸쓸해 보였다. 유 이사장은 6남매 중 다섯째이자 막내아들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인 1980년 5월 이른바 ‘서울의 봄’과 1984년 가을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인해 두 번이나 구속·제적당했다. 담배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던 어머니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장까지 맡아 아들의 옥바라지와 구명활동에 나섰다.

- 어머니의 장례 기간이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와 겹치면서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봉하에는 아직 못 갔겠군요.

“봉하도 큰 행사를 치르느라 직원들이 힘들었고, 권(양숙) 여사님도 이번에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좀 멀리서 큰손님들이 오셔서 많이 긴장하셨나 봐요. 뒷정리 다 끝나고 한적해지면 조용히 혼자 가려고 해요. 봉하는 재단이사장을 맡기 전에도 자주 가던 곳이니까요.”

- 요즘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2년반 동안 패널로 출연한 JTBC <썰전>도 “정치와 더 멀어지고 싶다”며 2018년 6월 그만뒀는데, 최근 한 달 새 몇몇 지상파 방송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오늘 이렇게 일간지 인터뷰도 하고 있고요. 그동안 인터뷰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생각이 바뀌었나요.

“최근의 방송 출연 등은 노무현재단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한 일이에요. 10주기 행사를 홍보해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방송 등에서 농반진반으로 주고받은 말조차 왜곡해 해석하더라고요. 정말 ‘깍두기 한 접시 가지고 한정식 한 상 차리는 식’의 논평이 너무 많아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정치재개, 선거출마, 대권과 연결해 보도하잖아요. 한번은 정확하게 정리하고 싶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기로 한 거예요.”

그는 스스로도 말끝에 “소용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이라고 했다. 지금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그의 정계 복귀 부정 발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전원책 변호사 등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사들조차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장담했다.

- 유 이사장만큼 ‘논쟁에 강하고 친노·친문에 두루 연결된 준비된 스타’를 찾기 힘든 데다, 인물난에 시달리는 여권 상황이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촉구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지금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중에 누가 하시게 되면 하는 거고, 도저히 안되면 하고 싶은 분들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나오겠죠. 선거는 하겠다는 사람 중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잖아요. 그걸 누가 미리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되고, 혹은 이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서 새 사람 찾는다고 누구를 올려 여론조사하는 짓을 하고 있어요. 언론이나 비평가들의 오만이에요.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정치여론을 왜곡시키고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 양정철 원장도 유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기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어요.

“그런 말을 왜 하는지는 이해하죠. 당장 먹을 밥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비축해 두면 좋으니까요.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지금 밥상에 이낙연 총리부터 시작해 쫙 올라와있잖아요. 그분들은 다 당원이에요. 그런데 조 수석이나 저는 당원이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으니 필요할 때, 정 찬거리가 없을 때 가져다 쓰게 냉장고에 넣어두면 좋잖아요.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죠.”

- 조 수석도 유 이사장과 같은 생각인가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 수석의 부산 차출론이 비등하던데요.

“조 수석도 출마하기 싫은데 대통령 참모니까 대놓고 말 못하고 임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간다는 원칙적 발언만 하는 거예요. 제가 조 수석 대신해 말하는 거예요(웃음).”

“정치의 일상은 누추하고 남루”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데
하루도 괜찮다 느낀 날 없어
방법·수단 가리지 않는 선거
인생이 마모 되는 것 같았다

- 유 이사장은 왜 그렇게 정계 복귀에 부정적인가요.

“제가 정치를 10년 정도 하고 나서 느낀 게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오늘 하루가 괜찮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도 이제 60이에요.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게 불가능한 나이에요. 그리고 오늘 하루가 괜찮으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정치인으로 산 저의 10년은 그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어요.”

- 어땠길래요.

“정치의 일상은 되게 누추하고 남루해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고 같은 진영 안에서조차 작은 진영들이 여러 개 있는 생활이죠. 제로섬게임이에요. 또 선거는 누가 되면 누구는 안돼야 해요. 시장점유율 1등 쟁탈을 위해 1년 내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죠. 저는 그게 고통스러웠어요. 제 인생이 마모되는 것 같았어요.”

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고개를 갸우뚱한 상태로 말을 이었다.

