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빈 방문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8일 마무리됐다.
전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빈 만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들 중 하나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였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모델이기도 한 이 할머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을 하는 모습은 한·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5번 테이블에 나눔의집 간호사 원종선씨와 함께 앉은 이 할머니는 한 청와대 관계자에게 자신의 사진이 담긴 명함 4장을 건넸다. 이 할머니는 “2장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 나머지 2장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에게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200살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며 만찬 초청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만찬 중 진행된 문화공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사물놀이 공연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물놀이 공연이 진행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수행원들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탔다”며 “사물놀이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박수를 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청와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 전통 어가행렬이 재현되는 듯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며 들었던 ‘검은색 음료’의 정체가 콜라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술을 안 마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전통주 대신 콜라로 잔을 채웠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고려해 다이어트 콜라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통상 실무자들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협상의 속도가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국빈 방문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와 국회연설을 ‘위험 요소’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단독 정상회담에서 “내일 국회 연설 잘 하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의전, 행사 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방한 기간 중 표정이 밝았던 점도 청와대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준비가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 간 환담은 1시간5분에 걸쳐 이뤄졌다. 평소 멜라니아 여사는 낯선 이들과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주로 듣기 때문에 환담이 길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여사와는 한옥의 미학, 음식, 영부인 역할의 어려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에 멜라니아 여사의 보좌진들은 한국 측에 “놀랍다. 두 분은 대단한 화합(Great Chemistry)을 보여줬다. 사실 긴장했는데 굉장히 안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