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X, 후지다, 금수, 구토”···민주당 독설 먹고 크는 한동훈

2023.11.14 18:08 입력 2023.11.14 20:42 수정 신주영 기자

“당에 도움 안 돼” 커지는 자제 촉구 목소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일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건방진 놈”(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OO”(민형배 민주당 의원), “구토 났다”(유정주 민주당 의원)에 이어 “금수의 입”(김용민 민주당 의원)까지 연일 한 장관에 대한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한 장관과의 ‘말 대결’로 그의 몸집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본인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계산적인 언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장관과 말 폭탄을 주고받는 사이 중도층은 더 멀어진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법무부 장관을 후지게 하는 장관은 처음”이라며 재차 한 장관을 저격했다. 그는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인격과 경험이 너무 유치하기 때문에 이것을 제가 지적한 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송 전 대표는 한 행사에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딨나. 어린 놈이 와가지고 국회에 와서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고 맞받았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다. 한동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이라고 적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후 SNS에 “그닥 어린 넘(놈)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한때는 살짝 신기했고 그 다음엔 구토 났고 이젠 그저 #한(동훈)스러워”라고 썼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전날 오전 SNS에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OO”라고 했는데, 유 의원이 이에 동조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과의 ‘말 대결’로 한 장관의 정치적 체급만 올려주는 것 아니냐는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진인 A의원은 이날 “(한 장관이) 말꼬리 잡고 시비를 걸고 그러면서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거 아니냐”면서 “굳이 말려들어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호남 지역 B의원은 이날 “불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한 장관만 부각시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역 C의원은 이날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해버리면 오히려 한동훈한테 떡을 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극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친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B의원은 이날 “민주당에는 도움도 안 되고 소수 지지자들만 좋아할 만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상임위 차원이건 당 대변인이건 적절한 수준과 단위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D의원은 “한 장관을 때리면 강성 지지층으로 지지 받고 자기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라며 “한동훈은 한동훈대로 크고 자기도 큰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을 겨냥한 원색적 비난을 통해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 장관과 ‘적대적 공생’을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민주당 인사들과 한 장관의 연이은 설전이 정치 혐오만 키워 중도층의 마음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의원은 “아무리 (한 장관이) 밉다 하더라도 그걸 예의에 맞게끔 해서 비판을 하고 비난을 해야 그게 맞는 거지, 막무가내로 그냥 몰아쳐버리면 오히려 격만 떨어지고 정치혐오만 불러오고 결과적으로는 우리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의원도 “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그런 것들이 ‘아이고 시원해’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도 결국은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정치 아니냐”면서 “좀 더 신중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