“어느 저녁도 집에 돌아가서 ‘오늘 하루 괜찮았어’라고 느낀 날이 없었어요. 그게 제일 큰 이유예요. 류현진 선수는 야구 좋아하잖아요. 만약 야구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고 생각해봐요. 정치인도 전문직이에요. 그 일을 수행하는 일상의 과정이 최소한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해야 해요. 즐거우면 최고죠. 그런 정치인들을 많이 알아요. 설령 진보계열이 위기에 몰리더라도, 그 어떤 상황이어도 제가 그걸 할 의무는 없어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정치를 하는 동안 맺는 모든 인간관계는 자신을 마케팅하기 위한 거예요. 허무해요. 또 그 속에 있으면 적대감, 증오, 분노 같은 아주 극단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저처럼 예민한 사람은 힘들어요. 지금은 (정치와) 물리적 거리가 확보된 상태라 황교안 대표의 ‘지옥’ 발언을 들어도 ‘흥!’ 하고 넘기지만요. 제가 정치할 때 사나웠다면 감정 관리 능력이 심하게 부족해서예요. 저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MB·박근혜는 불거져 덮을 수 없는 문제…‘노’는 정권이 파고 또 판 것”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3년 정계 은퇴 후 종편과 케이블TV에 출연하면서 정치인 시절의 ‘독설가’ 또는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를 벗고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을 묻자 “대중이 저를 만나는 맥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파병용사들도 전쟁터에 있을 때와 제대해 자기 집에서 살 때 다를 수밖에 없지 않냐”며 “그것과 같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3년 정계 은퇴 후 종편과 케이블TV에 출연하면서 정치인 시절의 ‘독설가’ 또는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를 벗고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을 묻자 “대중이 저를 만나는 맥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파병용사들도 전쟁터에 있을 때와 제대해 자기 집에서 살 때 다를 수밖에 없지 않냐”며 “그것과 같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그러면 정치인으로 산 10년은 어떻게 견뎠나요.

“군 복무 하듯이 했어요. 군 복무 할 때도 거기서 하는 일이 즐겁지 않잖아요. 즐거우면 직업군인 해야죠. 그런데 왜 했냐? 의무니까요. 또 33개월, 끝이 보이는 일이니까요. 정치도 처음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5년간만 한다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딱 끊지 못했어요. 그 10년은 밤마다 밀려오는 공허감과 싸우는 시간들이었어요. 저는 그걸로 제 의무복무기간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다시는 그 전쟁터로 돌아가기 싫어요. 인생을 포기하는 거니까요.”

- 양정철 원장은 지난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본인들(유시민·조국)은 물론 안 하려고 버틸 거고 거기에는 가식이 없다고 보지만 문 대통령도 마지막까지 버티다 재간이 없으니 나오셨다”고 했어요.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다스리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내면적 역량 면에서 문 대통령은 특별한 분이에요. 또 청와대 참모만 몇년 하셨잖아요. 군대로 치면 군속이나 지원부대의 민간전문가 비슷한 존재였지, 저처럼 직접 전투현장에 들어가 총질한 적 없으셨잖아요(웃음). 물론 전쟁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 잘 아셨지만 저만큼 확실히 거절할 명분은 없으셨던 거죠.”

- 문 대통령과도 이에 대해 최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까.

“그분이 청와대에 들어가신 후에는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 없어요.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제가 정치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너무 잘 아세요. 과거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나눈 이야기가 있기에 혹시라도 참모들이 유 아무개를 천거해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전화 안 하실 거예요.”

-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역대 대통령의 말로가 안 좋았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해당했고,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감옥에 갔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요.

“보통 일이 아니죠.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체질에 맞고 즐거움을 느끼고 하고 싶으면 하죠. 짧은 인생, 겁낸다면 뭐가 되겠어요?”

여기까지 말한 뒤 그가 담배 한 대 피우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열린 창가에 선 채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문제는 위험하지 않아도 하기 싫은데, 심지어 안 하고 싶은데, 위험하기까지 하다면…!”

“정치 보복은 저쪽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 정권 괴롭힌 적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해
양쪽 서로 ‘보복’한 게 아냐

- 진보계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권에 대해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민들이 모르던 것을 파내 검찰이 조사해 구속 기소한 게 아니에요.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등의 문제가 이미 쟁점이 돼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박 전 대통령도 현직에 계실 때 K스포츠·미르 재단 문제가 불거져 덮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문 대통령이 그분들을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 ‘털어라’ 시킨 게 아니에요.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일반 시민들이 전혀 알지도 못했고 사회적 쟁점이 된 적도 없던 일을 이명박 정부가 파고파고 또 파내서 수사한 거잖아요.”

그의 목소리가 순간 한 옥타브 더 올라갔다. 그는 “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보수는 정치보복을 했고 우리 쪽은 불가피하게 (적폐수사를) 하게 된 것이지만, 정파적 해석이라 할 테니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으니, 문 대통령도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떤 수난을 겪을지 참모나 지지자들은 불안할 수도 있겠어요. 대통령 혼자 청렴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다 사면복권해줬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해 그분들을 괴롭힌 적도 없어요.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잖아요. 정치보복은 저쪽에서 한 거지 양쪽이 주고받은 게 아니에요. 그러니 저쪽만 안 하면 돼요. 그런데 그것은 저쪽 마음이라 우리가 뭘 어쩌겠어요? 저들은 어떻게든 (보복)하려 하겠죠.”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최근 “조금 더 확실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어요. 문 대통령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인데 정부와 판단이 다른 건가요.

“경제지부터 시작해 조·중·동, 종편까지…. 지금 보수네트워크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대자본의 네트워크예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들의 이익에 악영향을 주기에 경제신문의 대주주로서, 보수신문의 광고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죠. 여론싸움에서 정부가 밀리니까, 대통령으로서는 독선적이라는 이야기를 안 듣고 지지도 관리도 해야 하니까, 속도조절을 일정 정도 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저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거고요.”

“그들에 필요한 건 기억력 회복”

“최저임금 탓 경제 망했다”는
홍준표·유승민도 대선 당시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소득주도성장 좀 더 밀어야

- 최저임금 8350원이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부담스러운 액수라고 보나요.

“기업에 따라서 부담스러울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2017년 대선 때 홍준표·유승민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했는데, 이제 와서 저들이 속한 당은 최저임금 인상 탓에 한국 경제가 망하고 나라가 지옥이 됐다고 말해요. 그러면 대선 때는 나라 망할 일을 자기들이 공약했다는 거잖아요. 속도조절을 하게 되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1만원 가지도 못해요. (긴 한숨을 내쉬며) 지금 한국당에 제일 필요한 일은 기억력 회복이에요.”

- ‘똑똑한 진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진보정부에 대한 갈증을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진보는 멍청했다는 건가요? 지금 못 먹고 사나요? 뭘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인데 마치 밥 굶어 죽는 사람이 널린 것처럼 말해요. 선동이에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선 김대중 정부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큰 진전을 이뤘어요. 이때부터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없어졌고요. 경제파탄으로 일가족 자살 등의 보도가 나오면 가슴이 아프지만 대부분의 비극적 일은 여러 요소가 결합해 일어나요. 우리 인생의 모든 비극을 국가가 막을 순 없어요.”

그는 2013년 정계 은퇴 후 전업작가로 살면서 JTBC <썰전>, tvN <알쓸신잡> 등에 출연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 변신이 이뤄졌다. 정치인 시절 ‘독설가’ 또는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를 벗고 ‘똑똑하고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고칠레오>가 5월 말 현재 구독자 수 80만명, 회당 방문자도 많게는 130여만명에 달하며 보수·진보 통틀어 정치채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두 유튜브 방송의 수익금 전액은 노무현재단으로 들어간다.

- 정계 은퇴 후 인상과 이미지가 긍정적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변한 거 없는데요(웃음). 하는 일이 달라지다 보니, 대중이 저를 만나는 맥락이 달라졌잖아요. 예능에 나오는 사람을 굳이 미워할 필요가 없는 데다 TV에 얼굴을 자주 보이는 사람에게는 친숙함을 느끼거든요. 특별히 제가 뭘 크게 깨우쳤다거나 반성했다거나 결심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그냥 제 인생 사는 거죠. 퇴역군인도, 파병용사도 전쟁터에 있을 때와 제대해 자기 집에서 살 때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것과 같은 거겠죠.”

- 정치를 직접 하든, 하지 않든 유 이사장은 한번도 ‘정치’와 멀어진 적이 없어요. 유 이사장에게 ‘정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종편에 나와 정치비평 하는 분들이나, 신문에 정치칼럼 쓰는 언론인들에게 되묻고 싶어요. 그대들이 하는 일과 제가 하는 일이 뭐가 다른지. 똑같아요. 저는 작가라는 생업이 있고 최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아 제게 주어진 시간의 약 30%를 재능기부에 쓰고 있는 거예요. 나머지 70%는 지식유통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글 쓰고 말(방송·강연)해요. 제가 정치하는 것이라면 그들도 정치하는 것이죠.”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5월 말 현재 구독자 수가 80만명이고, 회당 방문자도 많게는 130여만명에 달한다. 보수·진보 통틀어 정치채널 1위다. 오는 6월3일 경쟁 채널 <홍카콜라>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맞짱 토론을 벌이는 합동방송이 예정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5월 말 현재 구독자 수가 80만명이고, 회당 방문자도 많게는 130여만명에 달한다. 보수·진보 통틀어 정치채널 1위다. 오는 6월3일 경쟁 채널 <홍카콜라>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맞짱 토론을 벌이는 합동방송이 예정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알릴레오는 편파 방송”

내 방송이 국민 통합 저해?
그동안 편 갈라 온 언론들은?
홍준표와 합동방송 예고…
‘극단’ 우리가 만나 소통 시도

- <알릴레오>나 그외 최근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두고 유 이사장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경호실장’ 시즌2를 시작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제가 지지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정책에 관한 정보를 추려 유통하는 거예요. 제가 지식유통업을 생업으로 하니 제 생업의 스타일로 힘을 보태는 거죠. 이건 헌법이 보장하는 제 권리이고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이것을 경호실장이라고 하면 지금 황교안 대표의 경호실장도 많잖아요. 소 왓(so what)? 왜 난리치는지 모르겠어요.”

- <알릴레오>에 대해 부정적 평가도 많이 듣나 봅니다.

“극단적으로 가고 있어 여론이 양분되고 국민통합에 저해된다는 등의 기사도 많았어요. 그런데 조·중·동 같은 신문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편가르기와 많은 혐오를 조장해왔나요? 그런 신문들에 그런 비평이 실리는 걸 보면 저는 그대들이나 잘하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알릴레오>는 편파방송이에요. 어차피 유튜브는 원하는 분들만 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신문과 방송은 기차역, 식당 등 공공장소에 놓여있어 보기 싫어도 보게 되는데 어느 한쪽을 편드는 거잖아요.”

- 오는 6월3일 예정된 경쟁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의 합동방송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유 이사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아요.

“하도 언론인들이 두 방송이 양극단으로 여론을 몰아간다고 기사를 써서 우리가 제일 극단이라니 그럼 한번 만나볼까? 한 거예요. 요새 국회에서도 여야가 잘 안 만나던데 장외에서 하는 편파방송 캐스터들이 만나보면 어떨까? 한 거죠.”

- 낮술을 마시며 홍 전 대표와 토론하는 형식인 것으로 아는데 장소와 주제는 정해졌습니까.

“유튜브 방송이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술은 마시지 않을 것 같아요. 장소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주제는 이제 세부적으로 정해야죠.”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2007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방송된 KBS 1TV <KBS 스페셜>에서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위원장, 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과 함께 마포의 대폿집에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지금도 이날 방송의 일부분이 ‘술자리에서 홍준표와 유시민의 기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 홍 전 대표와는 친분이 두터운 편인가요.

“국회 있을 때 서로 가시 돋친 말 주고받으면서 농반진반의 대화도 나눴던 사이죠. 요즘은 연배가 많은 분께 말해도 흉이 아닌 걸로 아는데, 홍 대표가 귀엽잖아요(웃음). 포커페이스 못하는 분이니까요.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해요. 물론 서로의 생각 자체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야 재미있죠.”.

- 긍정적이네요.

“하하하…, 웃기잖아요. 홍 대표, 재밌는 데가 많아요. 지난 대선토론 때도 많이 웃었잖아요. 당시 문재인 후보가 나이가 더 많은데 ‘이보세요’라고 했다고 ‘버릇 없이!’라고 말했잖아요. 저라면 홍 대표에게 ‘어른에게 어디!’라고 대꾸했을 텐데 문 대통령은 조크 못하는 분이라 가만히 계시더라고요(웃음).”

- 홍 전 대표는 얼마 전 (아방궁 발언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유 이사장을 가리켜 “참 뒤끝 있는 사람” “다시 정치하려면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는 벗어나야 한다”라고 공격했어요.

“뒤끝 있는 게 뭐, 사람이 뒤끝이 있을 수 있죠. 그거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못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뒤끝 있어요. 또 그분 말씀은 제가 정치를 하려면 그걸 감춰야 한다는 것인데, 저는 정치 안 할 거니까 안 감춰요. 그리고 저의 아방궁 관련 발언은 꼭 홍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그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한 말이에요.”

최근 그와 심재철 한국당 의원 간 1980년 ‘서울의 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거셌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1980년 합수부 진술로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면서, 유 이사장의 첫 진술서는 6월12일, 자신이 자수한 날은 6월30일이라며 증빙자료를 제시했다.

-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요.

“반박하고 싶지 않아요. 마음껏 주장하게 내버려둘게요(웃음).”

- 심 의원의 주장을 인정하는 걸로 비칠 수도 있는데요.

“뭐, 그러라고 하세요. (심 의원의 주장이) 대꾸할 가치가 없어 별로 마음 쓰지 않아요. 그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은 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니까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런 일에 소모하고 싶지 않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에게 하고 싶은 남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는 중요하고 힘든 일”

인생 바치는 정치인들 존경
문 정부나 진보 지지하는 건
그들 정책이 가져올 결과가
좋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

“정치가 의미나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하지 않는 거예요. 정치는 아주아주 중요한 동시에 아주아주 힘든 일이어서 그 일을 인생을 바쳐 하는 분들은 훌륭하고, 제가 존경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문 대통령이나 진보계열 정당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정성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그 세력이 선택한 정책적 입장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예상 가능한 결과가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건 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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